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메비우스’ 등을 판매하는 JTI코리아가 정부의 세금 인상에 따른 담뱃값 인상을 완료하면서 모든 담배 회사들이 담뱃값 조정을 마쳤지만 이번엔 외국계 회사들을 중심으로 담뱃값 인하 경쟁이 벌어지고 있어 눈길을 끌고 있다.
지난 15일 JTI코리아가 ‘메비우스’ 6종의 가격을 4500원으로 올리면서 새해 벽두부터 벌어졌던 ‘담뱃값 인상 지연’ 논란이 모두 일단락됐다. 하지만 그간 인상 여부에 많은 관심이 쏟아졌던 것과는 반대로 이제는 인하 여부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지난 1일 가격을 올린 KT&G는 전 제품의 인상폭을 2000원으로 확정했으나, BAT코리아가 단계적 인상 방침을 밝히자 BAT코리아 등 외국계 회사들을 중심으로 가격 조정 움직임이 포착되고 있기 때문이다.
업계 1위 KT&G와 ‘말보로’로 대표되는 업계 2위 한국필립모리스는 신고 후 6일 뒤 가격을 변경할 수 있다는 관련 규정에 따라 지난달 24일 일찌감치 담뱃값 변경 신고를 마치고 새해 첫 날 일제히 기존 가격에서 2천원씩을 인상했다.
하지만 ‘던힐’ 등을 판매하는 업계 3위 BAT코리아와 ‘메비우스’(구 마일드세븐) 등을 판매하는 JTI 코리아는 “외국계 회사라 본사와의 협의가 늦어져 신고를 완료하지 못했다”며 담뱃값 인상을 계속 지연해 시장에서 혼선이 빚어졌다.
일각에서는 BAT코리아 등이 시장 점유율 확대를 위해 재고분의 가격을 인상하지 않는다는 따가운 시선을 보냈고 소매점으로부터 웃돈을 주고 재고를 회수하고 나섰다는 얘기도 돌았다. 애연가들은 인상되지 않은 담배를 찾기 위해 부지런히 발품을 파는 ‘던힐·메비우스 대란’이 일기도 했다.
더군다나 BAT코리아가 던힐 시리즈의 인상 폭을 2000원이 아닌 1800원으로 결정하자 업계에 파장을 불러 왔다. BAT코리아의 주요 제품인 던힐 4종은 리뉴얼된 제품을 대상으로 지난 13일부터 4500원에 판매하고 있다. BAT코리아는 “단계적으로 올릴 계획”이라며 추후 4700원으로 200원 더 인상하겠다고 밝혔지만 그 시점에 대해서는 확정된 바가 없다.
인상폭에 대해 확정한 바 없다던 JTI코리아는 BAT코리아가 인상폭을 결정하자 눈치를 보듯 이틀 뒤에 메비우스의 인상폭을 던힐과 같게 설정했고, 일찌감치 2000원의 인상폭을 확정했던 한국필립모리스가 뒤따라 가격을 4500원으로 내릴 계획을 밝히며 인하 경쟁에 동참했다. 한국필립모리스의 ‘말보로’와 ‘팔리아멘트’는 19일부터 4500원으로 인하된다.
현재 가격 인하 경쟁을 주도하고 있는 것은 BAT코리아다. BAT코리아는 던힐 시리즈 뿐 아니라 ‘보그’에 대해서도 파격적인 가격을 내놨다. 기존에 2300원에 판매되던 보그를 1200원만 올린 3500원에 판매하기로 결정한 것이다. JT코리아도 기존에 2500원에 판매되던 ‘카멜’을 1500원만 올린 4000원에 판매하기로 했다. 양사의 인상 폭은 대체적으로 2000원보다 낮다.
BAT코리아가 이처럼 가격 경쟁을 주도하고 있는 것은 지난 2011년의 뼈아픈 기억에 기인한다. 지난 2011년 BAT코리아는 원가부담 등을 이유로 담뱃세와 무관하게 던힐 시리즈 등의 가격을 2700원으로 200원씩 인상했는데 소비자들의 반응이 냉담해 점유율이 추락하고 필립모리스에 2위를 내줬던 아픈 기억을 가지고 있다.
BAT코리아가 이번 담뱃값 인상을 계기로 다시 KT&G의 주력 제품들과 가격을 맞춘 것은 2011년의 실수를 인정하는 것 아니겠냐는 것이 업계의 반응이다.
하지만 담배는 담배사업법에 의거해 판촉과 가격할인이 철저히 금지되고 있는 품목이다. 이같은 BAT코리아의 인상폭 조절 전략이 결국은 판촉이나 가격할인과 같은 효과를 부르고 있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제기되는 이유다.
업계는 3500원에 판매되는 보그의 경우가 이를 방증해준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현재 담뱃세가 총 3368원에 달하고 소매점 마진과 재료비 등 원가를 포함할 경우 BAT코리아는 보그를 판매할수록 손해가 발생한다.
한편 KT&G는 이들 업체들이 인상폭을 2000원 미만으로 가져갔다고 하더라도 기존 제품들과 비슷한 수준이기 때문에 가격 인하를 검토하고 있지는 않는 것으로 알려졌다. [ 시사포커스 / 김종백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