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4.29 재보궐선거가 100일도 채 남지 않은 가운데 여야의 준비 속도가 다소 차이를 보이고 있다.
이번에 국회의원 재보선이 치러지는 지역은 서울 관악을, 광주 서을, 경기 성남중원 세 곳이다. 이 지역은 헌법재판소의 통합진보당 해산 결정으로 통진당 소속 의원들이 의원직을 상실함에 따라 보궐선거가 확정됐다.
새누리당은 23일 후보자 공모가 마감되며 다음달 초 공천자를 확정짓기로 결정했다. 반면 새정치연합은 전당대회에 밀려 공천 일정조차 잡지 못하고 있어 난항을 겪고 있다.
◆이군현 “전략공천 고려”

최근 박근혜 대통령의 지지율이 30%대로 떨어지면서 이번 재보선이 정권 3년차 중간평가의 의미로 해석될 수 있는 만큼 특히 중요하다고 볼 수 있다.
새누리당은 앞서 이군현 사무총장을 공천관리위원회 위원장으로 하여 오는 4월 재보궐 선거와 관련해 다음달 2일까지 후보자를 선정하는 등 공천 준비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앞서 새누리당은 옛 통합진보당 국회의원의 의원직 상실에 따라 이뤄지는 4.29 재보선 공천에 100% 여론조사하기로 결정했다.
새누리당 강석호 사무부총장은 지난 20일 4.29재보궐선거 공직후보자추천관리위원회 첫 전체회의를 주재한 가운데 이같이 확정, 의결했다고 밝혔다.
강 부총장은 “보궐선거는 투표율도 낮고 당원들의 의견도 중요하다고 판단해 당원들의 의견을 일정 부분 반영하기로 했다”며 “늦어도 2월2일까지는 공천을 마무리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여론조사는 일반국민 70%, 당원 30%의 비율로 전문조사기관을 통해 전화면접원 조사방식으로 실시된다.
후보자의 심사기준은 당선가능성과 도덕성, 전문성, 지역유권자의 신뢰도 및 당과 사회 기여도를 반영한다. 또 당헌당규상 공직후보자 추천 규정에 따라 부적격자 기준을 엄격히 적용해 부적격 후보자는 여론조사 전에 제외키로 했다.
선거가 이뤄지는 지역 모두 야권 성향이 강한 곳으로 알려져 있는 가운데 새누리당은 ‘지역 일꾼론’과 함께 지역구에서 오래 활동해 온 후보를 바탕으로 상향식 공천을 내세우는 전략을 세울 가능성도 시사하기도 했다. 하지만 당내에서도 반발이 심해 이뤄질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새누리당 이군현 사무총장은 21일 평화방송 라디오 ‘열린세상 오늘 윤재선입니다’와의 인터뷰에서 4·29 재보궐선거 거물급 전략공천설과 관련해 “그런 부분도 생각하고 있다”며 “일단 우리가 후보자가 정해져야하는데 어떤 한 사람을 선택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이어 이 사무총장은 “일단 후보자가 정해져야 하는데 어떤 한 사람을 선택하기가 어려울 때는 국민에게 물어봐야 한다”면서 “적절한 후보자가 아니라면 삼고초려를 해서라도 모셔와야 한다”고 덧붙였다.
김문수 전 경기지사와 오세훈 전 서울시장, 김황식 전 총리의 공천 가능성에 대해서는 “일단 그분들이 뜻이 있어야 하는데 그분들이 의사가 없는 것으로 간접적으로 듣고 있어 컨트롤(조정)을 해보겠다”고 말했다.
이 사무총장은 전략공천을 폐지하기로 한 당 보수혁신위원회의 혁신안에 대해 “동의냐 부동의냐를 말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며 “혁신위에서 안을 내놓으면 의원총회를 거쳐 최고위원회에서 결정을 한다. 조금 더 과정을 지켜봐야 할 것”이라고 답했다.
아울러 이 사무총장은 야권 분열로 인해 ‘1대 다자구도’가 될 수 있다는 분석에 대해 “선거라고 하는 것은 항상 예측 불가하다. 선거구도에 의존하지 않고 최선을 다할 것”이라며 “지역주민들이 볼 적에 경쟁력이 있고 비전도 있고 이런 후보를 내겠고 당의 정책으로 우리가 정정당당하게 유권자분들에게 지지를 호소하겠다”라고 강조했다.
◆새정치, ‘야권분열’ 극복해야

현재 새정치민주연합 당대표 후보인 문재인, 박지원, 이인영 후보는 전국을 돌며 토론회를 이어가는 등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 이렇다보니 새정치연합의 전력은 2.8 전당대회에 집중되어 재보선이 다소 뒤로 밀려있는 모양새다.
그러나 2.8 전당대회를 거쳐 당권이 정해짐에 따라 당대표로서의 첫 역할로써 4월 재보선 후보 공천을 빠르게 실시할 것으로 보인다.
서울 관악을엔 새정치연합 김희철 전 의원·정태호 전 노무현 대통령 대변인이 예비후보 등록을 마쳤다. 안철수 전 새정치연합 공동대표측 인사로 분류되는 박왕규 ‘더불어사는 행복한 관악’ 이사장도 출마를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경기 성남중원에는 아직까지 예비후보 등록을 한 예비주자는 없는 가운데, 현역 비례대표 의원인 은수미 의원과 정환석 현 지역위원장, 안철수 전 대표와 독자신당 창당 작업을 함께 했던 정기남 한국정치리더십센터 소장 등의 출마가 거론되고 있다.
야당의 텃밭인 광주 서구을에는 김하중 전남대 교수·김성현 전 민주당 광주시당 사무처장이 예비후보로 등록한 상태다.
새정치연합은 재보선에서도 역시 야권 분열이 극복해야 할 최대 난관이다. 재보선이 이뤄지는 지역이 야권의 강세가 두드러져 있다고는 하지만 신당 창당을 준비 중인 ‘국민모임’의 행보에 여론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또 통합진보당 의원들도 무소속 출마 의지를 드러내고 있다.
이에 따라 4.29 재보선은 여야의 경쟁뿐만 아니라 야권에서의 진보진영간의 경쟁이 불가피하다.
국민모임은 새정치민주연합 정동영 상임고문이 지난 11일 새정치연합을 전격 탈당한 뒤, 합류하면서 그 영향력은 커졌다. 다만 정 전 상임고문은 재보선 출마를 하지 않겠다는 뜻을 밝혔다.
또한 국민모임은 신당 창당 준비와 함께 천정배 전 장관, 김상곤 전 경기교육감 등에게 합류 제안을 보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천정배 전 장관의 향후 거취가 주목된다. 천 전 의원은 광주 서구을 지역에서 자신의 정치세력을 확장하는 활발한 활동을 펼친 바 있어 당선 가능성이 높다.
21일 천정배 전 장관은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무엇을 위한 선거제도 개혁, 권력구조 개편인가’ 토론회 참석 전 기자들과 만나 ‘4.29 재보선 출마설’ 에 대해 출마하지 않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천 전 장관은 “이번 보궐선거는 개혁정치세력이 새로운 모습을 보이는 계기가 돼야 하며 우리 정치가 확실하게 개혁되는 계기로 활용돼야 한다”며 “그 점에 관해선 적극 나서고 대처할 것이지만 (출마를) 하겠다는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확실한 것은 내년 총선에 출마한다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신당 합류설’에 대해서는 “급하게 결정할 이유가 없다”며 말을 아꼈다. [시사포커스 / 김지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