움츠러 있던 김무성 ‘주도권’ 잡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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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세 국면 탈피, 적극적인 모습 보이기 시작

▲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가 청와대를 의식하며 개헌 문제를 꺼내지 않았지만 이재오 의원이 개헌의 필요성을 강조하면서 다시금 개헌을 언급하고 있다. 사진 / 홍금표 기자

새누리당 내 친박계의 집중적인 공격으로 수세에 몰리던 김무성 대표가 다시 심기일전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특히 ‘수첩 파문’을 통해 그동안 부진했던 여당 내 ‘주도권’을 잡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그동안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는 작년 중국 방문 이후 청와대 및 새누리당 내 및 친박계 의원들로부터 집중적인 ‘견제’를 받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이 때문에 ‘당내 입지는 물론 차기 대권주자로서의 존재감까지 약화되는 것이 아니냐’는 의구심을 정계 전반으로 받기에 충분했다.

◆ 개헌 언급 다시 꺼내

그렇지만 김무성 대표로부터 일종의 ‘반격’이 시작되었음을 알리는 징후는 지난 1월 7일부터 나타나기 시작했다. 즉 이날 김무성 대표는 “개헌이 필요하다”는 취지의 발언을 한 것이다.

그동안 박근혜 대통령이 “경제 살리기가 우선이기 때문에 개헌 논의는 하지 않는 것이 좋다”고 집중적으로 못을 박은 상황임을 볼 때 김 대표의 개헌 논의 가능성 언급은 일종의 ‘반란’으로 해석될 여지도 있다.

김무성 대표는 지난해 10월 중국 상하이 방문 도중 “내년부터 개헌을 해야한다” 취지의 발언을 해 청와대와 극심한 갈등을 겪은 바 있다. 청와대와 당내 친박계 의원들의 집중적인 견제로 이 무렵부터 시작됐다.

이에 김 대표는 그동안 청와대를 의식하며 몸을 상당히 사리는 듯한 모습을 보여왔지만 그로부터 두 달 여가 지난 1월 7일에 그동안 묵혀두던 개헌의 필요성에 대한 언급을 다시 꺼내는 모습을 보였다. 이렇게 김무성 대표가 굳이 개헌의 필요성을 강조한 배경을 두고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이날 김무성 대표는 이날 최고중진연석회의가 끝난 직후 가진 비공개 자리에서 “현재 우리나라 풍토에서는 대통령 선거에 패배한 후보가 선거 바로 다음날부터 대통령에 반대하며 차기 선거를 준비하는데, 이렇게 권력이 집중되어서는 국가가 안 된다”며 “이 문제를 해결할 방법을 고민해야 한다”며 개헌의 필요성을 언급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러한 김무성 대표의 발언은 공개회의 석상에서 친이계 좌장으로 꼽히는 이재오 의원이 개헌을 강조한 데 대한 답변 차원에서 나온 것이다. 이때 김무성 대표는 회의 석상에서 “현재 대통령에 권력이 집중된 제도로는 국가가 안된다”는 취지로 개헌 필요성을 언급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 대표의 이 같은 발언에 대해 이인제 최고위원 등 당내 몇몇 인사는 “지금으로서는 시기가 좋지 않은 것 아니냐”며 개헌 논의에 대해 부정적 의견을 밝히기도 했지만, 김 대표의 취지에 수긍하는 의원도 있는 등, 얼마 전까지만 해도 개헌론에 대해 일체 언급을 꺼리던 분위기와는 많이 달라졌다는 전언이다.

▲ 청와대는 개헌에 대해 거부감을 표하고 있으며 김무성 대표는 이에 대한 논란을 서둘러 진화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뉴시스

◆ 청와대 향해 유화 제스처 취해

한편 정치권에서는 김무성 대표가 개헌 논의를 해야 할 필요성에 대한 주요 배경으로, 이날 김 대표가 “권력 집중 문제 때문에 개헌을 논의해야 한다”고 언급했다는 점을 들어 자신에 대한 청와대와 친박계로부터의 집중적인 견제에 대한 불편함을 간접적으로 드러낸 것으로 해석하는 분위기다.

하지만 김무성 대표의 언급대로 당내에서 개헌 논의가 본격적으로 시작될 지는 여전히 미지수로 남아있다. 무엇보다 청와대가 개헌에 대해 거부감을 보이고 있으며 친박계를 중심으로 여당 일각의 “개헌은 시기상조”라는 목소리가 강하게 형성되어 있다는 점을 볼 때, 개헌 논의가 동력을 얻을 수 있을지는 불확실하다.

이렇게 개헌론 발언을 두고 당 안팎에서 말이 많아지자 김무성 대표는 이에 대한 논란을 서둘러 진화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지난 1월 8일 김무성 대표는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전날 비공개 회의에서 개헌을 언급한 이유에 대해 “어디까지나 개헌의 논리에 대해 이야기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지난 1월 14일에 가진 신년 기자회견에서도 김무성 대표는 “국가의 먼 장래를 볼 때 개헌의 필요성은 우리 모두 공감하고 생각을 같이하고 있다고 본다”며 “하지만 지금 당장 꺼야 할 발등의 불(여기서는 ‘경제 살리기’를 의미)이 우리 앞에 와있다”며 지극히 신중한 태도를 취했다.

그런가 하면 김무성 대표는 박근혜 대통령을 적극적으로 옹호하는 듯한 취지의 발언을 하기도 해 관심을 모으기도 했다. 지난 1월 11일 김무성 대표는 “당대표인 저 김무성부터 시작해서 박근혜 대통령을 반드시 지키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이날 김무성 대표는 대구 북부정류장 인근에 위치한 한 무료급식소에서 “박근혜 대통령께서는 대한민국을 깨끗하게 만들어보려고 굉장히 고생하시고 잠도 안 주무시고 일한다”며 “그럼에도 (아랫) 사람들이 대통령을 잘못 모셔서 요즘 대통령이 머리가 아파 죽으려 한다”고 다소 과격한 표현을 섞어가며 발언했다.

김무성 대표는 “지난 대선 때 대구 시민 여러분이 표를 제일 많이 몰아준 사람을 대통령으로 만들어놓았다”며 “아직 박 대통령의 임기가 3년 이상 남아있는데, 대통령이 잘 되어야 우리나라가 잘 되지 않겠느냐. 시민 여러분께서 잘 도와주길 간절한 마음으로 부탁드린다”고 적극 강조했다.

이어 김무성 대표는 “새누리당 국회의원들이 똘똘 뭉쳐 박 대통령이 완전히 우리나라를 새로운 대한민국으로 만들 수 있도록 온몸을 던져 잘 보호하고 돕겠다는 약속을 드린다”고 장담했다.

이날 김무성 대표의 발언에 대해 정계 일각에서는 “일단 김 대표가 이 같이 말한 장소가 대구라는 점을 염두에 두어야 한다”고 보는 분위기다. “무엇보다 대구는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지지가 변함없이 굳건한 지역이기 때문에 이를 충분히 의식한 상태에서 발언한 것”이라는 해석이다.

이렇게 김무성 대표는 청와대를 의식하며 유화적인 제스처를 취하기도 하는 등, 당-청 관계 개선에 고민을 거듭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하지만 이른바 ‘수첩 파동’이 터지면서 그동안 소강상태를 보여 왔던 당-청 관계가 다시 긴장 모드로 재돌입하고 있는 모양새를 띠고 있어 정계의 초미의 관심사가 되고 있다.

▲ 김무성 수첩 속 ‘문건 배후 K, Y’가 언론에 공개되자 논란이 일파만파 퍼져 당청간의 갈등이 부각되는 모양새다. ⓒ뉴시스

◆ ‘수첩 파동’으로 다시 긴장 상태 돌입?

이른바 ‘수첩 파동’의 발단은 지난 1월 12일 국회 본회의장에서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의 수첩에 적힌 내용이 한 언론사 카메라에 포착되면서 시작됐다. 김무성 대표의 수첩에는 “청와대 문건 파동 배후는 K·Y”라는 메모가 적혀있었다.

이 문구가 과연 무슨 의미인지를 두고 정계가 발칵 뒤집혔다. 결국 여기서 ‘K’는 김무성 대표, ‘Y’는 새누리당 유승민 의원이라는 사실이 드러났다. 더욱이 이 같은 내용은 이준석 전 새누리당 비상대책위원이 지난 12월 18일 청와대 음종환 홍보기획비서관실 선임행정관으로부터 들은 것으로 밝혀졌다.

파문이 겉잡을 수 없이 커지자 음 행정관은 결국 1월 14일 오후 사표를 제출했으며 청와대는 음 행정관의 사표를 수리하고 면직처리하기로 방침을 세우는 등 서둘러 진화에 나서는 모습이다.

하지만 이 사건은 이른바 ‘진실게임’의 양상으로 번져나갈 소지가 충분하기 때문에 파문은 쉽게 가라앉지 않을 것으로 전망하는 분위기가 우세하다. 이와 더불어 “김무성 대표가 의도적으로 본인의 수첩 내용을 노출시킨 것 아니냐”는 의혹까지 제기되면서 새삼 당-청 갈등이 부각되는 모양새다.

한편 김무성 대표는 지난 1월 14일 국회에서 열린 신년 기자회견에서 ‘수첩 파문’에 대해 고의성에 대해서는 해명을 하면서도 이 같은 음해성 이야기가 나오게 된 대에는 강한 불만을 표시했다.

김무성 대표는 “수첩 메모의 내용은 어느 자리에서 이 이야기를 들었다. 처음에 들을 때 하도 황당한 이야기여서 메모했다”며 “그런데 너무 황당한 얘기이기 때문에 신경 쓰지 않고 있었는데, 본회의장에서 다른 메모를 찾다가 사진이 찍힌 것”이라고 해명했다.

김 대표는 “이렇게 문건 유출에 관여했다는 음해를 당하는 것도 사실 참으로 기가 막히는데 어제 종편 등의 뉴스를 보니 내가 의도적으로 그것을 사진 찍히려고 그런 짓을 했다는 누명을 씌우는 것도 정말 기가 막히다”고 토로했다.

한편 이날 신년 기자회견은 김무성 대표가 모처럼 여당 대표로서의 존재감을 과시한 자리로 평가된다. 수첩 파문으로 당-청 관계가 다시 모호해지려는 양상을 보임에도 불구, “적극 소통하겠다”는 ‘러브콜’을 적극 피력했다.

김무성 대표는 당-청 관계에 대한 질문에 대한 답변으로 “당과 청와대는 한 몸이다. 공동운명체”라고 강조하며 “당-청간에 간극이 있는 것처럼 알려지기도 하고 그렇게 보일 수도 있기도 했다”고 말했다.

또한 김 대표는 지금까지는 당-청간 불편 없이 소통해왔지만 좀 더 밀접한 소통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며 “앞으로 박근혜 대통령과 정기적으로 만나 격의 없는 대화를 하겠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김무성 대표는 한때 자신이 적극적으로 주장한 것으로 알려진 기업인 가석방 문제에 대해선 “‘가석방은 80% 형기를 채워야 한다’는 법무부의 준칙이 있다”며 “이것을 깨기에는 현재로서는 어려운 이야기라고 생각한다”며 실현 가능성을 상당히 낮게 평가했다.

하지만 김무성 대표는 “경제위기 극복을 위해 국가역량을 총집결해야 한다”며 “경제위기극복을 위해 기업인들에게 기회를 줬으면 좋겠다”고 말해 다소 여운을 남기기도 했다. 청와대의 방침을 존중하면서 자신의 견해도 살짝 가미하는 예의 화법을 다시 한 번 구사한 것이다.

이와 더불어 김무성 대표는 국회의원 공천문제와 관련해서는 “공천권을 국민에 돌려드리겠다”고 강조해 국민공천제(일명 오픈프라이머리) 도입 방침에 변함이 없다는 점을 다시 한 번 상기시켰다.

또한 김무성 대표는 차기 대권도전 여부에 대한 기자들의 질문에 대해서는 “당대표의 역할에 대해 충실히 하는 것 이외에 어떤 것도 생각할 겨를이 없다”며 언급을 회피했다. 이 또한 청와대 및 당내 친박계와의 관계를 의식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와 더불어 김 대표는 새누리당 일각에서 제기되는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 영입에 대해서는 “당의 문호를 활짝 열고 천하영웅호걸을 모셔서 경쟁하게 해야 정권 재창출을 할 수 있다”며 “그 대상엔 어느 누구도 배제될 수 없다”고 견해를 피력해 상당히 유연한 모습을 과시하기도 했다. [시사포커스 / 문충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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