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내 기업끼리 탄소 배출권을 사고파는 ‘온실가스 배출권 거래시장’이 12일 개장했다.
이날 오전 10시 부산 한국거래소 본사에서 개장한 온실가스 배출권 거래시장에서 2015년 이행연도 할당배출권인 ‘KAU(Korean Allowance Unit)15’는 7860원에 거래가 시작해 장중 고가인 8640원에 마감했다. 거래량은 1190t, 거래대금은 974만원이었다.
종가 8640원은 유럽에너지거래소(EEX)의 배출권 가격인 6.7유로(한화 8625원)와 비슷한 수준이었다.
전문가들은 배출권 거래시장과 관련에 초기에는 관심도가 떨어져 부진할 것으로 예상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점차 활성화되고 산업에 미치는 영향도 확대될 것으로 전망했다.
◆후성‧에코프로 등 관련기업 주가 ‘동반상승’
이날 개장한 배출권시장은 각 기업이 정부에서 할당 받은 계획 기간 내 총배출권과 이행연도별 배출권을 온실가스종합정보센터(GIR)에 등록하고 이를 거래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시장은 초기에는 일반 개인투자자는 참여할 수 없고 기업들만 거래할 수 있도록 했다. 참여기업은 정부로부터 배출권을 할당받은 525개사 가운데 499개사다. 여기에 수출입은행, 산업은행, 중소기업은행 등 3개 공적 금융기관 등이 더해져 총 502개사가 참여했다.
거래는 정부 허용량보다 온실가스를 적게 배출한 기업이 남는 허용량을 판매하고, 허용량을 초과한 기업은 그만큼 배출권을 사는 방식으로 이뤄졌다.
매매체결은 낮은 매도 가격 우선, 시간상 선 주문 우선의 원칙에 따라 진행된다. 가격 상하한폭은 기준가격의 ±10%이며 매일 변동된다. 거래 수수료는 매매가격의 0.1%이다. 사전에 100% 증거금을 내야 하므로 미수금이나 공매도가 없다.
다만, 시행 초기인 데다 기업 대 기업 간 거래만 이뤄지는 만큼 당사자 간 ‘협의매매’도 가능하도록 한다. 주문 프로그램 내 게시판에 익명으로 원하는 가격과 수량을 공지할 수 있고 거래를 원하는 업체는 상대방의 연락처를 한국거래소에 문의해 협의매매 신청을 할 수 있다.
탄소배출권 거래제는 1차로 2015년부터 2017년까지이며 2020년까지 세 차례에 걸쳐 시행된다. 이번 1차 계획에 따른 거래는 세부지침 사항 미정으로 부진할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하며, 전문가들은 탄소배출권 거래 시장이 관련 산업에 미치는 영향은 미미할 것으로 전망했다.
그러나 실제, 탄소배출권 시장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자 온실가스 저감시설을 보유한 후성과 반도체 공정 유해 폐가스 처리 시스템을 개발한 에코프로의 주가가 3∼6% 오르는 등 상승세를 보였다.
이외에도 탄소배출권 거래재와 관련된 기업인 휴켐스, 한화, 한솔홈테코 등의 주가도 동반상승했다.
◆할당 거래량 부족…기업 반발 ‘들썩’
한편, 할당된 거래량이 지나치게 낮다는 주장과 함께 기업의 반발이 속출했다. 당초 기업은 20억2100만 톤의 탄소 배출권을 신청했으나, 정부는 2017년까지 예정한 배출권은 15억 9800만 톤으로 4억 톤(20%)이나 부족한 실정이다.
배출권이 부족한 상태에서 할당량을 채우려면 매입경쟁이 일어나며, 이 경우 가격이 치솟을 것이라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또 실제 온실가스 감축을 통해 남는 허용량이 있다고 해도 기업들이 배출권을 파는 데 소극적일 수밖에 없다는 시각도 제기됐다. 초반부터 배출권을 시장에 내놓으면 정부 허용량이 과도하게 할당된 것으로 보일 수 있기 때문이다.
이밖에도 기업은 배출권을 사지 않고, 탄소 배출 시 3배의 과징금을 내야 하기 때문에 앞서 525개 기업 중 절반에 가까운 240여 곳이 환경부에 이의신청을 제기한 바 있다.
이와 관련해 최경수 한국거래소 이사장은 “배출권 시장은 긴 호흡으로 시장을 발전시켜 나가는 ‘우보만리’의 지혜가 요구된다”면서 “단기간의 시장성과에 집착하게 되면 ‘온실가스 감축목표 달성’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그는 “거래소는 배출권거래제의 시장제도를 개선하는 등 배출권 시장을 국제적인 경쟁력을 갖춘 시장으로 성장시키며, 글로벌 연계에도 대비하겠다”고 말했다.[시사포커스 / 진민경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