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첩 파문’ 문건 배후 둘러싼 진실공방
‘수첩 파문’ 문건 배후 둘러싼 진실공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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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준석-음종환 비롯 모임 참석자 주장 엇갈려

▲ 김무성 대표의 수첩 속 적시된 당시 모임 참석자들 간에도 이준석 전 비대위원과 음종환 전 청와대 홍보관의 대화에 대한 주장이 엇갈리고 있다. ⓒ뉴시스

김무성 수첩 속 ‘비선실세 국정개입 문건’ 배후 K,Y가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와 유승민 의원이라고 언급한 것으로 알려진 음종환 전 청와대 홍보수석실 행정관(46)이 14일 사표를 제출했다.

이준석 전 비대위원은 김무성 대표 수첩에 적힌 ‘문건(정윤회) 배후는 K, Y. 내가 꼭 밝힌다. 두고봐라. 곧 발표가 있을 것’에서 음종환 청와대 행정관이 K가 김 대표이고 Y가 유승민 의원이라고 했다고 폭로했다.

그러나 그날에 있었던 상황과 발언들이 이 전 비대위원과 음 행정관 간에 엇갈리고 참석자들의 입장이 대비되면서 김무성 수첩을 둘러싼 진실공방이 벌어지고 있다.

이와 관련 새누리당 내에서는 비박계를 중심으로 청와대 공직기강문제와 인적쇄신론이 재점화돼 계파 갈등이 또다시 불거지고 있다.

◆이준석 “K, Y가 김무성, 유승민인지 재차 확인”

이준석 전 비대위원은 술자리 중 음종환 전 행정관과의 대화에서 ‘비선실세 국정개입 문건’ 배후에 대한 발언을 했다고 줄곧 주장하고 있다.

지난해 12월 18일 당시 술자리에는 이준석 전 비대위원, 음종환 전 행정관을 비롯해 손수조 새누리당 부산 사상구 당협위원장, 이동빈 청와대 행정관, 신용한 대통령 직속 청년위원회 위원장이 함께 했다.

이준석 전 비대위원은 ‘음 전 행정관이 K,Y가 배후다’라고 언급한 것과 관련 “(음 행정관과) 배후에 관한 사건의 본질에 관한 얘기를 하다 이 사건의 배후에는 김무성, 유승민도 있다고 이야기를 들었다”고 말했다.

15일 이 전 비대위원은 MBC라디오 ‘신동호의 시선집중’와의 인터뷰에서 “K, Y라는 표현 자체는 김무성 대표께서 수첩에 적으시면서 약자 처리하신 것”이라며 이같이 밝혔다.

이 전 비대위원은 당시 술자리에서 나눴던 이야기에 대해 “음종환 행정관님 입장에서 생각하기에 제가 방송에서 말했던 내용 중에 오류라고 생각하는 부분들을 좀 지적하고 이런 이야기가 좀 있었다”며 “아무래도 저는 방송하면서 신문에 있는 내용들에 의존해가지고 얘기할 수밖에 없는데 그렇다면 선배께서 고급 정보를 좀 주실 수 있다면 어떤 것이 있을 수 있을까에 대해서 얘기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제가 그 당시에 제가 뭐 워낙 사실관계상 이해하기 어려운 이야기이기 때문에 반문하고 그랬던 기억이 있다”며 “사실 그 단계에서 그 얘기를 저는 전혀 믿진 않았지만 또 반대로 워낙 이제 그 사안이 엄중하다 보니까 재차 확인했다”고 강조했다.

이 전 비대위원은 그러면서 “(음 행정관에게)정황에 대해서 질문을 드렸지만 거기에 대해서 사실 진지하게 대답해주시진 않았다”고 설명했다.

또 이 전 비대위원은 이같은 내용을 여권의 인사도 알고 있었다고 밝혔다. 그는 “김무성 대표에게 전달할 때도 ‘최근에 청와대에서 일하시는 분들과 자리가 있었는데 사건의 배후로 당을 지목하는 이야기가 있어 놀랐다’고 전달했더니 그 자리에 배석한 분 중 하나가 ‘그렇다면 발언한 분이 음씨냐’고 반문해 사실 확인을 해드린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그는 배석한 분 중 음 행정관의 이름을 거론한 인사가 평소에 대표나 유승민 의원에게 비판적인 의견을 갖고 있었을지도 모른다고 추측하기도 했다.

김무성 대표 쪽이나 친박계쪽의 갈등으로 가진 않을까하는 우려에 대해서는 “음종환 행정관이여러 의원들 같이 보좌관 생활을 오래 하셨기 때문에 이정현 의원을 특정해가지고 갈등이 생기고 이럴 것 같지는 않다”고 답했다.

▲ 새누리당 이준석 전 비대위원은 김무성 수첩 속 문건 배후 K,Y가 김무성 대표와 유승민 의원이라고 음종환 전 청와대 홍보관이 지목한 사실을 폭로했다. ⓒ이준석 페이스북

◆관련자 입장 제각각…진실 어디에?

이준석 전 비대의원의 거듭되는 주장에도 불구하고 음 전 행정관 및 관련자들을 그의 주장과 어긋나는 모습을 보였다.

특히 문건 배후는 K, Y가 김무성 대표와 유승민 의원이라고 지목한 것으로 알려졌던 음종환 전 행정관은 이 전 비대위원의 주장을 전면 부인했다. 14일 연합뉴스에 따르면 음 전 행정관은 “(이준석 주장은) 터무니없는 얘기다. 내 훈계를 많이 섭섭해 한다고 하더라”라고 밝혔다.
음 전 행정관은 “그날(12월 18일)은 검찰이 박관천 경정에 구속영장을 청구한 날이다. 내가 ‘박관천은 피라미다. 조응천이 배후다. 반드시 밝혀낼 거다’라는 얘기는 했다”며 “이준석이 잘못 알아들은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 그는 “나는 ‘조응천이 (19대 총선 때) 대구 북구을에 나가려다가 안 됐고 유승민 의원한테 찾아가서 줄 대려고 하더라’는 얘기를 했다. 조응천이 김 대표에게 어떻게 했는지는 내가 자세히 모르지만 ‘김 대표한테도 당연히 줄을 대려고 했겠지’라는 얘기를 하면서 ‘조응천은 정치적 욕심 외에 대통령은 안중에도 없는 사람이다. (문건 파문 뒤 청와대 공격하는) 인터뷰를 하지 않았느냐. 그런데 그런 사람 말을 믿고 (방송에서 비판하고) 있다’는 얘기를 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같이 직접 대화를 나눴던 음 전 행정관과 이 전 비대위원의 주장이 엇갈린 가운데, 문제는 함께 자리를 했던 관련자들의 주장도 어긋나고 있다.

신용한 대통령 직속 청년위원회 위원장은 “‘당시 음 전 행정관이 이 전 비대위원에게 잘 좀 해라. 너마저 그러면 되느냐. 조응천이 자기 정치하려고 김무성 대표 찾아가려고 했고 유승민 의원을 만난 걸 안다. 조응천은 자기 정치하려고 문건 갖고 물 흐려놓은 사람이다’는 발언을 한 것 같다”며 “이준석은 상당히 기분 나빠했던 것 같다. 둘끼리 주로 얘기해서 어떤 얘기가 오갔는지는 정확히 알 수 없다. 나는 ‘배후’ 운운하는 얘긴 못 들었다”고 설명했다.

또 손수조 새누리당 부산 사상구 당협위원장은 “내가 있을 때는 전혀 배후 얘기가 안 나왔다. 둘이 얘기하는 상황이었다. 음종환이 A라고 한 얘기를 이준석이 B라고 들은 것 같다”고 전했다.

▲ 이번 수첩 파문으로 인해 새누리당 내에서는 계파 갈등이 불거지면서 청와대의 인적쇄신을 촉구하는 목소리가 거세지고 있다. 사진 / 유용준 기자

◆靑 공직해이·인적쇄신론 부상

이번 파문으로 인해 친박(친박근혜계)과 비박간에 미묘한 신경전이 펼쳐지는 등 여권 전체에 긴장감이 흐르고 있다. 앞서 14일 새누리당 최고중진연석회의에서는 청와대 인적쇄신을 촉구하는 비박계와 친박계가 공개적으로 충돌하는 일이 벌어지기도 했다.

또한 새누리당 내에서는 비박계를 중심으로 청와대 공직기강문제와 인적쇄신론이 다시금 부상하고 있다.

당내 각 계파 소속 의원들은 수첩 파문과 관련해 잇따라 비판의 목소리를 내고 있어 파문이 쉽게 가라앉이 않을 것으로 보인다.

‘김무성계’로 분류되는 김성태 새누리당 의원은 평화방송 ‘열린세상 오늘 윤재선입니다’와의 인터뷰에서 “여당의 대표와 중진 의원을 논란의 배후로 지목하고 책임을 전가하는 발언을 했다는 것은 이것은 매우 잘못된 것”이라면서 “김무성 대표는 박근혜 대통령을 배출한 집권당의 대표에요. 이 당 대표가 대통령 잘 모실려고 그렇게 무던한 노력을 하고 있는데 정작 청와대 참모라는 사람은 집권당 대표를 우습게 본다는 것은 이것은 용납할 수도 없는 것”이라고 청와대를 향해 강하게 질타했다.

그는 청와대의 음 전 행정관 사표 처리에 대해서도 “그런 정도로만 끝날 일은 아니다"라면서 "분명한 것은 수평적이고 건강한 당청 관계를 만들기 위해서는 첫 번째는 청와대 비서진들의 근본적인 인식 변화가 시급한 것이고 만일 청와대 참모들이 계속 이런 인식을 가지면 당청관계는 분명히 불편해질 수 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그는 아울러 “당 대표가 지금처럼 어찌됐든 간에 대통령을 그렇게 잘 모실려고 하고 있는데 청와대 사람들은 그걸 계속 삐딱하게 쳐다본다고 한다면 김무성 당 대표인들 용 빼는 재주가 있겠나? 참는다, 참는다 인내해도 한계가 있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친이계인 김영우 수석대변인도 이날 YTN라디오 ‘신율의 출발 새아침’과의 인터뷰에서 “이런 일이 벌어졌다는 것 자체만으로도 정말 당혹스럽고 어이없는 일이다. 당 대표, 그리고 국회의원에 대한 배후설, 이런 것은 정말 옳지 않고 근절되어야 한다”면서 “이런 일이 자꾸 벌어지고 있는 배경, 원인, 이런 것에 대한 (청와대의)쇄신책이 필요하지 않나”라고 촉구했다.

김 수석대변인은 청와대로부터의 정치혼란이 계속되는 원인에 대해 “공직기강 해이”라며 “실무진 차원에서 이렇게 자꾸 갈등이 빚어지고, 또 여러 가지 국민들의 의혹을 살만한 여러 의혹이 있어서는 안 된다. 그래서 이런 것에 대해서는 단도리해야 한다”고 비난했다.

그는 또 “굉장히 중요한 것은 대통령께서는 비서관들에 대한 신임, 이런 것들을 강력하게 피력하셨잖나. 그런데 만에 하나 비서관들 사이에서 또 다른 제 3,4의 이런 안 좋은 일이 벌어지면 그때는 정말 수습이 안 되는 것”이라고 레임덕을 우려하기도 했다. [시사포커스 / 김지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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