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드사 너마저”…연말정산 오류 후폭풍 ‘일파만파’
“카드사 너마저”…연말정산 오류 후폭풍 ‘일파만파’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세 부담 늘어난 직장인들, 카드사들 잇딴 오류에 ‘이중고’

 

▲ 카드사들이 잇따라 연말정산에서 공제 대상 금액을 잘못 분류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세 부담이 늘어난 직장인들이 울화통을 터뜨리고 있다. 사진 / 홍금표 기자

연말정산에서 잇따라 카드사들의 오류가 발견되면서 가뜩이나 환급금이 줄어 세 부담이 늘어난 직장인들의 분노에 기름을 끼얹고 있다.

최근 금융감독원(이하 금감원)은 “카드사 자체 점검 결과 BC카드의 대중교통 사용금액 누락과 비슷한 사례가 삼성카드와 하나카드에서도 발견됐다”고 밝혔다.

금감원은 “카드사들이 회원들이 사용한 대중교통 이용액을 일반 이용액으로 잘못 분류해 국세청에 통보하면서 대중교통 사용액이 별도 구분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신용카드에 적용되는 공제한도는 300만원이지만 대중교통비에 지출할 경우 신용카드라고 하더라도 30%의 공제율이 적용되고 100만원까지 추가로 공제받을 수 있다. 또한 일반 신용카드 가맹점에서 사용한 금액은 소득공제율이 15%지만 전통시장은 두 배인 30%다.

◆대중교통 등 누락 1600억원 넘어
현재까지 국세청에 누락된 카드 이용액은 확인된 것만 1631억원에 달하며 총 290만명의 이용자가 피해를 입은 것으로 집계되고 있다. 대부분은 대중교통·전통시장 사용 금액이 잘못 분류됐거나, 포인트 연계를 연계해 구매한 상품이 소득공제 대상에서 빠졌던 것이 뒤늦게 발견된 경우다. 휴대폰 번호를 바꾸면서 현금영수증 사용액이 공제대상에서 빠지는 경우도 있었다.

지난 23일 BC카드가 카드사들의 오류 러시의 도화선을 당겼다. BC카드는 올해 초 신용카드 사용내역 중 별도 공제대상인 대중교통 사용금액 가운데 6개 고속버스 가맹점 사용액을 그대로 카드 사용액에 포함해 국세청에 전달해 신용카드 대중교통 사용분이 대거 누락됐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BC카드 이용자들 170만명의 대중교통비 650억원이 일반 이용금액으로 분류되는 사고가 일어난 것이다. 한 카드사 관계자는 “고속버스 통합 가맹점에 속해 있던 이들 6개 가맹점이 지난해 독립해 카드사와 별도 계약을 맺으면서 가맹점 분류가 잘못 이뤄졌다”며 “이 작업은 사람 손을 거치는데 이 과정에서 착오가 생겼다”고 말했다.

3일 뒤인 지난 26일에는 삼성카드와 하나카드가 바톤을 이어 받았다. 삼성카드는 BC카드처럼 6개 고속버스 터미널 가맹점의 사용액의 사용액이 대중교통이 아닌 일반 사용액으로 잘못 분류됐고, 여기에 ‘폰 세이브 서비스’를 이용해 휴대전화를 구매한 금액도 공제가 되지 않는 통신비로 분류됐다고 밝혔다. 양 경우를 합친 피해 이용자는 60만명이며 누락된 금액은 590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추산됐다.

하나카드에서도 삼성카드와 같은 이유로 52만명의 172억원에 달하는 오류가 발견됐다. 신한카드는 640여명이 전통시장의 특정 가맹점에서 사용한 2400만원 가량의 금액이 소득공제 대상에서 누락된 오류가 발견됐다.

◆카드사들 오류에 ‘후폭풍’ 일파만파
이처럼 잇따라 대형 카드사들의 오류가 발견되자 가뜩이나 달라진 세법으로 부담이 늘어난 직장인들을 두 번 울리는 결과가 초래되고 있다. 이번에 오류가 발견된 금액을 개별적으로 환산하면 산술적으로 1인당 5만6000원 정도가 공제 대상에서 누락된 것으로 추산된다.

특히 직장인들이 분통을 터뜨리고 있는 것은 원래부터 “생각만 해도 손사레를 친다”고 여겨져 온 연말정산 과정을 직장인들과 기업들이 다시 반복해야 한다는 점이다.

지난 15일 국세청의 연말정산 간소화 서비스가 개시되자마자 많은 직장인들은 귀찮음을 감수하고서라도 하루라도 빨리 연말정산에 필요한 서류 및 절차를 마무리짓기 위해 동분서주했다. 이에 상당수의 업체들은 연말정산 관련 서류 접수를 마감했거나 마감이 임박한 상태다.

하지만 카드사들의 오류가 잇따라 발생하면서 피해 대상자들 중 서류 제출을 마감한 직장인들은 수정 기간을 기다렸다가 다시 서류를 제출해야 하는 번거로움을 감수하게 됐다. 한 직장인은 “세금을 토해내는 것도 울화통이 터지는데 가뜩이나 복잡한 연말정산을 다시 해야 하는 상황에 화가 절로 난다”는 반응을 보였다.

이번에 오류가 발생한 것으로 밝혀진 카드사들이 아닌 다른 카드사를 이용한 이용자들도 불안하기는 매한가지다. 이들은 본인들이 사용하는 카드에서 오류가 발생하지 않았더라도 언제라도 터질 지 모르는 ‘시한폭탄’에 대비해 미리 꼼꼼하게 확인하는 수고를 감수하고 있다.

서류 접수를 마감했거나 마감을 앞두고 있는 대부분의 기업들도 비상이 걸렸다. 이미 서류를 제출한 피해 직원들 대부분이 서류를 다시 제출하겠다는 반응을 보이면서 회계·재무 부서 담당자들은 곡소리를 내고 있다.

한 대기업 관계자는 “법적으로 연말정산 금액을 2월 급여에 적용해야 하는데 국세청과 신용카드사의 전산오류로 연말정산 서류에 대한 확인 작업을 할 시간이 부족한 상황”이라며 “서류를 다시 내겠다고 하는 직원들이 많아 회계 담당 직원들의 업무가 대폭 가중된 상태”라고 말했다.

아예 연말정산 서류 재제출을 꺼리는 분위기까지 감지된다. 한 회사원은 “서류를 다시 제출해도 실제 환급받는 금액이 몇 백원에서 몇 천원에 불과할 것 같아 아예 제출하지 않을 계획”이라고 밝혔다.

▲ 온전히 카드사들의 책임으로 불편이 가중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국세청은 관련 법상 카드사들을 제재할 근거가 없다며 사실상 손을 놓고 있는 상태다. 사진 / 홍금표 기자

◆‘헛점’ 드러낸 카드사들 제재는?
상황이 이처럼 일파만파 퍼지자 카드사들의 자료 관리에 헛점이 많다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카드사들은 국세청의 가이드라인에 따라 연말정산이 편리하도록 고객들의 신용·체크카드 사용내역을 일반, 대중교통비, 전통시장 사용금액 등으로 분류해 국세청에 전산으로 통보한다. 하지만 국세청에서 카드 결제내역 정보를 일괄 관리하지 않기 때문에 카드사별로 정리한 데이터에 오류가 있어도 이를 사전에 걸러낼 수 없다는 점이 문제다.

실제로 BC카드가 최초로 오류를 발견한 것은 지난 22일로 연말정산 간소화 서비스가 개시된 지난 15일에서 1주일 이상 지난 시점이었다.

오류를 잡아낼 수 있는 별도의 체계가 없다는 것도 문제로 지적된다. 이번에 카드사들의 오류가 잇따라 발견된 것도 BC카드가 직접 데이터를 검토하는 과정에서 발견된 후 삼성·하나카드 등도 데이터 자체 재검증을 거쳤기 때문이다.

업계에 따르면 현재로써는 카드사가 국세청에 연말정산 자료를 넘길 때 스스로 점검을 강화해 오류 가능성을 낮추는 것 외에 시스템적으로 오류를 잡아낼 방법은 없다. 국세청 측도 카드사들이 일부 서비스나 가맹점 내역을 누락시켜도 현실적으로 이를 검증할 방법이 없다는 입장이다.

수 많은 직장인들에게 불편함을 초래했지만 카드사들이 딱히 제재를 받는 것도 아니다. 금융위원회는 이번 사태에 대해 법적으로 처벌할 조항이 없다고 밝혔다. 다만 개별 카드사들이 별도로 자체 보상을 검토하고 있는 수준이다.

배짱을 부리는 카드사들의 태도도 많은 항의를 받고 있다. 애당초 BC카드의 사례가 나오기 전부터 사용금액이 누락됐다는 민원이 수 없이 제기됐지만 카드사들은 일제히 이를 묵살하거나 해당 민원인의 정보만 수정해주는 임시방편 조치만 취해 비난을 샀다. 한 매체는 하나카드는 BC카드의 오류가 드러나기 전부터 이미 많은 항의를 받았으나 하나카드 측에서는 관련 자료가 넘어온 게 없다며 문제가 없다는 식으로 답하는 등 쉬쉬했다고 보도했다.

신뢰도에 타격을 받은 카드사들은 여신금융협회 주도로 연말정산 관련 실무협의회를 가동하고 연말정산 자료의 검증을 위한 방법을 논의하기로 했지만 어디까지나 자율적인 차원에 그친다. 카드사들의 헛점 투성 관리 시스템과 수정하면 그만이라는 식의 정부의 태도가 수 백만여 명의 직장인들을 또 한 번 울리고 있다. [ 시사포커스 / 김종백 기자 ]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