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호남총리론’에 충청권 분노 일파만파
문재인 ‘호남총리론’에 충청권 분노 일파만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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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문 거세지자 “충청분들께 서운함 드렸다면 송구”
▲ 새정치민주연합 당권 주자인 문재인 후보가 이완구 국무총리 내정자에 대해 부정적 입장을 밝히면서 호남총리론을 제기해 파문이 일고 있다. 충청권 폄하 발언으로 해석되며 충청권 인사들이 거세게 비난을 쏟아내고 있다. 사진 / 홍금표 기자

새정치민주연합 2.8전당대회 당 대표 경선 레이스를 펼치고 있는 문재인 후보가 의도치 않게 ‘충청권 폄하’ 논란에 휩싸이며 곤혹스런 상황에 처했다. 충청권 출신인 이완구 국무총리 후보자 내정에 대해 부정적 입장을 밝히는 과정에서 국민통합을 위해 호남총리가 필요하다는 의견을 피력하면서다.

문재인 후보는 호남 출신 인사를 총리 후보자로 발탁했어야 한다는 야권 일각의 아쉬움 섞인 목소리와 같은 것이었다. 하지만, 이완구 후보자가 충청권 출신이었다는 점에서 그의 ‘호남총리론’은 충청권으로부터 거센 반발을 사고 있다.

특히, 최근 충청과 호남은 KTX 서대전역 경유 문제를 놓고 치열한 신경전을 펼치고 있는 상황이기도 하다. 이런 가운데, 문 후보가 듣기에 따라 ‘호남편들기’로 해석될 수 있는 목소리를 낸 것이어서 논란은 거세지고 있다.

◆“당연히 호남인사 발탁했어야”
논란이 된 문재인 후보의 발언은 지난 25일 대구에서 열린 새정치민주연합 합동연설회 이후 가진 기자간담회 자리에서 나왔다. <대전일보>에 따르면, 문 후보는 이 자리에서 이완구 국무총리 후보자 지명과 관련해 부정적으로 평가하면서 “당연히 호남인사를 발탁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문 후보는 이튿날인 26일에도 CBS라디오 <박재홍의 뉴스쇼>와 인터뷰에서 이완구 총리 내정과 관련해 깊은 아쉬움을 표하며 “박 대통령의 가장 큰 문제 국민 통합에 실패한 것”이라며 “그것이 가장 극명하게 드러나는 곳이 인사문제다. 그래서 국민통합을 해내려면 야당과 안면이 있는 그런 사람이 필요한 것이 아니라 반대쪽 50% 국민을 포용할 수 있는 그런 인물이 돼야 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그런 관점에서 본다면 당연히 호남인사를 발탁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그런데 지금 신임 총리 내정자는 말하자면 또 다시 예스맨이지 않은가? 저는 국민통합의 역할을 제대로 해낼 수 있을지 아주 의문시된다”고 거듭 호남총리론을 제기하며 이완구 후보자가 부적합하다는 점을 강조했다.

문재인 후보의 이 같은 발언은 곧바로 파문을 일으키기 시작했다. 당장 차기 당권 경쟁상대인 박지원 후보는 페이스북에 글을 올려 “문재인 후보께서 호남총리 임명했어야 한다는 발언에 대해 박근혜 대통령께서도 약속하신 일이기에 환영을 표한다”면서도 “충청권 출신 총리 후보자 임명에 대해 또 하나의 지역 갈등이 되는 오해로 번지지 않길 바란다”고 꼬집었다.

새누리당 충청권 시‧도당과 국회의원들은 일제히 비난을 퍼부었다. 이명박, 홍문표, 이장우, 민병주, 박덕흠, 김제식 의원 등은 이날 새누리당 세종시당에서 공동 기자회견을 열고 “문재인 당대표 후보는 대전-충청인 앞에 석고대죄하고 후보직을 즉각 사퇴하라”고 촉구했다.

이들은 그러면서 “이완구 총리 내정에 대해 바로 어제 새정치민주연합은 이구동성으로 ‘소통, 환영, 기대감’이었다고 환영했는데 어찌 문 후보에게만 ‘통합의 역할을 할 수 없는 잘못된 인사’라는 것이냐”며 “문 후보의 눈에는 대전-충청인은 국민도 아닌가. ‘대선판의 졸로만 보이는가’”라고 맹비난을 퍼부었다.

이들은 또, “이래놓고 만약 당대표가 되더라도 무슨 낯으로 대전-충청을 찾을 것이냐”고 비난했다.

아울러, 이들은 새정치민주연합 충청권 국회의원들에게 “이번 문 후보의 망언은 범국민적 지탄을 받아 마땅하다”며 “새정치민주연합 충청권 국회의원들도 이에 대한 입장을 밝히는 게 지역민에 대한 도리”라고 촉구했다.

◆거세지는 반발 “당권에 눈 뒤집혔나” 원색 비난
새누리당 원내대변인인 이장우 의원도 27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에서 “문 의원께서 지역 편가르기 하는 발언을 함으로써 1000만 충청도민들이 분노하고 있다”며 “문 의원의 얘기를 들은 충청도민들께서 굉장히 분노하고 있다. 충청인들에게 석고대죄하고 사과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 의원은 이어, “대한민국 국무총리가 영남이면 어떻게 호남이거나 수도권이면 어떻고, 충청이면 또 어떠냐”며 “능력이 있고 국가 경영을 제대로 하면 임명하는 것”이라고 일갈했다.

이 의원은 아울러, “당권에 눈 뒤집혀서 지역주의 망령에 허우적거리는 모습을 보면서 한심하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문 의원이 자질을 갖춘 이완구 전 원내대표를 비하했다. 당장 사과하지 않으면 1000만 충청인과 함께 문 의원이 정계를 은퇴할 때까지 책임을 묻겠다”고 거세게 사과를 요구했다.

한편, 파문이 확산되자 문재인 후보는 27일 국회에서 경제 관련 긴급 기자회견을 가진 직후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이완구 국무총리 후보자가 충청 출신이라는 점을 문제 삼고 흠을 잡은 것이 아니다”며 “만약 제 발언으로 충청분들에게 서운함을 드렸다면 송구스럽다”고 사과의 뜻을 밝혔다.

문 후보는 그러면서 “제가 말씀드리고 싶은 것은 지금 박근혜 정부가 국민 통합에 실패하고 있다는 것”이라며 “이번에는 반대편 50% 국민을 포용할 수 있는 인사가 되는 게 바람직했는데 이 후보자는 대표적 친박 인사이고 각하라는 호칭으로 비판을 받은 바 있다. 그렇기 때문에 반대편까지 포용할 수 있는 인사가 됐으면 좋겠다고 지적한 것”이라고 적극 해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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