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민의 눈물을 닦아주는 새로운 정치세력의 건설을 촉구하는 모임’(국민모임)은 지난 12일 본격적인 신당창당 행보에 나섰다. 국민모임의 신당창당 작업에 따라 새정치연합의 새 지도부를 뽑는 전당대회와 맞물려 야권 재편 움직임에 적지 않은 영향이 미칠 것으로 전망된다.
앞서 새정치민주연합을 탈당한 정동영 전 의원과 함께 김성호 전 의원 탈당해 국민모임의 신당창당 작업에 합류했다. 이들이 기폭제로 작용해 신당이 세력을 확장한다면 새정치연합에 상당한 위협이 될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다.
특히 원내대표를 지낸 천정배 전 의원이 거취를 국민모임에 합류하는 것을 고민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국민모임은 4월 국회의원 보궐선거에 후보를 내는 방안도 검토 중이며 새정치민주연합 내 개혁파와 노동계, 정의당과 노동당 등의 합류를 촉구할 것으로 예상된다.
◆‘국민모임’ 신당창당 본격 시동
시민사회와 학계 등 재야 진보인사로 구성된 ‘국민의 눈물을 닦아주는 새로운 정치세력의 건설을 촉구하는 모임’(이하 국민모임)이 본격적인 신당창당 활동에 들어섰다.
지난 12일 국민모임은 서울 프란치스코 교육회관에서 ‘새로운 정치세력, 왜 필요한가’라는 주제로 1차 국민대토론회를 열고 신당의 필요성과 지향점을 제시했다.
이도흠 한양대 교수는 ‘새로운 정치세력의 가치와 노선’이라는 제목의 발제를 통해 “새정치연합은 야당으로서 비전과 정체성, 리더십을 상실한 채 여당의 2중대로 전락했다”며 “알량한 '배지권력'에 만족해 타성에 젖어 지역주의와 패권을 강화하는데 일조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이 교수는 “새정치연합은 노동을 배제하는 데 동참하면서 진보적 동력과 지지를 상실했다"며 "무엇보다도 대중을 이해하지도 함께 하지도 못하고 분단모순, 계급모순, 민족모순에 대한 인식이 부족해 계급모순이나 민족모순을 희석하는 레드컴플렉스와 지역주의를 극복하려 하지 않고 이에 편승했다”고 지적했다.
‘야권교체를 통한 정권교체는 가능한가’를 주제로 한 발제에서 이해영 한신대 교수는 신당의 정체성에 대해 “비(非)중도 진보정당”이라고 규정하면서 “과거 정치사에서 명멸했던 수많은 중도 실험으로 시간을 낭비할 여유가 없다”고 강조했다.
특히 국민모임은 앞서 새정치민주연합 정동영 전 의원이 탈당한 것에 대해 큰 환영의 뜻을 표했다. 국민모임은 보도자료를 통해 “정 전 의원이 대중적 진보정당 건설에 밀알이 되주길 바란다”고 기대감을 밝혔다.
이어 국민모임은 “중도정당은 기회주의 세력으로 전락해 박근혜 정부를 견제하거나 양극화를 극복할 수 없다”며 “시민사회와 노동계, 진보정치세력의 적극적인 참여를 촉구하겠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국민모임은 서울에서 열린 대국민 토론회를 시작으로 전국을 돌며 국민대토론회를 개최하는 등 신당창당의 당위성과 홍보에 주력할 방침이다.
◆연이은 탈당…야권 재편 급물살
최근 정동영 전 의원과 함께 새정치민주연합을 탈당한 김성호 전 의원은 신당창당 작업에 합류하게 된 배경과 관련, “현재 새정연이 가는 길하고 저희들이 추구하는 정치적 길이 너무나 달랐다”고 말했다.
13일 김성호 전 의원은 KBS라디오 ‘안녕하십니까, 홍지명입니다’에 출연해 “지난해 세월호 협상과정에서 대통령이 제시한 가이드라인에 따라서 협상하는 걸 보면서 새정연이 최소한의 야당 역할도 포기했구나, 그런 생각을 저희들이 가졌기 때문에 중도보수를 지향하는 현재의 새정연과 합리적인 진보정당으로 진화해야 한다는 제 생각이 달랐다”며 이같이 밝혔다.
그러면서 김 전 의원은 “새정연은 새정연의 길을 가고 저는 또 저의 정치적 길을 가는 게 올바르지 않겠느냐는 판단을 했다”고 덧붙였다.
김 전 의원은 신당창당에 대한 부정적인 시각과 관련 “정치적 출발 자체가 민주당이기 때문에, 민주당은 저에게 사실 정치적 뿌리이고 어머니 같은 품이죠. 근데 따뜻한 어머니 품을 떠나려고 하는 사람이 누가 있겠습니까?”라면서도 “저희들은 지난 5년 동안 그런 부분들을 위해서 정치인으로서 할 수 있는 최선의 노력을 다했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비주류의 의견을 민주적으로 수용하지 않고 제가 앞서 말씀드린 최소한 민주당이 중도 개혁정당으로써 필요한 경제민주화조항, 보편적 복지조항 그런 부분들에 대해서 핵심적인 가치, 정당으로써 갖춰야 될 핵심적인 가치와 노선들을 일방적으로 전부 다 폐기를 하거나 수정을 해버렸다”라고 토로하기도 했다.
정 전 의원의 4번이나 탈당한 전력에 따라 진정성을 의심하는 여론과 관련해 “진정한 의미의 탈당은 이번과 같이 중도보수로 우경화된 새정연에서 합리적 진보를 추구하는 국민모임이 만드는 신당에 합류하는 이번 탈당이 진정한 의미에 있어서 노선과 같이 했다는 탈당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4번이니 하는 것은 정치적 공격이라고 보고 있다”고 선을 그었다.
김 전 의원은 또 “정 전 의원은 아직 참여를 안 했다. 신당을 창당하는 데 뒤에서 도움을 주는 역할에 그치는 것이지 정 전 의원이 신당을 창당하는 것은 아니다”라면서 “참여는 하게 되지만 정면에 나서서 당 대표를 맡거나 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새정치연합 내부에서의 추가 탈당 여부에 대해서는 “아무래도 전 의원이 정치적으로 행동하기가, 또 선택을 하기가 자유로운 측면이 있기 때문에 1차적으로 전 의원들이 했다”며 “전 의원들 중에는 이런 국민모임에 크게 공감하는 의원들이 꽤 많이 있기 때문에 순차적으로 상황을 보면서 합류할 것으로 생각한다”고 예상했다.
아울러 김 전 의원은 향후 창당 과정에 대해서는 “국민모임 쪽에서 오는 4월 28일 재보궐선거에 직접 참여한다고 이야기를 했다”면서 “최소한 3월 중순쯤, 4월 재보궐선거 한 달 전쯤에는 정식 창당이든 아니면 최소한 창당준비위원회 정도는 만들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천정배 신당 합류 주목
정치권에서는 국민모임의 성패는 민주당 원내대표를 지냈던 천정배 전 의원의 합류 여부에 달려 있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천 전 의원은 지난해 7·30 재보선에서 광주 광산을 공천 탈락한 이후 지역 내 정치연구소를 개설하며 활동하는 등 재기를 위해 노력해왔다. 이와 관련 지난 해 연말부터 천 전 의원은 국민모임으로부터 ‘함께 하자’는 제안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만약 천 전 의원이 국민모임에 합류해 주로 활동하는 지역인 광주 서구 을에 출마할 경우 당선이 유력할 뿐만 아니라, 야권 분열에 심각한 타격을 입을 수밖에 없다.
그렇기 때문에 새정치연합은 천 전 의원이 출마할 것을 대비해 당력을 총동원해서 광주를 사수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광주 서구 을에 당력을 모두 동원한다면 서울 관악을, 성남 중원에서 집중이 약해질 수밖에 없다. 이같이 새정치연합이 우려하고 있는 상황이 전망되고 있는 만큼 천 전 의원의 행보가 더욱 주목되고 있다.
앞서 천 전 의원은 12일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현재로선 탈당할 생각이 없다”고 밝히면서도 “새정치연합이 이번 전당대회를 통해 비전을 제시하지 못한다면 (야권이) 과연 어떤 세력을 갖고 희망을 줄 수 있을 것인가에 대해 숙고할 것”이라며 신당 합류 가능성을 내비치기도 했다.
이어 그는 “정치권 안팎에 나라를 걱정하는 분들이 새로운 비전을 갖춘 새로운 정치세력을 만드는 것은 당연한 일이고 국민과 역사에 대한 의무라고 생각한다”며 “이런 점에서 국민모임의 분들을 굉장히 평가하고 있다”고 국민모임에 대해 긍정적인 평가를 내렸다.
반면 천 전 의원은 당장 4월에 있을 보궐선거에 국민모임에 합류하지 않아 야권 분열의 가능성이 높지 않다는 분석도 나왔다. 천 전 의원은 오는 4.29 보궐선거에서 광주 서구 을 출마에 적극 대응할 생각임을 밝혔다.
그러면서 그는 “정동영 상임고문 등이 추진하고 있는 ‘국민모임’ 취지에는 공감한다. 정 고문이 합류한 만큼 잘 됐으면 좋겠다”면서도 ”현재로선 새정치민주연합을 탈당할 생각이 없다“고 신당 합류설을 일축하기도 했다. [시사포커스 / 김지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