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車, 통상임금 판결…노사갈등 ‘도화선’ 될까
현대車, 통상임금 판결…노사갈등 ‘도화선’ 될까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재계 “통상임금 관련, 하급심 판결 기준 명확해져”
▲ 법원이 현대차 그룹 노조가 제기한 ‘통상임금 소송’에 일부승소 판결을 내렸지만, ‘고정성’요건은 인정해주지 않아 사실상 사측이 소송에서 승리한 것이라는 시각이 지배적이다.ⓒ뉴시스

현대차 노조가 ‘통상임금 소송’에서 일부 승소 판결을 받아냈지만 ‘고정성’요건을 인정받지 못해 사실상 법원이 사측의 손을 들어준 것과 다름없다는 의견이 제기됐다.

당초 현대차 상여금 시행세칙에 있는 ‘15일 미만 근무자에게 상여금 지급을 제외한다’라는 조건을 놓고 사측은 통상임금 성립 요건 중 하나인 고정성이 결여됐다고 주장했고, 노조는 ‘퇴직자에게 상여금을 일별계산해서 지급한다’는 규정을 근거로 고정성이 있다고 주장하며 입씨름을 해왔다.

마침내 16일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 42부(마용주 부장판사)는 “현대차는 옛 현대자동차서비스 근로자 2명에게 합계 400여만원을 지급하고, 나머지 청구는 기각한다”고 발표했다. 현대차는 1999년 현대정공(현 현대모비스)‧현대차서비스와 합병했는데, ‘15일 미만 근무자에게 상여금 지급을 제외한다’는 규정이 현대차와 현대정공의 상여금 시행세칙에는 있지만 현대차서비스에는 없다는 것이 요지였다.

통상임금에서의 고정성이란 업적이나 성과 등 추가적인 조건과 관계없이 당연히 근로자에게 비용이 지급되는 것이 사전에 확정되어 있는 성질을 일컫는다. 대법원은 2013년 12월 통상임금 성립 요건으로 정기성, 일률성, 고정성 3가지를 제시한 바 있다. 그러나 이후 재판부마다 통상임금과 관련된 소송의 판결이 각기 다르게 나오면서 각 업계 노사갈등의 골은 깊어졌다.

이에 이번 판결에 따른 재계의 움직임에 관심이 집중됐다.

▲ 이번 판결과 관련해 재계는 “존중한다”면서도 현장에서 새로운 갈등이 야기될 수도 있는 가능성에 대해 우려했다.ⓒ뉴시스

◆ 재계, 안도와 우려 교차
이번 판결과 관련해 16일 한국경영자총협회는 “그동안 하급심에서 대법원의 취지를 반영하지 못하고 엇갈린 판결을 내렸던 것과는 달리 이번 판결은 통상임금의 고정성을 명확히 밝힌 것으로 존중한다”고 말했다.

이어 “하지만 정기상여금을 통상임금으로 인정하면서 신의성실의 원칙을 적용하지 않은 것은 종전의 관행과 합의를 무책임하게 뒤집고 무리한 요구를 하는 노동조합 소속 근로자들의 주장을 받아들인 것”이라고 지적했다.

또 경총은 “이번 판결은 최근 저성장기조 속에 많은 기업이 위기에 봉착하고 있는 상황에서 기업의 인력운용에 대한 부담을 심화시킬 것으로 우려된다”고 덧붙였다.

전국경제인연합회은 “서울중앙지법의 현대자동차 통상임금 1심 판결은 대법원 전원합의체가 판시한 고정성 요건에 따라 명확히 판단한 것”이라면서 “최근 일부 하급심의 일관성 없는 판결로 야기될 수 있는 소송확산 우려를 해소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해석했다.

전경련은 “그러나 극히 일부 근로자들의 상여금만을 통상임금으로 인정해, 현장에서 새로운 갈등이 야기될 가능성이 있어 우려스럽다”고 말했다.

대한상공회의소 관계자는 “이번 판결을 계기로 통상임금 문제로 내홍을 겪고 있는 다른 기업 노사들도 소송까지 치닫지 말고 대화와 타협으로 해결해야 할 것”이라며 “당연히 지급해야 할 임금을 안 준다면 문제가 있겠지만 그동안 명확한 노동부의 산정지침에 의해 임금을 지급해왔다는 사실을 노사 모두 알고 있었는데 뒤늦게 작은 규정을 문제 삼은 것은 적절치 않다”고 강조했다.

그렇다면 실제 기업관계자들은 생각은 어떨까. 현대중공업 관계자는“지난해부터 진행 중인 임금단체협상에서 사측은 이미 상여금의 700%를 통상임금으로 포함하겠다고 제시해 잠정합의안을 낸 적이 있다”며 “합의안이 부결되긴 했지만 통상임금 문제가 조합원들의 반대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치지는 않은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현재 울산지법에서 통상임금 관련 1심 소송이 진행 중이다. 재판 결과를 지켜볼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한화그룹의 경우 “현대차 통상임금 판결이 나오기 이전부터 사태의 추이를 주시하고 있었지만 이번 판결에서 현대차가 사실상 승소한 것으로 보여 파급력이 떨어질 것으로 보인다”면서 “ 한화는 현대차처럼 통상임금 관련 소송이 큰 리스크로 작용하고 있지는 않다”고 말했다.

SK그룹 관계자는 “SK는 고정성이 있는 비용을 통상임금에 선제적으로 포함시킨 경우가 다수”라면서 “평소 통상임금 관련 리스크가 적은 편이어서 이번 판결에 따른 영향은 크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또 지난해 5월 서울중앙지법으로부터 ‘미지금 수당과 퇴직금 등 9959만원을 지급하라’는 명령을 받아 원고와 피고 모두 항소해 2심을 준비중인 아시아나의 경우 “법원의 판결 내용과 기준이 다르기 때문에 이번 판결에 따른 영향을 평가할 수 없다”며 “재판부의 판결을 기다려봐야 한다”고 성급한 판단을 자제할 것을 당부했다.

한편, 삼성전자와 LG전자의 경우 통상임금과 관련해 이미 노사간 합의를 마친 상태다. 삼성전자는 비연봉제 직원은 정기상여금을, 연봉제 직원은 월급여 가운데 전환금을 각각 통상임금에 포함시키기로 결정했다. LG전자의 경우 정기상여금 전액을 통상임금에 포함하기로 합의했다.[시사포커스 / 진민경 기자]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