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가계부채가 1060조 원을 넘어선 가운데, 올해 안으로 일시상환 해야 하는 가계대출 규모가 49조1000억 원에 육박해 부실이 표면화될 것으로 우려된다. 금융당국은 만기 연장하면 그만인 일이라 큰일은 아니라는 입장이다. 그러나 1060조 원이라는 가계부채 규모에 대해서는 위험한 것은 사실이라고 했다.
21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가계대출 규모는 1060조 원을 돌파했다. 이중 주택담보대출은 LG경제연구원이 20일 내놓은 ‘2015년 한국경제 진단, 저성장·저물가·저수익성’이란 보고서에서 “올해 부실화된 가계부채의 처리 문제가 이슈화될 가능성이 커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LG경제연구원은 “최근 가계대출 증가세는 예금은행이 주도하고 있다”라며 “지난해 1분기 2000억 원, 2분기 8조3000억 원, 3분기 12조3000억 원 늘어 증가 속도가 점점 빨라지고 있다”라고 했다.
이렇게 된 원인은 주택거래 증가, 8월과 10월의 기준금리 인하와 함께 LTV, DTI 비율 완화 때문인 것으로 LG경제연구원은 분석했다.
◆주택담보대출 중 절반 생계비, 저소득계층 취약
주목할 점은 은행 주택담보대출 중 가계의 부족한 생계비 충당 또는 자영업자들의 사업자금 등으로 사용되는 비중이 늘고 있다는 점이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해 8월과 9월 두달 동안 늘어난 주택담보대출 중 주택구입외 생계자금 목적 대출의 비중은 55.6%에 달했다. LG경제연구원은 “이는 주택담보대출 증가분 중 부동산시장으로 유입되는 자금의 비중이 채 절반도 되지 않는다는 것으로 부동산 관련 금융 규제 완화 등을 통해 달성하고자 했던 주택시장 활성화 효과가 그만큼 반감됐을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또한 가계부채가 저소득층을 중심으로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는데 위험성이 있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해 8월 이후 중·고소득계층의 가계대출 증가 속도가 2배 정도 빨라진 반면, 저소득층의 가계대출 증가 속도는 5배 이상 빨라진 것으로 나타났다.
LG경제연구원은 “부채상환능력이 취약하고 주택시장 활성화의 긍정적 효과를 누리기 어려운 계층을 중심으로 가계부채가 급증한다면 가계부채의 부실화 가능성은 높아지게 된다”고 우려했다.
또한 올해 들어 금융당국과 금융권이 대출 태도가 강화될 것으로 나타난 가운데, 은행 주택담보대출 중 올해 만기가 도래하는 일시상환대출 규모가 49조1000억 원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결국 이 일시상환 대출금을 갚기 어려운 저소득계층부터 부실이 시작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금융감독원은 큰 문제가 아니라는 입장이다. 윤용상 금감원 가계신용분석팀 조사역은 “올해 일시상환 대출액 49조 원은 대부분 만기연장을 할 수 있는 상품에 해당된다”라며 “만기 도래로 인해 개인파산자가 급증하는 등의 일은 일어날 가능성이 낮다”고 말했다.
이어 윤 조사역은 “상환 수치만 봐도 우려할 만한 수준이 아니란 것을 알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그는 1060조 원에 이르는 가계부채 규모를 무시할 수준이 아님은 부정할 수 없다고 밝혔다.
가계부채는 대부분 부동산 때문에 발생한다. 대부분의 가계에서 가장 큰 비용이 들어가는 재산은 주택이다. 주택을 담보로 빌린 돈을 갚지 못한 개인은 파산할 수밖에 없다. 이는 지난 2008년 미국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를 보면 개인파산에서 머물지 않는다는 것을 알 수 있다.
◆2008년 미국 낮은 금리로 가능했던 서브프라임 모기지 부실초래

주택구입에는 큰 목돈이 필요하므로 대부분의 사람들은 모기지 대출을 받는다. 모기지 대출이란 은행에서 자신이 구입할 주택을 담보로 주택구입자금을 빌려 주택을 사고, 그 원리금을 보통 30년에 걸쳐 은행에 조금씩 갚아나가는 형태의 대출을 의미한다. 만약 주택구입자가 상환 도중에 원리금을 갚을 수 없게 되면 은행은 담보로 잡고 있는 주택을 압류함으로써 그 손실을 보전하게 된다.
사태의 발단은 2000년대 후부터 시작된다. 2000년대 초 IT버블 붕괴, 911테러, 아프간·이라크 전쟁 등으로, 美 경기가 악화되자 미국은 경기부양책으로 초 저금리 정책을 펼쳤다. 이에 따라 주택융자 금리가 인하됐고 그러자 부동산가격이 상승하기 시작했다. 주택담보대출인 서브프라임 모기지의 대출금리보다 높은 상승률 보이는 주택가격 때문에 파산하더라도 주택가격 상승으로 보전되어 금융회사가 손해를 보지 않는 구조여서 거래량은 대폭 증가했다. 증권화된 서브프라임 모기지론은 높은 수익률이 보장되며 신용등급이 높은 상품으로 알려져 거래량이 증폭했다.
하지만 2004년 미국이 저금리 정책을 종료하면서 미국 부동산 버블이 꺼지기 시작했으며, 서브프라임 모기지론 금리가 올라갔고 저소득층 대출자들은 원리금을 제대로 갚지 못하게 된다. 증권화 돼 거래된 서브프라임 모기지론을 구매한 금융기관들은 대출금 회수불능사태에 빠지게 되고 손실이 발생했고 그 과정에 여러 기업들이 부실화 된다. 미 정부는 개입을 공식적으로 부정했고 미국의 대형 금융사, 증권회사의 파산이 이어졌다. 이것이 세계적인 신용경색을 가져왔고 실물경제에 악영향을 주어 세계 경제시장에 타격을 준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다.
◆미국발 금융위기 세계를 강타
2007년 4월 미국 2위의 서브프라임 모기지 대출회사인 뉴센추리 파이낸셜이 파산신청을 했다. 같은해 8월 미국 10위권인 아메리칸 홈 모기지 인베스트먼트(AHMI)사가 델라웨어주 웰밍턴 파산법원에 파산보호를 신청했다. AHMI는 알트-A 등급(프라임과 서브프라임의 중간 등급) 모기지가 전문인 업체다. 세계 3위 은행인 HSBC는 미국 주택시장에 뛰어 들었다가 107억 달러(약 10조 1000억 원)를 회수 못할 위기에 놓였다.
미국 보험사인 CAN 파이낸셜이 서브프라임 투자로 9100만 달러의 손실을 입었다. AIG는 최악의 경우 50억 달러의 손실을 기록할 것으로 추정됐다.
이 미국발 금융위기는 세계로 번져나갔는데 크게 세가지로 나뉜다. MBS 나 CDO 등 미국 모기지 채권에 직접 투자했거나, 모기지 채권위험에 많이 노출된 금융기관에 투자한 경우다. 서유럽 금융기관들이 이에 해당한다. 일일이 열거하기도 어려울 정도로 많은 유럽 금융기관들이 Lehman Brothers 몰락 이후 자국 정부의 구제금융을 받게 된다.
신흥국가와 같이 경제의 해외자본 의존도가 높은 경우이다. 글로벌 신용경색으로 인해 미국과 유럽의 금융기관들이 신흥국에 투자했던 자금들을 회수하면서 신흥국들의 통화가치가 폭락했다.
국가경제의 대외무역 의존도가 높은 경우이다. 금융위기가 심화되면서 선진국 소비자들의 소비가 줄어들자 대 선진국 수출의존도가 높은 국가들의 경제가 타격을 받았다. 미국발 금융위기가 실물경제의 위기를 통해 간접적으로 영향을 미친 것이다. 일본이나 외환보유고 는 크지만 수출에 의존해 급성장해온 중국이 바로 그 예다.
◆현재 국내 상황 미국의 금융위기 때 닮은 꼴?
현재 정부는 지난해 9.1 부동산 대책 등 부동산 활력을 키워 경기를 활성화시킬 셈이다. 거기에 기준금리 2%대 유지는 빚을 권하는 사회로 만들고 있다. 미국이 서브프라임 모기지가 가능했던 시기와 비슷하다. 만약 금리가 올라간다면 미국처럼 부실이 발생하지 않을지 의문스럽다. 그러나 현재 한국과 당시 미국을 바로 비교하는 것은 곤란하다는 금융당국의 입장이다.
윤 조사역은 “당시 미국은 CDO라는 위험분산채권을 통해 투자를 했는데 이중에 서브프라임 모기지도 포함돼 있었다”라며 “이는 부실 연동이 가능해 서브프라임 모기지가 상환되지 않아서 전체적으로 부실이 확장된 경우”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국내는 CDO로 만드는 경우가 없어서 당시 미국과 비교하는 것은 곤란하다”고 밝혔다.
결국에는 파이를 키우는 문제다. 벌이를 늘려서 가계의 상환능력을 키우면 가계부채는 큰 문제가 되지 않는다는 것. 그러나 양질의 일자리 제공으로 상환능력을 키우려면 시간이 오래 걸릴 수밖에 없다. 가장 손쉽고 빠른 방법은 부동산 활성화를 통한 경기 부양이다. 정부는 후자를 통해서 가계부채의 위험성을 줄여보고자 하는 것으로 해석된다. 그러나 시장에서는 주택거래는 하지 않고 주택을 담보로 돈을 빌려 생계비로 충당하고 있는 형편이다.
전문가들은 정부와 다른 해결책을 제시하고 있다. 부동산 거품은 걷어내고, 가계부채 다이어트를 유도해야 한다는 것. 새로운사회를여는연구원은 다음과 같이 밝혔다.
“침체된 경기회복 대책도 부동산 매매거래 확대이고, 전세가격 폭등 억제도 부동산 매매 거래를 늘리는 것이며, 집 없는 서민들의 주거대책도 마찬가지다. 그런데 집값도, 전셋값도, 그리고 월세 임대료도 모두 소득에 비해 절대적으로 높은 수준에 있다는 점을 정부는 자주 잊고 있다. 특히 정체돼 있는 소득에 비해 전세와 월세의 기준이 되는 집값이 절대적으로 높다는 엄연한 사실을 잊고 있다. 현재의 조건에서 부동산 가격 부양은 곧바로 가계대출 증가로 연결되는 것. 가계부채가 1000조 원 규모에 이르면서 부동산 경기 부양이나 소비촉진에 일시적이라도 도움이 되는 수준을 넘어선 상황이다. 연간 이자비용만 고려해도 최소 50조원 이상이 가계에서 은행으로 역류할 것으로 예상된다. 부채의 이자비용 부담이 소비촉진 효과를 압도하기 시작한 것. 가계부채는 늘어나는데 부동산 경기는 살아나지 않고, 경기회복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주지 못하고 있다. 부동산 정책을 고려함에 있어 금융규제 완화를 끌어들이는 것은 절대 피해야 할 것이다.” [ 시사포커스 / 박효길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