황우여 장관 한국사 교과서 국정화 시사 논란
황우여 장관 한국사 교과서 국정화 시사 논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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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사 교과서 국정화, 개방적 공론화 과정 거쳐야
▲ 황우여 교육부장관. ⓒ 시사포커스/홍금표 기자 

황우여 교육부장관은 지난 8일 한국방송기자 클럽이 주관한 토론회에서 “교실에서의 역사는 한가지로, 아주 권위 있게, 또 올바른 역사를 균형 있게 가르치는 것은 국가 책임이다”고 발언해 논란의 씨앗을 뿌렸다.

황 장관의 발언의 핵심은 ‘하나의 권위 있는 올바른 역사를 가르치자’는 것으로 다수 언론과 시민단체들은 사실상 한국사 교과서의 국정화를 시사한 것으로 보고 있다. 관료 특유의 애매한 수사를 다 걷어내면 ‘하나의 권위 있는 올바른 역사’의 기준을 과연 어떤 사람들이 어떤 과정을 거쳐 얼마나 공정하게 정할 것이냐는 문제가 한국 사회 내 한국사 교과서 내전(內戰)까지 초래할 수 있는 핵심적 난제로 부상했다.

황 장관은 전날 ‘하나의 권위 있는 올바른 역사’의 필요성을 언급하는 근거로 ‘채점을 해야 하는 교실’과 ‘교육 과정에서 분쟁의 씨앗’이란 말을 언급했다. 채점에서 불거지는 문제를 원천적으로 차단하고, 학생들이 역사에 대한 혼란감을 줄이자는 의도로 풀이된다.

이에 대해 ‘참교육을 위한 전국 학부모회’의 박범이 회장은 채점과 관련해서 “채점의 오류는 문제를 출제하는 방식으로 해결할 수 있다. 이는 ‘역사의식 바로 세우기’와는 다른 기능주의적 발상”이라고 평가했다.

또한 박 회장은 황 장관의 ‘분열의 씨앗’ 언급에 대해서도 “다양한 역사 교과서는 학생들의 판단력을 키우는 데 도움이 된다. (기존의) 합의된 해석을 뒤집으려면 반증을 제시해야 한다”며 “반증될 수 없는 것을 주장하면서 이를 해석의 자유라고 하는 것은 정권의 자유에 불과하며 결국 학생들의 역사의식은 마비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공교육 살리기 학부모 연합’의 이희범 사무총장은 ‘채점’과 관련해 “한국사가 필수과목이 되면서 오류의 가능성이 커졌다”며 황 장관의 한국사 교과서 국정화 시사에 일단 환영의 뜻을 표했다.

그는 여러 역사 교과서가 있으면 좋지 않으냐는 기자의 질문에 “지금까지 역사 교과서를 시장에 맡겼지만 근·현대사 부분에서 상당한 왜곡이 있었다. 이 때문에 교학사가 나온 것”이라고 말했다. 또한 “시장에 A, B, C, D, E 등 여러 교과서가 나오면 소비자 선택권이란 것이 있다. 이를 침해하면 안 된다. 일부 단체들이 교학사를 채택한 학교 앞에서 항의를 해 못 배우게 했다. 이는 독과점을 형성하겠다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역사교과서를 국정화한 나라는 북한, 러시아, 베트남 정도라고 지적하자 이 사무총장은 “이중 잣대다. 일부 시민단체들은 필요할 때는 자국 사정을 강조하고 또 어떤 때는 다른 나라 예를 끌어 들인다. 각 나라가 시대마다 변화에 맞게끔 가면 되는 것”이라며 “학생들에게 역사를 통해 국가의 정통성을 가르쳐야 한다”고 말했다.

‘역사정의실천연대’는 9일 「장관이 나서서 역사교과서 국정화 논란으로 ‘분쟁의 씨앗’을 뿌리는 교육부를 규탄한다」는 제목의 성명서에서 전날 황 장관의 발언을 “한국사 교과서의 국정화를 추진하려는 속내를 노골적으로 드러냈다”고 평하며 “검정 교과서는 국가가 제시한 교육과정과 집필 기준에 따라 각각의 출판사가 다양한 형태로 교과서를 발행하고 국가가 직접 검정을 하여 발행하는 교과서이다. 이를 모르지 않을 교육부 장관이 같은 맥락에서 제작된 다양한 역사 교과서를 마치 필자들이 마음대로 쓴 것인 양 호도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어 황 장관의 ‘분쟁의 씨앗’ 발언에 대해 “역사를 3가지, 4가지, 5가지로 가르치는 것이 아니라 국가가 검증하여 검정한 3가지, 4가지, 5가지 교과서 중에서 학생들에게 맞는 하나의 교과서를 선정하여 수업을 하고 있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역사정의실천연대’의 방은희 사무국장은 “첫 국정 사회 교과서인 초등학교 사회(5-2)교과서 실험본 안에서 약 350개의 오류를 발견했다”며 “이런 교과서로 16개교 5천명가량이 배우고 있는 상황에서도 교육부는 사과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방 사무국장은 한국사 교과서가 국정화 된다면 어떤 결과가 나타날 것이라고 보느냐는 질문에 “첫째, 학생들은 역사에 대한 선택의 여지가 없어지며, 둘째로 현장에서 활동하는 한국사 선생 등 현장 전문가의 의견들은 무시될 것이며, 셋째 국정 교과서를 폐쇄적으로 제작하는 데 따른 폐단이 나타날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러나 교육부의 김연석 장학관은 황 장관의 채점 발언과 관련 “다양한 시험 문제를 출제하면 채점 시 오류 발생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고 ‘분열의 씨앗’ 발언과 관련해선 “국가의 정통성, 균형 있는 역사의식 및 시각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역사교육과 역사학은 분리해야 한다”며 “다양한 의견 수렴과 연구를 거쳐 9월 교육과정을 확정·고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반국가교육척결국민연합’의 이상진 상임대표는 국정교과서 제정에 환영한다면서도 “국정교과서를 단일화한다면 어떤 기준이 필요할 터인데 좌·우파가 역사를 보는 기준이 너무나 다르다. 기준 선정이 보통 어려운 문제가 아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사견임을 전제하고 “따라서 어떤 역사적 쟁점에 시각차가 너무 클 때는 이를 장기적 해결 과제로 하고 일단은 (교과서에서) 빼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 될 수 있지 않겠느냐”며 “이를 통해서 국민의 이해를 도와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역사정의실천연대’는 앞서 성명에서 “작년 교육부가 주관한 두 차례의 토론회에서 다수의 패널들과 연구 용역을 맡은 책임자도 한국사 교과서의 국정화 문제점을 심각하게 지적했다. 그 외에 교육부가 공론화를 위해 한 일은 아무리 찾아 보아도 없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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