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덩이 가계부채…고정금리 대출 확대 ‘탁상행정’
눈덩이 가계부채…고정금리 대출 확대 ‘탁상행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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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합형 대출, 2017년 갑작스런 고금리 적용 노출 가능성”
▲ ‘3대 취약 고리’로 분류되는 저소득자, 고연령자, 자영업자의 부채 비율이 눈에 띄게 증가해 우려의 목소리가 놓아지고 있다.ⓒ뉴시스

작년 11월 기준 예금취급기관의 가계부채가 738조 2000억원으로 집계됐다. 여기에 보험사와 카드사 분까지 합치면 1100조원이 넘었을 것으로 추산됐다. 이같이 눈덩이처럼 불어난 가계부채에 국민들은 허리가 휜다며 울분을 토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특히 ‘3대 취약 고리’로 분류되는 저소득자, 고연령자, 자영업자의 부채문제 해소가 가장 시급하다고 진단했다.

◆ 저소득-고령-자영업 ‘흔들흔들’

‘3대 취약 고리’ 중에서도 가장 두드러진 문제는 저소득층의 부채문제다. 소득 5분위 배율 중 가장 최하위 20%에 속하는 1분위의 가계부채비중이 눈에 띄게 증가하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1분위의 가계부채비중은 2012년 430%에서 2014년 524%로 급증했다. 게다가 낮은 신용도로 대출시 고금리가 적용되면서 1분위에 속하는 저소득층은 소득의 70%정도를 원리금 상환에 쏟아 붓고 있는 실정이다. 향후 금리가 더 인상되는 상황을 가정하면 ‘저소득층 원리금 부담 가중→가계부채비중 폭발적 증가→저소득층 양산’의 악순환은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고령층의 부채비율 상승도 간과할 수 없는 수준이다. 최근 주택금융규제가 완화되면서 고령층에서는 주택담보대출 수요가 급증하고 있다. 50대‧60대 이상의 주택담보대출 비중은 2009년 각각 26.9%, 15.1%였는데 작년 3월기준 31%, 19.7%로 증가했다. 이러한 흐름은 주택을 구입해 사업목적으로 활용하려는 고령층이 늘어나는 추세가 반영된 것이다.

전문가들은 소득증가율이 오르지 않는데도 주택담보대출의 비율만 계속해서 치솟는 이 같은 상황에 대해 우려한다. 특히 50대 이상의 경우 실물자산 보유 규모가 커 자산대비 부채비율은 낮지만 실물자산을 매각하지 않고는 부채 상환 능력이 떨어진다는 점, 소득이 실물 자산이나 임대보증금에 치우쳐있어 부채상환능력이 경기에 크게 동요될 수 있다는 점이 문제점으로 지적됐다.

금융위 관계자는 “작년 하반기 부동산 규제완화 조치로 가계부채가 급속히 늘면서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면서 “정부차원에서 가동할 수 있는 대안을 내달초에 제시할 계획”이라고 언급했다.

심각한 가계 부채 문제의 마지막 연결고리인 자영업자의 가격부채비중도 일반적인 상용근로자의 181%보다 59% 높은 240%로 집계됐다. 자영업자의 경우 비은행권 대출과 만기일시 상환 비중이 높고 채무가 개인‧기업부분으로 중복된다. 게다가 계속된 내수침체로 인해 소득 기반이 취약한데도 불구하고 부채 규모는 상용근로자 보다 크다는 점에서 가계경제를 위협하는 도화선이 될 가능성이 높다는 지적이 우세하다.

▲ 금융당국이 가계부채 해소를 위해 고정금리 대출의 비중을 늘리는 정책을 추진했다. 이에 대해 전문가들은 실효성이 없는 정책이라고 꼬집었다.사진 / 홍금표 기자

◆저금리 현상 ‘뚜렷’…고정금리 왠 말?

정부는 이 같은 ‘3대 취약 고리’를 끊기 위해 그동안 고정금리 대출의 비중을 늘리는 등의 정책을 시행해왔다.

그러나 정부가 가계부채 핵심 대책으로 내놓은 고정금리대출 확대 정책이 ‘임시변통’에 불과하다는 지적이 쏟아져 나와 빈축을 샀다.

금융당국은 앞서 2011년부터 고정금리대출 확대 정책을 추진해왔고, 오는 2017년까지 전체 가계대출에서 고정금리대출 비중을 40%까지 확대한다는 입장이다. 실제 지난해 1월 신규 가계대출 중 고정금리대출 비중은 14.5%에 불과했으나, 같은 년도 3월 33.1%, 5월 42.6%, 11월 48.6%로 꾸준히 늘어나는 흐름을 이어왔다. 이러한 추세가 이어진다면 금융당국이 단언한 ‘2017년 고정금리대출 비중 40%대 진입’은 무난해 보인다.

하지만 이 같은 통계에는 허점이 있었다. 고정금리 대출 비율이 집계되는 과정에서 혼합형 대출까지 포함돼 실제 실적보다 크게 부풀려진 것이다.

혼합형 대출은 3~5년 동안 고정금리를 유지하다가 변동금리로 바뀌는 상품유형이다. 15~35년에 달하는 대출 상환기간의 극히 일부분 동안 고정금리가 유지되지만, 당국은 혼합형 대출 실적을 고정금리대출로 인정해줬다. 결과적으로 따져봤을 때 3~5년 후면 변동금리로 바뀔 대출이 늘어난 것일 뿐인데 고정금리대출 비중이 크게 증가한 것처럼 포장된 것이다.

고정금리대출 비중을 확대하는 것 외에 가계부채를 줄이기 위한 대안이 없었던 금융당국은 세계적인 저금리 현상으로 시중 금리가 낮아지면서 고정금리대출의 인기가 급격히 식기 시작하자 은행들을 다그쳤다. 이에 은행들이 ‘울며 겨자 먹기’로 고안한 것이 바로 ‘혼합형 대출’이다.

이에 4대 시중은행인 신한, 국민, 우리, 하나은행 등이 내놓은 혼합형 대출 상품은 전체 고정금리 주택담보 대출 실적 중 39조6209억원(88.9%)에 달하는 기염을 토했다. 그러자 일각에서는 혼합형 대출 가입자의 경우 ‘저금리 혜택을 누리지 못한 채 금리 변동의 위험에만 노출될 가능성이 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올해나 내년 미국의 연방준비이사회(FRB)가 금리 인상을 단행할 경우 전 세계 시장금리가 다시 오를 가능성이 크다. 이렇게 되면 지난해 3년 고정금리의 혼합형 대출을 받은 사람은 2017년 변동금리로 바뀔 때 갑자기 높은 금리에 고스란히 노출되게 된다는 것이다.

이준협 현대경제연구원 경제동향분석실장은 “혼합형 대출도 금리 인상기에 금리 변동의 위험을 겪는 건 마찬가지”라며 “현재는 고정금리여서 금리가 일정하지만 3년 후 변동금리로 전환될 때 금리가 한꺼번에 오르는 리스크에 노출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금융연구원 박종규 선임연구위원은 “시장금리가 올라가면 싼 금리에 고정금리대출을 내놓은 은행들의 건전성 악화가 우려되는 상황”이라며 “고정금리대출 확대가 가계대출의 건전성을 개선한다고 보기도 힘든 만큼 시장 자율에 맡길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한국금융연구원 임형석 연구위원은 “혼합형 대출은 고정금리형 기간이 제한돼 금리인상 시기에 가계의 금리변동 위험을 온전히 커버할 수 없다”면서 “변동금리로 전환되는 혼합형 대출 규모가 단기간에 집중되지 않도록 정책당국은 대출 갈아타기 유도 등을 통해 대출 발생 규모를 분산시킬 필요가 있다”고 주장하기도 했다.[시사포커스 / 진민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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