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비맥주가 지난 36년간 남한강 물로 맥주를 만들면서 사용료를 단 한차례도 지불하지 않은 사실이 밝혀졌다. 회사 측은 억울하다는 입장이다.
19일 경기도와 여주시 등에 따르면 오비맥주는 남한강 여주보 인근 800m 지점에서 물을 취수한 뒤 이천 공장으로 옮겨 맥주를 만든다. 이와 같이 하천수를 사용할 경우에는 먼저 한강홍수통제소로부터 취수 허가를 받고 사용료를 내야 한다.
하지만 경기도의회 새정치민주연합 소속 양근서 의원에 따르면 경기도와 여주시는 오비맥주가 그동안 사용한 하천수에 대해 한 차례도 사용료를 징수하지 않았다.
양 의원은 “오비맥주가 36년 동안 사용한 하천수는 지난해 평균 1일 사용량 1만2000t 기준으로 총 1억5000만t이었다. 이를 현재 공업용수 1t당 가격 50.3원으로 환산하면 총 77억여원에 해당한다”고 설명했다.
이에 경기도는 “오비맥주의 남한강 물 사용료는 댐 건설법상 댐용수 사용료 부과 대상이므로 하천수 사용료 부과대상이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오비맥주는 ‘댐 건설 이전에 하천수의 사용허가를 받아 물을 사용하는 경우에는 사용료를 받지 않는다’는 면제 조항에 따라 댐용수 사용료도 내지 않고 있었다. 이 경우에는 지자체가 대신 하천수 사용료를 징수해야 하지만 경기도와 여주시는 이 사실에 대해 “몰랐다”고 일관했다.
경기도는 “각 시·군에 하천수 사용료 징수 권한과 관리 책임을 모두 위임했다”면서 “여주시에서 잘 하고 있는 줄 알았다”고 말했다. 여주시는 “과거 근무자들의 실수”라며 “사용료를 부과해야 하는 줄 몰랐다”고 대답했다.
여주시는 오비맥주의 ‘한강물 공짜 사용문제’ 논란이 확산될 조짐을 보이자 지난해 12월 뒤늦게 2009년부터 2010년 까지 사용한 하천수에 대한 12억여원의 사용료를 징수했다. 2009년 이전 사용료는 지방재정법 소멸시효인 5년이 지나 부과할 수 없다.
오비맥주 관계자는 “이천공장은 1979년 수백억원의 자체투자를 통해 취수장, 펌프장, 정수장을 설치하고 18km에 이르는 송수관을 연결해 전용상수를 끌어 쓰기 시작했다”며 “사회 전반적으로 낙후했던 과거 개발연대 시절에 관련 인프라를 구축해 산업용수는 물론 지역민의 식수와 생활용수를 무상 공급하는 등 지역사회에도 공헌해왔다”고 설명했다.
이어 “실질적인 비용과 기여도를 감안하지 않고 77억원 모두가 오비맥주의 이익이었던 것처럼 간주되는 것은 억울한 측면이 있다”고 덧붙였다.
또 그는 “오비맥주는 한해 세금을 1조원 정도 낸다. 사용료를 아끼기 위해 (사용료를)내지않으려는 의도는 없었다”며 “행정기관에서 사용료를 부과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고의성도 전혀 없었다”고 강조했다.
양 의원은 “경기도와 여주시가 깜깜이 행정으로 대기업인 오비맥주에 특혜를 준 것이고 이에 세수입이 탕진됐다”라고 강하게 비판하며 “국가자원인 강물을 공짜로 취수해서 맥주를 만들어 팔아왔다는 점에서 오비맥주를 ‘봉이 김선달’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라고 꼬집었다.[시사포커스 / 진민경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