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중의 입이냐, 이회창의 책사냐
5.31 지방선거 최대의 격전지로 단연 서울시장 선거를 들고 있다. 이에 여야의 각 후보들은 가동 할 수 있는 최고의 인재들을 각 선거 캠프에 합류를 시키며 선거대책본부를 만들었다. 여기에 당 차원에서도 전력을 다하는 등 총력전을 치르고 있다. 특히 다음 대권을 노리는 대선예비주자들도 서울시장 선거에 신경을 각별히 쓰고 있어서 가히 전쟁을 방불케 하고 있다. 특히 각종 여론조사에서 1,2위를 달리는 열린우리당의 강금실 후보와 한나라당 오세훈 후보는 선거캠프에 ‘매머드급’ 인재를 가동하며 세 경쟁이 치열하다. 이런 거대 정당의 선대본에서 눈길을 끄는 사람들이 등장했다. 바로 오세훈 후보의 공동 선대본부장을 맡은 윤여준 전 의원과 역시 강금실 후보의 공동 선대본부장을 맡은 박선숙 전 환경부 차관이 그들이다. 두 사람은 이력 면에서도 몇 군데 닮아있다. 각각 김영삼·김대중 정부 시절 청와대 공보수석을 맡았다. 또한 윤 위원장이 4대 환경부 장관을 지냈고, 박 본부장은 7대 환경부 차관을 지냈다. 물론 연배로는 윤 위원장(67)이 한참 선배고 박 본부장(46)은 따라가는 입장이지만, 정가에서 이들에 대한 평판은 각기 독보적이다. 또한 시선이 쏠리는 이유는 이들이 지난 97년 대선에서 각각 김대중 후보와 이회창 후보의 입과 머리를 담당했다는 점에서 이번 서울시장 선거가 두 번째 리턴매치가 되는 셈이다. 이들은 한동안 정당과 거리를 둬온 외부인사라는 점에서 앞으로 어떤 입십과 지략을 선보일 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이회창의 책사 윤여준
지난주 일찌감치 인선을 완료한 한나라당 오세훈 후보 진영은, 서울시청 부근에 꾸린 선대본 사무실에서 '시민의견수렴기구'를 구성해 '참공약 운동'의 취지를 적극 살리겠다는 계획을 가지고 있다. 한나라당의 브레인인 여의도 연구소장을 지낸 윤여준 전 의원이 오 후보의 선거캠프에 참여 했다. 지난 두 번의 대선에서 이회창을 전면에 내세우고 패배를 당한 윤 전 의원은 이번에는 이긴다는 생각으로 선대본부장 직을 수락했다. 선거 전략가인 윤여준 전 의원의 합류로 오세훈 후보 캠프 조직은 대선급 이라는 평가를 받게 됐다. 이에 대해 그는 "과대 평가다, 감사하면서도 민망하다"고 자세를 낮췄다. 한나라당에 대한 비판적 소신을 갖고 있던 그는 박근혜 대표의 직접적인 러브콜은 마다했지만 오세훈 후보와는 손을 잡기로 했다. 윤여준 선대본부장은 오 후보의 정치 입문을 이끌어낸 장본인이다. 젊은 변호사이면서 TV 토론회를 진행하면서 대중적 인기를 갖고 있었던 오 후보에게 한나라당 입당을 권유한 장본인이며, 17대 총선전 한나라당의 인적 쇄신을 외치며 깨끗하게 물러난 시기도 둘이 정확하게 일치한다. 이런 연유로 오 후보 진영의 선대본부장을 맡은 윤 전 의원은 오 후보가 당내에서 정체성이 약하다는 지적에 대해 "후보 자신이나 캠프도 충분히 알고 있다“며 “한나라당의 정체성을 확실히 드러내는 공약을 준비하는 등 그런 쪽에 힘을 기울이고 있다”고 말한 뒤 “다행히 한나라당 공천을 받은 기초단체 출마자들이 일선에서 활발하게 움직이는 게 오 후보에게 큰 힘이 되고 있다”고 밝혔다. 아울러 한나라당의 외연 확대를 기대하는 시각에 대해서는 "한나라당이 가장 취약한 부분이자 오 후보가 절실하게 느끼는 대목"이라며 특히 시민사회에 적극 어필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현재 여론조사에서 오세훈 후보가 큰 차이로 강금실 후보를 앞서고 있지만 윤 본부장은 “공식 선거운동이 시작되면 지지율 격차가 좁혀질 것이다”며 “선거는 늘 마지막까지 겸손한 자세로 가야 한다. 지지율 격차로 만족하지 말고 자만하지 말아야 한다. 오 후보의 자세도 그렇다”고 긴장을 늦추지 않았다. 오 후보의 윤 전 의원의 영입은 그가 중도보수를 지향하는 ‘선진화포럼’을 이끌고 있어 뉴라이트 등 외연 확대를 기대한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DJ의 ‘입’ 박선숙 전 환경부 차관
DJ의 ‘입’이 정치권에 돌아왔다. 오 후보 진영의 윤여준 본부장이 이회창의 책사 였다면 열린우리당 강금실 후보 진영의 공동 선대본부장을 맡은 박선숙 전 환경부 차관은 김대중 전 대통령의 ‘입’이었다. 민주당과 국민회의의 부대변인을 지내며 입심을 과시했고, 청와대 최초의 여성 대변인에 이르기까지 김대중 전 대통령과 함께 정치를 해온 인물이 박선숙 본부장이다. 김 전 대통령으로부터 "겉은 버드나무처럼 부드럽지만 속에 철심이 있다"는 평가를 받았다. '입탈'이 많은 청와대 대변인을 하면서도 구설수에 오르지 않을 정도로 자기 관리에 철두철미하다는 평가다. 박 전 차관은 강금실 후보 진영에 들어온 것에 대해 “익히 (강금실 후보)그 능력 을 알고 있던 터라 몰래 자원봉사라도 해야겠다고 생각해왔는데, 강 후보가 직접 전화를 걸어와 도와달라고 하는 바람에 공개적으로 나서게 된 것” 이라고 전했다. 그는 “강 후보는 정의로운 사람” 이라며 “그 분의 도전이 자라나는 딸들에게 중요하다” 고 의미를 부여했다. 박 본부장은 강 후보에 대해 "10년 전 선배들로부터 '정의감 있는 판사가 있다'는 말을 들어왔는데 지금까지 (그 평가가) 달라지지 않았다"며 "약자의 고통을 가슴으로 이해하는 분"이라고 평가했다. 또 “강 후보의 정성과 열의를 알게 되면 선거 판도가 달라질 것”이라며 “그게 내가 할 일”이라고 했다. 아울러 열린우리당의 낮은 지지도라는 '벽'에 대해선 “분석을 하자면 말이 길어지는데, 당에 대해 기대가 많은 분도 있고, 실망해서 돌아선 분들도 있고, 말하지 않은 분들도 있다”고 전제한 뒤 “그래서 당 지지도가 낮은 것처럼 보이는데, 열린우리당을 지지했던 분들이 달리 갈 곳이 없다. 강 후보가 '중산층 서민의 정당으로 열린우리당이 잘 하겠습니다'라고 믿음을 보이면 돌아오리라고 기대한다”고 주장했다. “다만, 운동복과 운동화 바람으로 나다니는 평온한 일상 이 끝난 것 같아 아쉽다” 며 웃었다. 이번 박 전 차관의 본부장 영입은 강 후보가 흩어진 민주개혁세력의 결집을 강조해온 만큼 서울의 호남층과 민주당 성향의 유권자들에게 적극적으로 어필하겠다는 것이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이들 두 사람의 영입으로 강 후보는 서울 거주 호남 민심에 한발 다가선 반면, 오 후보는 이회창 전 총재에 대한 향수 덕을 톡톡히 보게 됐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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