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완구 원내대표가 국무총리 지명자가 되면서 새누리당의 원내대표 선거가 앞당겨졌다.
새누리당 원내대표에는 이주영 의원(4선) 대 유승민 의원(3선)이 원내대표 경선 출마를 선언했다. 또 이주영 의원은 원조 친박핵심으로 불리는 홍문종 의원을, 유승민 의원은 친이계로 분류되는 원유철 의원을 각각 러닝메이트로 선택했다.
이번 경선이 ‘친박 대 비박’이라는 대결 구도가 형성되면서 당내 계파 대립구도는 더 강해질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 친박 이주영-비박 유승민 격돌 예고
지난 1월 25일 이주영 의원은 서울 여의도 새누리당 당사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지금은 국민 감동의 정치가 어느 때보다 필요하다”며 “진정성을 통해 갈등과 분열의 에너지를 활기 넘치는 결합의 에너지로 바꾸어 놓겠다”고 차기 원내대표 출마를 선언했다.
또한 이주영 의원은 “새누리당의 운명을 가르는 이 절체절명한 순간에 공정한 무게 중심추가 돼 합리적 조정자가 되겠다”며 “쓴 소리도 물론 필요하겠지만 쓴 소리보다 강한 것이 바로 옳은 소리다. 옳은 소리를 내겠다”고 적극 강조했다. 이는 향후 당·청 관계의 개선 모색을 암시하는 발언으로 해석된다.
이주영 의원은 불과 얼마 전까지 해양수산부 장관을 역임해 세월호 참사를 수습한 바 있다. 이 때문에 정계에서는 자연스럽게 친박계 의원으로 분류하는 경향이 있다. 이 같은 배경을 볼 때 “이주영 의원의 원내대표 출마 선언 배경에는 이른바 ‘박심(朴心)’이 자리 잡고 있을 것”이라는 것이 정계에서 갖고 있는 대체적인 시각이다.
한편 유승민 의원은 지난 1월 27일에 차기 원내대표 출마를 선언했다. 유승민 의원은 이날 오전 11시 경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당이 정치와 국정 운영의 중심에 서야 한다”며 “원내대표로 선출되면 당을 정치의 중심에, 국정 운영의 중심에 두고 과감하게 변화와 혁신을 추진하겠다”며 새누리당 원내대표 경선 출마를 공식적으로 선언했다.
유승민 의원은 “안타깝지만 지난 2년 동안 대통령과 정부는 성공의 길을 걷지 못했다는 것이 현재 국민이 내리는 냉정한 평가”라고 직격탄을 날렸다. 유 의원은 “이 과정에서 새누리당도 해야 할 역할을 다하지 못했다”며 “우리 모두 다 함께 뼈아픈 자성과 새로운 각오를 다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와 아울러 유승민 의원은 2016년 4월에 개최된 차기 총선을 언급하며 “이대로 가면 내년 총선은 어렵다. 특히 박빙의 승부처인 수도권 선거는 더 힘들다. 충청·강원·영남도 안심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단언했다.
유승민 의원은 “누가 원내대표가 되는 것이 내년 총선승리를 위해 올바른 선택이겠냐”며 “본인을 총선승리의 도구로 써 달라”고 호소했다. 현재 당·청관계 개선보다는 차기 총선이 새누리당 입장에서는 더욱 절실하다는 입장을 가감 없이 밝힌 것이다.
◆ 친박-비박 당·청 관계 인식 차이 드러내

유승민 의원은 한때 ‘친박 핵심’으로 꼽히기도 했지만, 현재는 김무성 대표와 더불어 ‘비박’으로 분류되는 인물이다. 박근혜 대통령이 후보였던 시절 ‘경제 교사’ 이야기를 들을 정도로 긴밀한 관계였지만, 유 의원이 “경제 민주화를 실천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박 대통령과 멀어진 뒤 줄곧 소원한 관계로 알려졌다.
또한 이주영 의원 대 유승민 의원의 대결은 단순히 친박 대 비박 차원을 넘어 PK(부산·경남, 이주영 의원) 대 TK(대구·경북, 유승민 의원)의 대결이라는 독특한 모양새를 취하고 있기도 해 정계의 시선을 끌고 있다.
이와 더불어 이들의 런닝메이트가 각각 홍문종 의원(3선)과 원유철 의원(4선)으로 확정됨에 따라서, 친박 대 비박의 대결 구도는 보다 확실하게 굳어지는 분위기다. 이로써 선거 과정과 결과에 따라 상당한 파장이 예상된다.
지난 1월 28일 오후 홍문종 의원과 원유철 의원은 국회에서 각각 기자회견을 개최하여 “정책위의장 선거에 출마하겠다”고 전격적으로 선언했다. 이날 기자회견 자리에서 평소 친박계 핵심 인사로 꼽히는 홍문종 의원은 이주영 의원을, 비박계 대표 인사로 정평이 나있는 원유철 의원은 유승민 의원을 각각 러닝메이트로 택해 주목을 모았다.
이날 기자회견에서 홍문종 의원은 “개인의 영달과 안위만을 위해 청와대와 여의도를 잇는 다리를 불태워버리는 우를 절대 범하지 않을 것”이라며 “새누리당과 우리가 만든 박근혜 정부의 ‘치어리더’를 자임하려고 이 자리에 섰다”며 다소 강한 어조로 정책위원장 출마의 변을 밝혔다.
홍문종 의원이 이날 주장한 이른바 ‘박근혜 정부의 치어리더’론은 현재 멀어질 대로 멀어진 당·청 관계를 회복하고 청와대를 도와 박근혜 정부의 성공을 적극적으로 돕겠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이는 현재 새누리당 내 친박계 의원들이 견지하고 있는 공통적인 입장으로도 해석된다.
또한 이날 홍문종 의원은 국회 기자회견에서 “쓴 소리보다는 되는 소리, 손가락질보다는 서로를 어루만지며, 청와대와 여의도가 모든 것을 공동으로 책임지고 하나가 되어 (국정 난맥상을) 돌파한다는 심정으로 최선을 다하고자 한다”고 정책위원장 출마 의사를 거듭 밝히기도 했다.
한편 같은 날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연 원유철 의원은 홍문종 의원의 회견 내용과는 다소 차이가 나는 내용을 강조했다. 원유철 의원은 정책위원장 출마 선언을 하며 “박근혜 정부가 성공하기 위해서는 민심의 바다 한가운데 있는 새누리당이 중심이 되어야 한다”고 입장을 밝혔다.
또한 원유철 의원은 “무엇보다 새누리당이 변화와 혁신을 통해 당·정·청 관계에서 중심을 잡고 제 역할을 해야 한다”며 향후 국정 운영 면에서 당의 역할을 적극적으로 강조했다. 앞서 홍문종 의원이 밝힌 바 있는 ‘치어리더 론’과는 내용 측면에서 커다란 차이가 있을 수밖에 없다.
아울러 원유철 의원은 기자회견에서 “변화와 혁신을 이끌어내기 위해서는 당이 중심이 되어 새로운 비전을 만드는 역할을 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당장의 청와대와의 관계 개선보다는 당의 혁신을 통한 총선 승리를 더욱 중요시하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이는 원내대표 경선에 나선 유승민 의원이 기자회견에서 선언한 내용과 뜻을 같이 하는 부분이기도 하다.
◆ 김무성 대표 ‘중립’ 선언은 했지만

이렇게 원내대표 경선에 나설 ‘선수’의 면모는 확정됐지만, 그 결과가 어떻게 될지에 대해서는 현재 정가에서 자신 있게 예측하는 이가 아무도 없다. “새누리당 의원들의 ‘표심’이 어디에 있는지 정확하게 파악하기가 용이하지 않다”는 것이다.
정계에서 대략적으로 흘러나오는 전망은 “이주영-홍문종 의원을 중심으로 친박계가 바짝 결집하고, 아울러 유승민-원유철 의원을 중심으로 비박계가 뭉친다면 초박빙의 결과가 나올 수 있다”는 관측이 대세를 이루고 있다.
또한 정가 일부에서는 “최근 박근혜 대통령 및 새누리당의 지지율이 큰 폭으로 하락한 상황이기 때문에, 아무래도 위기감을 느끼는 의원들이 비박계 원대대표-정책위원장에게 힘을 실어주지 않겠느냐”는 예측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즉 “현재 지지율이 떨어지고 있는 상황에서 친박계 원내지도부가 당을 이끄는 것보다 비박계 원내지도부가 변화와 혁신하는 모습을 보여주면 다음 총선에서 한 표라도 더 얻지 않겠냐”는 이야기가 조심스럽게 나오고 있다.
이는 지난 2012년 총선을 앞두고 이명박 정부에 대한 국민 지지율이 크게 떨어지자 당시 박근혜 의원이 비상대책위원장을 맡으며 이명박 정부와 거리를 크게 두는 전략을 구사해 성공을 거뒀던 사례를 떠올리게 해 다소 아이러니하다.
하지만 당내 의원 사이에서는 “원내대표 선거는 일반 당원을 대상으로 하지 않고 어디까지나 의원들을 상대로 하는 선거인만큼, 최후까지 누가 어떻게 될 지 아무도 알 수 없다”며 “그렇기 때문에 선거 직전까지 부지런히 의원들과 접촉의 폭을 넓힌 의원이 결국 당선권에 들지 않겠느냐”는 분위기도 있다.
한편 이렇게 원내대표 경선을 앞두고 당내 상황이 어수선한 가운데, 김무성 대표는 연일 청와대 및 친박계를 정면으로 공격하는 자세를 취하고 있어 시선을 모으고 있다. 아울러 이러한 김 대표의 발언이 원내대표 경선에 어떤 영향을 끼칠지에 대해서도 초미의 관심사로 떠오르고 있다.
일단 김무성 대표는 “원내대표 경선 중립 선언”을 해 둔 상태다. 김무성 대표는 지난 1월 26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 참석한 자리에서 “원내대표 선거에 우리 당의 훌륭한 후보들이 출사표를 던지고 계신데 야당을 이기려는 자세가 없는 것이 중요하다”며 “당내 분열이나 계파를 운운하는 목소리가 절대 나와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이와 대조적으로 김무성 대표는 “정부의 인식이 무책임하다”는 취지로 연일 비판의 수위를 낮추지 않고 있어 결과적으로 당내 친박계와 적극적으로 척을 지는 면모를 보이고 있기도 하다.
지난 1월 27일 오후 김무성 대표는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열린 새누리당 전국여성지방의원협의회 ‘2015 총회 및 제13차 레드파워여성포럼’에 참석해 “민주 정치라 하는 것은 자기 소신껏 말하라고 하는 건데 잘 하라고 몇 마디 한 것을 갖고 ‘저건 만날 불평불만이다’, ‘대통령 끄집어 내리려고 한다’는 소아병적인 생각과 사고 때문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말했다.
이 같은 김무성 대표의 직격탄은 당내에서 청와대에 대한 ‘최대 비판자’를 자임하고 있는 이재오 의원을 옹호하는 취지에서 나온 발언이라 더욱 눈길을 끈다. 이 때문에 정계 일각에서는 “최근 정부 및 당에 대한 낮은 지지율을 만회하기 위해 본격적인 거리두기에 나선 것 아니냐”는 추측이 돌기도 했다.
이에 대해 한 정치평론가는 “김무성 대표의 입장에서는 아무래도 차기 원내대표 경선에서 유승민-원유철 의원이 당선되는 게 당의 존재감을 드높이는 데 유리할 것이라고 판단할 것”이라며 “그런 심적 배경이 있기 때문에, 표면적으로는 중립을 유지하면서도 은근한 메시지를 보내는 전략을 발휘하지 않겠느냐”고 설명했다. [시사포커스 / 문충용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