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중공업·ENG, 합병 재추진설 ‘솔솔’
삼성중공업·ENG, 합병 재추진설 ‘솔솔’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합병 무산 후폭풍에 부담 덜어…주가도 반등
▲ 삼성중공업과 삼성엔지니어링의 합병이 무산된 지 두 달여가 지난 가운데 최근 합병 재추진설이 강력히 대두되고 있어 관심을 끌고 있다. 사진 / 홍금표 기자

삼성중공업과 삼성엔지니어링의 합병이 무산된 지 두 달이 넘었지만 아직까지도 양사의 주가가 나란히 추락하는 등 후폭풍을 겪고 있는 가운데 오히려 합병 재추진설이 제기돼 관심이 쏠리고 있다.

27일 삼성중공업과 삼성엔지니어링은 유가증권시장에서 각각 1만8550원과 3만450원으로 장을 마감했다. 양사의 주가는 합병 무산이 발표되기 전날인 지난해 11월 18일 각각 2만5050원과 5만9100원(종가 기준)이었으나 두 달여가 지난 현재 꾸준히 하락해 당시의 74%, 52%에 불과하다. 합병 무산 이후 삼성중공업의 주가는 26%, 삼성엔지니어링의 주가는 48%나 줄어든 셈이다.

하지만 이 같은 합병 무산의 후폭풍에 따른 주가 하락이 오히려 합병 재추진설의 근거가 되고 있는 아이러니가 연출되고 있다. 주가가 크게 하락해 당시와 동일한 수량의 매수청구권이 들어올 경우 회사의 부담금액이 크게 줄어들기 때문이다.

당시 삼성중공업에 대해 매수청구가 행사됐던 규모는 보통주 3419만3211주와 우선주 7650주 등에 2만7003원의 매수청구가액이 적용돼 총 9235억여원에 달했지만 현재 주가 1만8550원(27일 종가 기준)으로 계산할 경우 6300여억원으로 크게 줄어든다.

삼성엔지니어링 역시 당시 1079만3934주에 대해 매수청구가액 6만5439원을 적용할 경우 7063억원 규모의 자금이 필요했으나 현재 주가 3만450원(27일 종가 기준)을 적용할 경우 부담이 3300여억원으로 크게 줄어든다.

양 사의 매수청구 규모를 합산해 봐도 당시 총 필요한 자금이 1조6300억원에 달했으나 현재주가로 계산할 경우 1조원에 채 미치지 못한다.

◆주가 하락에 매수청구 부담 줄어
애당초 양사의 합병이 무산된 이유가 합병 후 불확실한 전망과 과도한 주식매수청구 대금의 지급이 부담스러웠기 때문이라는 점에서 이 같은 주가 하락은 합병이 재추진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고 있다.

합병이 무산될 당시 삼성중공업과 삼성엔지니어링은 “과도한 주식매수청구 부담을 안고 합병을 진행할 경우 합병회사의 재무상황을 악화시켜 궁극적으로 주주들에게 피해를 줄 수 있다고 판단했다”며 “시장과 주주들의 의사를 존중하고 이를 겸허히 수용하기로 했다”고 설명한 바 있다.

당시 삼성중공업과 삼성엔지니어링이 정했던 매수대금 한도는 각각 9500억원과 4100억원으로 각각 발행 주식의 15~16% 수준이었다. 하지만 합병에 대한 반대 기류가 형성되면서 주가가 지속적으로 하락해 주식매수청구권을 행사하는 움직임이 늘어났다. 삼성중공업이 지난해 10월 29일 2886억 원의 자사주 매입 카드까지 꺼내 들었으나 시장의 반응은 냉담했다.

여기에 특히 주요 주주인 국민연금이 일부 물량에 대해 주식매수청구권을 행사함으로써 매수청구 물량이 크게 늘었다. 당시 증권업계 관계자는 “합병으로 기업가치가 오히려 더 훼손되는 상황에서 국민연금 등 기관투자자들이 배임 책임을 피하려면 반대나 기권 표를 던질 수밖에 없는 입장이었다”고 설명했다.

양사는 합병 계획을 발표하면서 육상과 해상을 모두 아우르는 초일류 종합플랜트 회사로의 도약을 선언했으나 업계의 전망은 달랐다.

당시 업계는 삼성중공업 주주 입장에서 볼 때 삼성엔지니어링을 껴안는 게 분명 불리하다고 판단했다. 지난해 6월 말 기준 재무제표에 따르면 삼성중공업은 자기자본이 5조6508억원, 부채가 12조7493억원이었지만, 삼성엔지니어링 자기자본은 9596억원에 불과한 데다 부채가 5조992억원에 달했다.

당시 기준으로 양사가 합병하면 자본총계 6조 6104억 원, 부채 17조 8485억 원에 이르게 돼 삼성중공업 주주 입장에서는 갚아야 할 빚의 절대 규모가 크게 늘어나 이자 및 상환부담이 더 커질 것으로 전망됐다.

삼성엔지니어링의 부채 감당 능력이 떨어지는 상황이라 결국 삼성중공업이 삼성에니지어링 빚을 대신 갚아야 하는 상황에 놓이게 됐지만 당시 삼성중공업도 분기당 영업이익이 채 2000억 원이 안 돼 합병 후 18조 원에 달하는 빚의 이자만 감당하기도 버거운 수준이라는 평가가 많았다. 이 같은 부정적인 기류가 양사의 합병이 무산된 결정적인 이유로 작용했다.

▲ 삼성중공업과 삼성엔지니어링은 육상과 해상을 아우르는 초일류 종합플랜트 회사로의 도약을 선언했지만 주주들의 반응은 냉담했다. ⓒ삼성중공업업

◆조직 슬림화는 합병 위한 포석?
하지만 현재는 당시와 다른 분위기가 감지되고 있다. 주가가 지속적으로 하락하자 양사가 지급해야 할 주식매수청구 대금이 크게 줄면서 합병이 재추진될 것이라는 전망과 더불어 양사가 행동에 나섰다는 얘기도 흘러나온다.

삼성엔지니어링은 지난달 9일 조직개편을 통해 기존 9본부 3실을 9본부 2실로 축소하는 등 기능을 재정비했다. 삼성중공업 역시 조선해양업실을 해체 후 영업팀을 조선관련 양대 사업부(조선시추·해양생산)로 이관했다. 이처럼 구조 슬림화 작업에 나선 것이 합병을 수월하게 하기 위한 작업이 아니겠냐는 것이다.

또한 삼성엔지니어링은 지난달 초 삼성그룹 정기 인사를 통해 20% 가량의 임원을 감축했고 기존 재무 및 인사담당 임원 각각 1명이 삼성중공업으로 자리를 옮겼다. 이 같은 핵심 인사의 이동 역시 합병을 위한 포석이라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여기에 지난해 수익 악화로 몸살을 앓았던 양사의 박대영 삼성중공업 사장과 박중흠 삼성엔지니어링 사장이 대표직을 유지하는 것으로 결정되면서 지금까지 합병을 진행해 온 두 사장이 재추진 작업을 그대로 이어가는 게 낫다고 판단한 것이라는 관측도 제기됐다.

당시 삼성중공업은 “합병과 관련해 진행중인 내용이 전혀 없다”고 밝히고 “업무효율을 높이기 위해 일부 조직을 정비한 것”이라고 밝혔지만 현재 돌아가는 상황을 따져봤을 때 역시 합병 재추진 가능성이 높아진 것 아니겠냐는 시각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삼성중공업과 삼성엔지니어링의 합병 재추진은 이미 기정 사실”이라며 “삼성중공업이 인력과 조직을 대폭 정리해 몸집을 줄이는 것도 합병 재추진을 위한 준비인 셈”이라고 말했다.

삼성중공업의 해양생산설비 사업에 삼성엔지니어링 설계 인력 200여명이 파견된 것도 합병을 염두에 둔 협력체계 구축이라는 분석이다. 삼성중공업은 올 하반기 나이지리아에서 추진하는 에지나 FPSO 프로젝트를 효율적으로 수행하기 위해선 현장 경험이 풍부하고 관리 능력이 뛰어난 삼성엔지니어링의 도움이 절실한 상황이다.

국제 유가 급락으로 인해 올해도 조선플랜트 업계의 경영환경이 녹록지 않다는 점 역시 합병 재추진설의 근거로 제기되고 있다.

한국수출입은행은 올해 조선업계 수주량을 지난해보다 12% 감소한 950CGT(선박의 무게에 부가가치 등을 곱해 산출한 단위), 수주액은 14% 감소한 250억달러로 전망하고 있다. 삼성엔지니어링도 유가 하락이 장기화하면서 해외 수주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금융권 관계자는 “주주들이 반대한다고 해서 기업이 경영 효율을 높일 목적으로 추진한 합병을 포기하는 사례는 별로 없다”며 “플랜트 쪽 시황이 어려운 만큼 경영 정상화 측면에서 합병을 재추진할 것”으로 예상했다.

당초 두 회사가 합병을 추진했던 이유도 플랜트 설계 역량을 강화하고 조직 슬림화와 통합 자재 구매 등으로 원가를 줄이기 위해서다. 삼성중공업은 해양 플랜트 분야에, 삼성엔지니어링은 석유화학 등 육상 플랜트 분야에 강점이 있어 중복으로 구매하는 기자재만 통합해도 연 1000억원가량 절감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했다.

▲ 최근 들어 조직구조 슬림화에 나서고 있는 양사의 움직임을 합병을 재추진하기 위한 포석으로 풀이하는 분석도 제기된다. ⓒ양사 홈페이지

◆주가 반등세…합병설 탓?
합병이 무산되면 통상 6개월 뒤 재추진하는 관례에 비춰 이르면 상반기 중 합병을 재추진할 가능성이 큰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주식매수청구권 때문에 합병이 지연된 사례는 종종 있었지만 합병을 재추진해 결국 성공한 경우가 대부분이라는 이유 때문이다.

지난 2009년 현대모비스는 현대오토넷과 합병을 추진했지만 주식매수청구 금액이 2조8796억원에 달해 결국 무산됐다. 결국 주가가 주식매수청구권 가격보다 올라간 이후에 합병을 재추진할 수 있었다.

LG이노텍도 2008년 LG마이크론과 합병을 추진했는데 주식매수청구 금액이 회사에서 당초 예상했던 것보다 3배 이상 많아 연기할 수 밖에 없었다. 당시 지분율이 5.55%인 6개 기관 투자자를 비롯해 개인들이 총 1766억원의 주식매수청구권을 행사했다.

호남석유화학도 케이피케미칼과 한 회사가 되는 과정에서 주식매수청구권이라는 암초에 부딪혀 합병이 당초 계획보다 3년 가까이 미뤄졌다. 2009년 주식매수청구 금액이 7000억원에 달해 무산됐다가 2012년 다시 추진됐고, 주가가 오르면서 청구 금액이 1500억원 정도로 줄어 합병에 성공할 수 있었다.

이들 모두 합병이 한 차례 무산되기는 했지만 결과적으로는 재추진해 성공했다는 점에서 삼성엔지니어링과 삼성중공업도 비슷한 절차를 밟을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하지만 그러기 위해서는 두 회사의 주가가 주식매수청구 가격을 웃돌아야 한다. 하지만 국제 유가 급락의 여파로 올해도 양사의 전망은 그다지 밝지 않아 향후 실적 개선 여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최근 양사의 합병 재추진설이 다시 제기되면서 조금씩 상승세로 돌아서는 분위기가 감지되고 있는 것은 반길 만하다.

28일 오전 12시 기준 삼성중공업의 주가는 전날보다 200원(1.08%) 상승한 1만8750원을 기록하고 있다. 특히 52주 신저가를 기록한 지난 16일 이후 지속적으로 상승세가 지속되고 있다는 점은 눈여겨볼 만하다.

삼성엔지니어링 역시 신저가를 경신한 지난 12일 이후 반등세로 돌아섰으며 특히 28일 오전12시 기준 전일보다 3650원(12.15%)이나 급등한 3만4100원에 거래되고 있다.

김홍균 동부증권 연구원은 “지난해 무산된 삼성중공업-삼성엔지니어링 합병 재추진도 유효한 이슈”라며 “합병을 통해 제작 중심의 한계를 보완하고 엔지니어링능력 강화가 이뤄진다면 양사의 반등이 이뤄질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또한 업계에서도 합병 재추진의 조건으로 실적 개선을 들고 있다. 한 관계자는 “조선업 경기가 회복되면 삼성엔지니어링과의 합병 재추진 분위기가 조성될 것으로 예상된다”며 “이런 이유로 합병 재추진 시기는 올해 상반기보다는 하반기에 좀 더 무게가 실릴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 시사포커스 / 김종백 기자 ]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