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13년 11월 삼성 에버랜드(현 제일모직)는 건물관리 사업을 삼성그룹 계열인 에스원에 4800억원을 받고 매각했다. 이에 이듬해 1월 에버랜드 빌딩관리 직원 980여명이 에스원으로 이직해야했다. 이들은 말이 좋아 이직이지 이직과정에서의 강압성과 회사 상장 후 받을 수 있었던 시세차익이 조기에 차단된 점을 들어 ”사측으로부터 배신을 당했다”고 호소했다.
이어 이들은 제일모직 측에 “우리사주를 배정해주거나, 우리사주 배정으로 얻을 수 있는 금전적 차익을 달라”고 요구하며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상장계획 없다더니”vs“우리도 몰랐다”
앞서 삼성에버랜드가 건물관리사업을 에스원에 넘기는 과정에서 이직 통보를 받은 직원들은 회사를 옮겨야 하는 상황도 힘들었지만, 에버랜드가 주식시장에 상장되면 우리사주 배정으로 시세차익을 볼 수도 있다는 말이 공공연하게 떠돌자 발걸음이 무거웠다.
지난 15일 <경향신문>이 보도한 바에 따르면 사측은 이 같은 직원들의 동요에 직원 설명회를 열고 “향후 4~5년간 상장추진은 없다”고 못 박으면서, 이직을 거부하는 직원들에게 대기발령을 내는 등 직원들이 전적 동의서에 서명해야 하는 분위기를 조성했다.
이후 에버랜드는 이들의 이직이 완료된지 4개월만인 지난해 5월 ‘에버랜드 상장’ 계획을 발표했다. 에버랜드에 흡수된 제일모직 패션사업 직원들은 10년차 근속 기준 1억~2억원을 받을 수 있는 우리사주를 지급 받았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등 삼성가 3세들은 제일모직에 투자한 전환사채 81억원의 730배가 넘는 5조8000억 원의 평가차익을 올렸다.
이와 관련해 에스원으로 전직한 한 직원은 “에버랜드에 남았다면 우리도 10년차 기준으로 1억~2억원 정도 시세차익을 거뒀지 않겠느냐”라며 “이직한 980명의 직원을 기준으로 하면 (회사가) 1000억~2000억원을 아끼기 위해 평생직장으로 알고 회사를 다닌 우리를 속인 것”이라며 분통을 터뜨렸다. 또 “사측은 근로조건이 변하지 않는다며 위로금 지급도 거부했다”고 말했다.
이 같은 의견들이 속속 나오면서 에스원으로 이직한 직원들은 결국 지난해 말 “회유와 협박으로 이직을 종용하고 우리사주 배정에서 배제했다”며 집단소송에 나서기로 결정했다. 이들로부터 위임장을 제출받은 법무법인 아모스에 따르면 위임장을 낸 직원은 300여명인 것으로 알려졌다. 아모스 측은 “2013년 말 에버랜드가 제일모직 패션사업을 인수할 때부터 직원들은 상장 후 우리사주 배정과 시세차익이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면서 “사측이 자발적으로 응할 이유가 없는 전적 동의서를 요구했다”고 주장했다.
아모스의 엄운용 변호사는 “에버랜드는 주식 상장 시기를 은폐하고 기만과 협박을 통해 전적 동의서를 받아낸 것으로 보인다”며 “기만과 강박에 의한 동의서는 대법원 판례상 무효”라고 설명했다.
이와 관련해 제일모직 관계자는 <시사포커스>와의 통화에서 “이직과정에서 강제성은 없었다”면서 “상장계획에 대해서는 (직원인)우리도 몰랐다”고 말했다. 이어 직원 설명회에서 회사 측이 ‘4~5년간 상장추진은 없다’ 말했다고 언론 보도된 내용에 대해 “회사 측에서 라기보다는 설득하는 과정에서 확대된 표현이 있는 것 같다”고 해명했다.
또 관계자는 위로금 지급과 관련해 “관계사 전배(배치전환)기 때문에 위로금 지급은 해당사항 없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한 전적 동의서 서명 직전에 직원들이 대기발령을 받은 것과 관련해서는 “업무가 배정되기 전 중간 대기상태 정도로 이해하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제일모직 측은 계속해서 상장계획에 대해 “모르고 있었다”고 일축하고 있다. 그러나 법무법인 아모스가 “소송을 의뢰한 직원들은 전직 당시 회사로부터 ‘상장 계획이 없다’는 말을 듣고 전직 동의서에 서명한 것이다. 이후 회사가 상장을 한 것은 민법상 사기 등에 해당할 수 있다”라는 입장을 고수하며 맞서고 있어 제일모직과 삼성에버랜드 전 직원간의 ‘우리사주’를 둘러싼 치열한 공방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시사포커스 / 진민경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