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세계 넘버원’을 기치로 내걸고 새롭게 재도약하겠다는 포부를 드러낸 CJ대한통운이 양승석 신임 대표 취임 두 달여 만에 ‘갑질 논란’과 항만 크레인 무단 설치 논란에 휘말리며 곤혹스러운 표정을 짓고 있다.
지난해 11월 14일 취임한 CJ대한통운 양승석 신임 대표이사 부회장은 기존의 ‘세계 탑 5 물류기업’ 목표에서 한 단계 진일보한 ‘세계 넘버원’이라는 목표를 제시하며 ‘세계 넘버원 물류기업이 될 수 있는 토대를 만들자’는 포부를 밝혔다.
이같은 목표는 양승석 대표가 전 세계를 돌며 근무했던 글로벌 전문 경영인이라는 점에서 나온 것으로 보인다. 양 부회장은 1977년 현대중공업에 입사해 1999년 현대자동차로 자리를 옮긴 이후 터키 생산법인 이사, 중국판매본부장, 인도법인장 등을 거쳤다. 2005년에는 현대제철, 다이모스, 글로비스 사장 등을 지냈으며 2009년에는 현대차 대표이사 사장을 역임했다.
특히 양승석 대표는 과거 34년간의 직장 생활 중 16년 가량을 중국·인도·터키·러시아 등 전 세계를 무대로 활동하면서 근무하는 곳에서마다 뛰어난 성과를 창출해낸 글로벌 전문 경영인이라는 평가를 받아 왔다.
양승석 대표는 이날 “84년간 현재 한국의 번영을 이룩하는 데 견인차 역할을 해왔다”며 “막중한 직임을 맡아 책임감과 사명감이 무겁다”는 소회를 밝혔다.
하지만 CJ대한통운은 ‘양승석 체제’가 출범한 지 두 달여 만에 지난해 우리나라를 들끓게 만들었던 ‘갑질’ 논란에 이어 대산항에 대형 크레인을 몰래 설치해 무단으로 사용했다는 의혹을 받으며
◆하도급업체에 횡포?…“우리도 피해자”
지난 1일 공정거래위원회(이하 공정위)는 “CJ대한통운이 하도급 업체에 계약서를 제때 써주지 않고 해당 계약을 일방적으로 취소했다”며 CJ대한통운을 조사하고 있다고 밝혔다.
공정위에 따르면 CJ대한통운은 2013년 9월 H사가 브라질로 대형크레인을 운송하는 사업을 발주하자 화물운송 주선업체인 K사와 협력해 입찰에 참여해 수주에 성공했다.
하지만 CJ대한통운은 당시 즉시 계약서를 쓰지 않고 7개월여 후인 지난해 4월에 계약서를 써준 것으로 확인됐다.
여기에 K사는 지난해 6월 일정 등의 문제로 H사가 발주한 사업이 취소되자 CJ대한통운이 일방적으로 계약을 취소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에 따라 해외 선사로부터 운송 작업을 준비하다 투자비를 모두 날린 K사는 막대한 타격을 입은 것으로 알려졌다.
알려진 바에 따르면 CJ대한통운과 K사가 처음 합의한 금액은 선박을 빌리는데 필요한 220만 달러와 화물 운송 등 작업에 필요한 비용 65만 달러 등 총 285만 달러(약 30억 원)지만, 285만 달러의 계약 금액 중 CJ대한통운이 K사에 지불한 금액은 57만 달러(약 6억 원)인 것으로 전해졌다.
CJ대한통운 관계자는 CJ대한통운 측이 계약서를 늦게 써줬다는 K사의 주장에 대해 “현장에서 당연한 관행”이라며 “(운송할) 크레인을 만들고 그 크레인을 브라질로 운송하기 위한 선박을 불러야 하기 때문에 입찰 성공 후에도 계약서 작성이 지연되는 것은 불가피하다”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H사의) 발주에 따라 K사가 선박을 주선해 예정된 기일을 제시했는데, H사가 크레인을 제작하는 과정에서 지연 사유가 발생해 해당 선박이 도착하더라도 크레인이 다 제작되지 않을 것으로 예측됐다”면서 “이에 따라 H사가 해당 선박을 보유한 선사에 위약금을 물고 계약을 해지하기로 결정, 위약금을 물기로 했다”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K사가 해당 선사에 지급하기 위해 H사에 청구한 위약금을 살펴보던 H사가 무언가 이상한 점을 발견해 해당 선사에 직접 물었더니 K사가 청구한 위약금이 실제보다 부풀려 있음을 발견했고 여기서 분쟁이 생겼다”면서 “K사의 요구가 중간에 낀 우리를 통해 H사로 전달됐기 때문에 현재 우리도 함께 H사로부터 고소된 상태”라고 설명했다.
H사가 K사와 CJ대한통운을 고소하고 계약이 취소됐으니 계약을 파기한 것은 어쩔 수 없는 측면이 있다는 것이다. 이 관계자에 따르면 K사는 위약금을 부풀리는 과정에서 사기 미수·사문서 위조 등의 행위를 자행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관계자는 “K사가 이 규모의 위약금이 아니면 안 된다고 강력하게 주장해 어쩔 수 없이 그대로 H사에 전달하는 바람에 우리도 K사에 당한 측면이 있다”고 덧붙이고 검찰 조사에서도 그런 점이 잘 반영됐으면 하는 바람을 드러냈다.
한편 공정위는 이같은 사후 계약서 작성 관행에 대해 “관행이라 하더라도 하도급법에 위반되면 책임을 물을 것”이라고 밝힌 바 있어 향후 공정위 조사 결과가 주목받게 됐다.
◆불법 크레인 무단 설치? “정식 절차 거쳤다”
여기에 CJ대한통운은 최근 대산항에 대형 크레인을 몰래 설치해 불법으로 사용했다는 의혹도 받고 있다.
언론 보도에 따르면 CJ대한통운은 지난 2013년 9월 2000tu급 겐추리 크레인을 대산항 4부두에 무단으로 설치해 10회에 걸쳐 불법적으로 사용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설치에 수십 일이 걸리는 2000tu급 겐추리 크레인에 대해 대산청이 아무런 제지하지 않고 묵인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유착 관계를 의심하는 시선도 일부 제기됐다.
특히 관리·감독의 책임이 있는 대산지방해양항만청(이하 대산청)이 해당 크레인의 설치 과정을 인지하면서도 즉시 철거하지 않거나 형식적인 과태료 부과 처분을 내리고, 같은해 10월 사후 승인을 해주려다 불합격 처리되는 해프닝마저 일어나며 CJ대한통운과 대산청이 비난을 함께 받고 있는 실정이다.
대산청과 CJ대한통운은 불법크레인을 철거하지 않고 휠로드 구조 변경 용역을 의뢰하는 등 사후 승인을 재시도했으나 또 부적합 처분을 받았고, 민원이 제기되자 지난해 7월 하루 단위로 3번의 크레인 철거 통보를 하는 등 대산청 역시 이해할 수 없는 행보를 보인 것으로 드러났다.
현재 CJ대한통운의 행위는 안전이 우려되는 불법 크레인을 10회에 걸쳐 몰래 사용하는 등 항만안전을 심각하게 위협하는 행위라는 지적이 나온다. 문제가 된 부두는 매립으로 조성된 항만시설로 2000tu급 대형 크레인을 무분별하게 설치하면 호안 붕괴 등 항만 안전이 심각하게 우려받을 확률이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반면 언론 보도와 달리 CJ대한통운 관계자는 이날 <시사포커스>와의 통화에서 무단 설치가 절대 아니라고 항변했다. 이 관계자는 “알려져 있다시피 정말 큰 크레인이기 때문에 설치도 오래 걸리고 눈에 띄지 않을 수가 없다”며 일부 언론이 보도한 ‘몰래 설치했다’는 식의 의혹을 부인했다.
그는 해당 크레인에 대해서도 “당연히 정상적인 절차를 밟아 들여온 것”이라며 “다만 추후 승인 과정에서 수많은 기준 중 한 두개의 기준이 미달돼 승인을 못 받은 것인데 왜 그렇게 보도가 되고 있는지 모르겠다”고 답했다.
이 관계자는 “또한 추후 승인 과정에서 미진한 부분을 해소하기 위해 과거에도 현재도 관련 업체에 조사 용역을 맡기는 등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에 따르면 ‘봐주기’ 논란이 일었던 대산청의 태도도 지나치게 부풀려진 측면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항만 한 곳이 지역경제에 기여하는 바는 매우 크다”면서 “배 한 척이 기항해 화물을 내리고 싣는 과정에서 창출되는 경제효과가 한 회당 수 억대에 달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에 각 항만들은 각 선사를 유치하기 위해 ‘포트 세일즈’까지 펼치고 있는 형국”이라고 덧붙였다.
이는 선적이 용이해질수록 항만의 경쟁력이 높아지기 때문에 무단 설치도 아닌 대형 크레인을 즉시 철거하는 것이 오히려 항만으로서는 손해기 때문에 되도록 설비를 살리려는 것이지, 마치 CJ대한통운과 대산청이 유착돼 비리를 저지르고 있는 것처럼 보도되는 것은 억울하다는 입장으로 풀이된다.
또한 이 관계자는 “기업 입장에서도 대형 크레인의 설치는 큰 투자”라며 “현재 해당 크레인은 봉인된 상태이고 미진한 점을 보완해 승인을 통과하기 위해 조사 용역을 꾸준히 의뢰하는 등 만전을 기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아무래도 대기업이다보니 보도를 접하는 분들께서 안좋은 시선으로 바라볼 수밖에 없는 것도 이해하고, 항변할수록 좋지 않은 반응이 더 확산될까 우려된다”며 검찰이나 공정위의 조사 결과가 좋은 방향으로 마무리돼 의혹이 잘 마무리 됐으면 하는 바람을 드러냈다. [ 시사포커스 / 김종백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