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개를 훔치는 완벽한 방법’의 스크린 논란이 거세지고 있다.
김성호 감독의 영화 ‘개를 훔치는 완벽한 방법’은 김혜자, 이레, 최민수, 강혜정, 이천희 등이 출연하고 삼거리픽쳐스에서 제작한 웰메이드 영화다.
배급사와 제작사가 메이저 회사가 아니었기 때문에 영화는 따뜻한 가족영화임에도 거의 다양성 영화로 분류됐고, 상영관 역시도 상업영화로 취급받지 못했다.
엄용훈 대표는 텐아시아와 인터뷰를 통해 멀티플렉스 측에서 “온관으로 상영관을 적게 받으실래요, 반관 포함해서 조금 더 많이 받으실래요”라고 물었다고 전했다.
이러한 선택의 폭이 영화의 개봉 후가 아닌 개봉 전, 그러니까 관객의 피드백을 아직 받지 못한 상태에서 반토막 났다는 것 자체가 문제가 되고 있다.
특히 ‘개를 훔치는 완벽한 방법’은 시사회 당시 호평을 받아왔다. 힐링 영화는 어느 정도 완성도가 나온다면 관객의 선택을 받기 어렵지 않다. 이는 최근 극장에 걸린 ‘국제시장’의 경우에서도 확인 할 수 있다.
12월 17일 개봉한 국제시장은 스크린 수 931개로 시작했다. 931개라는 수치는 모든 극장의 전시간대 상영이 되었다는 뜻이다. 그리고 21일 기준으로 현재까지도 562개의 상영관을 차지하며 천 만 명의 관객을 넘겼다.
상영 횟수도 첫날 4444번을 기록했다. 그리고 첫 날 모은 관객 수는 184,756명이었다.
반면, ‘개를 훔치는 완벽한 방법’은 12월 31일 205개의 스크린으로 시작했다. 상영 횟수도 735번뿐이었다. 4분의 1도 안 되는 수준의 상영관에 상영 횟수는 거의 6분의 1에 이른다. 당연히 관객 수도 26,982명. 그 만큼 관객이 더 적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이틀째에는 차이가 더욱 심화된다. ‘국제시장’은 개봉 이틀째 954개의 상영관에 4991번을 상영했다. 그리고 관객 수는 198,552명을 기록했다. ‘개훔방’은 196개의 상영관에 겨우 650번을 상영했다. 하지만 관객 수는 오히려 늘어 37,741명을 기록했다.
상영 횟수에 비례해서 ‘개훔방’이 4991번을 상영했다면 단순히 7.5배라고 따졌을 때 283,057명의 관객이 봤을 것이라는 계산이 나온다. 물론, 이는 단순 계산이지만 ‘개훔방’이 관객에게 경쟁력이 아예 없는 영화는 아니었다는 뜻이다.
이러한 경쟁력을 선택하고 좌우하는 것이 온전히 관객의 몫이라면 아무런 문제가 없다. 하지만 ‘국제시장’과 ‘개훔방’의 시작의 차이점은 단지 배급사가 메이저냐, 아니냐 밖에 없었다.
여기서 문제가 발생한다. ‘개를 훔치는 완벽한 방법’은 애초에 스크린이 적었기에 관객 점유율도 높지 않았다. 때문에 배급사 측은 이를 핑계로 개봉 8일부터 스크린 수를 백 개 내외로 줄여버린다. 상영 횟수도 200번이 되지 않는다.
이는 한 스크린에서 두 번 이내로 상영했다는 뜻이고, 관객들에게 영화를 보지 말라는 뜻과도 같다. 단지 배급사가 극장을 소지하지 못했다고 해서 관객의 선택을 좌우할 수 있는 구조는 분명 기형적이다.
지금도 관객들, 그리고 연예인들은 향해 확대 서명 운동을 벌이고 있다. 어떤 연예인들은 직접 극장을 대관해 상영하기도 하고, 원작자인 바바라 오코너가 직접 응원의 메시지를 보내기도 했다. 또한 엄용훈, 삼거리픽처스 대표는 직접 메이저 배급사 횡포에 대한 인터뷰를 진행하고, ‘리틀빅픽쳐스’ 대표직 등에 사퇴했다.
‘천만 영화’들이 양산되고 있는 시기에서 이런 그림자가 생겨난다는 것은 굉장히 아이러니한 일이다. ‘천만 영화’는 절대 다수가 메이저 배급사가 만든 다는 점에서, 이런 일이 계속 묵과되고 심화된다면, 관객들은 대기업이 정해주는 영화만 보게 되는 상황이 올 수도 있다.
영화는 문화에 지대한 영향을 끼친다. 그런데 일부 대기업이 영화 산업 전반을 좌우한다면 문화 역시도 일부 기업이 원하는 방향을 향하게 될 가능성도 있다. ‘개훔방’으로 드러난 스크린 독점 문제는 이전에도 계속 있어왔고, 앞으로도 계속 발생할 것이다. 하지만, 그걸 알고 있음에도 고치지 않는다면 대기업의 독과점은 더욱 강화될 것이다. 관객 수를 늘리기 위해서는 대기업과 합작을 해야 하는 상황이 되었기 때문이다.
때문에 ‘개를 훔치는 완벽한 방법’이 중요하다. ‘개훔방’이 어떤 방향으로 마무리되느냐 따라 메이저가 아니면 모두 ‘독립영화’가 되어 버리는 현재의 상황이 변화될 가능성을 볼 수 있다.
한편, 영화 ‘개를 훔치는 완벽한 방법’은 현재 서울 기준으로 롯데시네마 건대입구, 아리랑시네미디어센터, 대한극장 등에서 상영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