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0년대를 풍미했던 ‘성의 정치학’ 걸작선 펼쳐
서울아트시네마는 변화의 기운 속에서 태어난 일련의 정치영화들을 자주 소개하고 있다. 내용뿐 아니라 형식의 정치성을 보여준 영화들, 즉 영화의 정치화와 혁명화를 꾀한 영화들을 정치영화라 할 수 있다.
서울아트시네마는 60년대 후반부터 새로운 영화들을 만들어낸 일본‘아트 시어터 길드ATG'영화들을 2004년에 소개한 바 있고, 지난해에는 ‘영화와 혁명’이란 주제로 60년대 일본의 실험영화와 정치영화, 프랑스의 68혁명기 영화들, 광주혁명 이후의 한국영화들을 상영하였다. ‘와카마츠 코지 초기 걸작선’은 이 행사들과 맥을 같이 하여, 6-70년대 일본에서 가장 왕성하게 영화를 만든 와카마츠 코지 감독의 초기 걸작들을 소개하는 행사이다.
1963년에 감독으로 데뷔한 이래 와카마츠 코지는 100여편이 넘는 영화를 만들었다. 다작 감독 와카마츠 코지의 초기영화들을 상영하는 이번 특별전은 여러 모로 각별한 의미를 지니고 있다.
와카마츠 코지 감독은 ‘로망 포르노 영화의 거장’이라 불린다. 처음 텔레비전 영화의 조감독으로 영화에 참여한 와카마츠 코지 감독은 데뷔 이래로 로망 포르노 영화계에서 두각을 나타냈고, 1965년, ‘와카마츠 프로덕션’을 설립해 아다치 마사오를 비롯해 다양한 일본영화감독들을 배출하기도 했다. 그가 만든 ‘로망 포르노’영화들은 성을 향한 욕망을 자극하는 영화들이 아니라 권력의 시스템을 파괴하는 정치적 성격을 지닌 영화들로, 70년대를 풍미했던‘성의 정치학’처럼 세계적인 보편성을 지니고 있다.
한편, 와카마츠 코지는 오시마 나기사의 '감각의 제국'를 제작해 일본은 물론, 세계를 놀라게 하기도 하였다. '천사의 황홀'이나 팔레스타인 해방인민전선을 기록한 '적군: PFLP 세계전쟁선언'이 증언하듯, 그는 자신의 정치적 신념을 올곧게 주장하고, 정치적 신념을 표현하는 방법으로 영화를 택했다.
그리고 우경화로 치닫는 일본 권력에 테러를 가하는 영화들을 줄기차게 만들어 왔다. 와카마츠 코지의 영화는, 60년대 중반 안보투쟁을 기점으로 격렬해지는 일본 학생운동과 정치운동이 꿈꾸었던 혁명과 그 임종을 울분을 토하듯 담아낸다.
일본 정치혁명의 열기가 달아오르기 시작하는 1965년에서 그 불꽃이 사그러드는 1972년 사이에 만든 와카마츠 코지 감독의 초기 걸작을 상영하는 이번 특별전은, 그동안 국내에 소개되지 못했던 6-70년대 일본영화의 특별한 경향을 살펴보고 일본사회에 좀 더 역사적으로 접근할 수 있는 흔치 않은 기회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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