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원순 서울시장에 대한 여당의 본격적인 공세가 시작됐다. 새누리당은 평소 ‘박원순 저격수’를 자처해 온 이노근 의원을 중심으로 가칭 ‘박원순 인사검증 특위’를 가동하기로 했다. 특위에서는 박 시장의 인사문제를 집중거론할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새정치민주연합과 박원순 시장은 난색을 표하며 강력 비판하고 나섰다. 서울시는 이같은 새누리당의 공세에 대해 공식적인 일체의 언급을 삼가하며 새누리당의 움직임을 당분간 지켜보겠다는 입장이다.
◆새누리, ‘박원순 저격 특위’ 구성
새누리당이 박원순 서울 시장의 인사 문제를 집중적으로 다루는 당내 특별위원회를 구성한다고 밝혀 정치적 견제가 아니냐는 논란이 일고 있다. 박원순 시장의 정무직 공무원과 산하 기관 인사를 농단으로 규정하는 모양새다. 특위의 정식 이름은 박원순 서울시장의 인사단행 의혹 전상조사단이다. 특위는 박원순 시장의 정무직 공무원과 산하 기관 인사문제에 대해 검증하는 역할을 하게 된다.
특위에는 이른바 ‘박원순 저격수’라고 불리는 새누리당 이노근 의원을 비롯해 유일호(정무위), 김용남(환노위), 박인숙(안행위) 윤영석(안행위), 황인자(안행위) 의원이 명단에 포함됐다.
이는 앞서 새누리당 이인제 최고위원이 지난 7일 박원순 서울시장의 서울시 및 산하기관 인사와 관련해 ‘권력의 사유화’라고 질타하며 당 차원에서 감사원의 감사를 요청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특히 서울시립대 초빙교수직을 거론하며 박 시장의 정치적 인맥을 임명하여 관리를 했었다고 지적한 바 있다.
이에 14일 새누리당은 “지방자치에 낙하산 보은 인사, 권력사유화가 만연하게 되면, 재정 문제를 포함한 지방자치제도 전반에 위기가 올 수 있다”면서 “이번 진상조사단의 활동을 통해 지방자치가 뿌리부터 건강해질 수 있도록 위기의 내재적 요인을 철저히 짚어보고, 한 단계 발전 가능한 대책을 강구하겠다”고 14일 특위 구성 계획을 밝혔다.
이를 두고 일각에서는 새누리당은 대권 후보인 박원순 시장을 견제하는 것이 아니냐는 시선도 나오고 있다.
이노근 의원은 서울시 인사 관련해서 “(서울시가)무방비 상태. 적어도 시민통제, 감사원 통제, 의회 통제, 또 행정 통제가 상당한 사각지대가 있다”고 말했다.
이노근 의원은 15일 CBS 라디오 ‘박재홍의 뉴스쇼’와의 인터뷰에서 “서울시는 그 자리에 소위 ‘시피아’라고 그러죠. 박원순 시장이 서울시에 해당되는 자리를 시민단체 출신 또는 자기 측근 출신, 또 코드인사 같은 출신. 그러면 어느 정도 그래도 비슷하게라도 해야죠. 이건 도저히 납득이 가지 않는다”라며 이같이 밝혔다.
이 의원은 특히 박원순 시장이 서울시립대 초빙교수와 관련해 “인사에 총책임자 역할을 실질적으로 하는 것이 시장이고 그리고 정무부시장이죠. 이런 것들이 다 정무라인을 통해서 이루어진다”며 “또 같이 선거를 치르고 공동선거대책위원장을 한 사람의 상황도 다 알 거고 이런 사람들이 시립대에 가 있다는 걸 모른다고요? 그건 사실 왜곡”이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이어 그는 “서울메트로의 경우에 사장이 누구입니까? 이게 안전 사고가 많이 나고 또 항상 지하철이라는 게 전문성을 요하는 기관인데, 이걸 증권회사 대표했던, 노조위원장을 했던 분을 갖다놓고 이게 상식적으로 납득이 안 간다”고 덧붙였다.
특정 지역 편중인사 문제가 현 정권인 여당도 자유롭지 못하다는 지적에 “관피아 문제가 작년에도 중앙정부를 상대로 해서 작년, 재작년에 목소리를 내고 그랬다. 그래서 관피아 문제가 상당 부분 사라졌다”면서도 “‘중앙정부에서 잘하는데 여기에서는 못 한다’ 이런 건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새누리당이 유력한 야권 대선후보를 견제하려는 질문에 대해 이 의원은 “작년, 재작년에서도 이 문제를 지적했고 국정감사에서도 이 문제를 지적했고, 그런데 도저히 시정이 안된다”며 “개인적으로 박원순을 딱 찍는 게 아니라, 개인을 제가 뭐 어떻게 저격을... 저격이라는 말은 적정치 않기 때문에 그것은 표현상 어폐가 있습니다마는, 그런 것들을 시정하도록 촉구하고 지적하는 것”이라고 답했다.
◆새정치, “적반하장도 유분수” 강력 반발
지난해 지방선거 당시 박원순 시장캠프의 대변인을 맡았던 새정치민주연합의 진성준 의원은 특위에 대해 “서울시는 공무원법이 정하고 있는 인사절차와 원칙에 따라서 적법하게 인사하고 있다“라고 밝혔다.
진성준 의원은 CBS 라디오 ‘박재홍의 뉴스쇼’와의 인터뷰를 통해 “박근혜 정부의 총체적인 인사 실패를 물타기하고 또 박원순 시장을 흠집을 내려는 터무니없는 정치공세”라며 이같이 말했다.
이어 진 의원은 “이명박 정부와 박근혜 정부하에서 벌어지고 있는 보은성 낙하산인사가 너무나 만연하다 보니까, 그들 눈에는 그렇게 보이는 것”이라며 “시장과 시정철학을 공유하면서도 과연 자질과 능력이 되느냐. 이것이 중요한 거거든요. 그런데 자질과 능력이 되는 사람을 인사시스템에 의해서 적재적소에 선발하는 것을 두고, 새누리당이 그렇게 정치공세를 펴고 있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특히 앞서 이노근 의원이 서울시 부시장이 3명이 특정 지역출신, 서울시장의 인사문제, 서울대공원의 인사문제 등 인사전횡에 대해 지적한 것에 대해서는 “전부 다 끼워 맞추기 식”이라며 “서울시의 어지간한 중고위직 인사들은 전부 다 이명박 정부를 따라 나갔기 때문에, 고위직 인사를 할래야 할 수 있는 인재풀이 없었다. 그래서 지금 서울시 행정 1부시장이나 2부시장 모두 이른바 특정 지역 출신 인사들로 되어 있는데, 이분들은 그 자리에 오르기 위해서 필요한 필수적인 과정과 직위들을 다 거친 분들이다. 능력이 돼서 된 것이지 특정지역출신인사라서 특혜를 받고 우대한 게 아니다”라고 선을 그었다.
새누리당이 왜 이 시점에 박원순 시장 특위까지 구성한 것에 대한 질문에 그는 “두 가지 의도가 있다고 생각한다”며 “하나는 비선실세를 덮고 물타기 하려고 하는 의도가 하나 있다. 두 번째로는 박원순 시장이 우리 서울 시민들로부터 큰 신임을 받고 국민으로부터도 사랑을 받는 야권의 유력한 대선주자니까, 미리부터 흠집을 내놓자는 의도가 작동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또 이노근 의원의 지적사항과 관련해서는 “이노근 의원의 지적과 문제제기가 워낙에 정파적이고 자의적”이라며 “단순하게 경력과 이력 하나를 들어서 정치공세를 일삼으니까 전혀 반향을 일으키지 못하는 것”이라고 지적하기도 했다.
서울시의회 새정치민주연합도 “적반하장도 유분수”라며 비난을 가세했다. 지난 15일 서울시의회 새정치연합 장우윤 대변인은 자료를 내고 “‘박원순 저격수’를 자임해 온 서울시 공무원 출신들을 주축으로 이른바 ‘박원순 저격특위’를 띄웠다는 보도를 보고 실소를 금할 수 없다”고 밝혔다.
장 대변인은 이어 “박 시장이 올바른 시정을 펼치도록 견제하고 감시하고 정책을 제안하는 책임은 서울시의회에 있고, 시의회에는 새누리당 소속의원들도 있는데 새누리당 중앙당이 마치 서울 시정이 엄청난 비리나 의혹이 있는 것처럼 호도하는 특위를 만들었다는 데 대해 기가 막힐 따름이다”고 힐난했다.
장 대변인은 그러면서 “박근혜 정부 출범 이후 선임된 공공기관장 153명 가운데 절반에 이르는 75명이 소위 ‘낙하산 인사’로 채워진 것을 볼 때 적반하장도 유분수”라고 지적했다.
아울러 장 대변인은 “국회의원이 해야 할 역할은 중앙정부의 인사난맥이나 청와대의 항명 등 국정농단과 조직문란행위를 검증하고 바로 잡는 것”이라며 “시의원이 해야 할 일을 하고 싶으면 국회의원을 사퇴하고 서울시의원에 출마하라”고 질타했다.
◆박원순 ‘황당’ 市행정 전념키로
박원순 서울시장은 새누리당의 자신을 저격하는 목적의 특위를 두고 불편한 기색을 표했다.
박 시장은 새누리당을 향해 “제가 보기엔 ‘저격 특위’가 아닌 ‘민생 특위’가 만들어질 때라고 생각한다”라고 힐난했다.
16일 <경향신문>에 따르면, 박원순 시장은 지난 15일 인터뷰에서 이같이 말하며 “정치권에서 분열과 갈등 대신에 화합과 단결하는 모습, 어려움을 돌파하려는 노력을 해야 하는데 우리끼리 누군가를 저격하는 게 온당한 일인가. 황당한 일이다”라고 비난했다.
그는 이어 “나름대로 (서울시장의 역할을) 잘해왔고 지금 잘하고 있다고들 하지 않나. 열심히 하려고 하는 사람에게 저격이라니”라면서 “(인사) 조사를 해보면 되레 상을 주시지 않을까. 나름대로 제가 가진 원칙을 지켜왔다고 생각한다”며 편파인사 논란을 일축했다.
앞서 박 시장은 지난 8일 서울시 출입기자단과의 오찬간담회에서도 입장을 밝힌 바 있다. 당시 박 시장은 “물론 완벽한 인사는 있기 쉽지 않다고 생각하며 늘 반성하고 있지만 전문성 있는 분을 모시려고 공정한 시스템에 따라 노력한다”며 “서울을 아주 조용하면서도 차분하게 글로벌 도시로 만들어가는 중인데 그렇게 할 수 있도록 좀 내버려두셨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특히 박 시장은 “예전에 새누리당 의원들을 뵈면 ‘박 시장이 생각보다는 잘한다’고 많이 얘기해주셨는데 선거철이 가까워 오니 목소리가 높아져 정말 힘들어지더라”며 “이젠 선거철도 끝났으니 좀 내버려두시라"고 말했다.
새누리당은 박원순 시장에 대해 ‘인사전횡’이라며 비판의 목소리를 높이고 특위까지 구성한다고 밝히자 박원순 시장은 “제가 보기엔 ‘저격 특위’가 아닌 ‘민생 특위’가 만들어질 때라고 생각한다”라고 꼬집었다.
한편 특위 구성과 관련, 여당에서도 우려의 목소리가 조금씩 나오고 있다. 이 특위 구성 자체가 정치적 논란을 불러일으켜 새정치민주연합의 유력한 차기 대권 후보인 박 시장의 정치적 위상만 더 띄워주는 것이 아니냐는 것이다. [시사포커스 / 김지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