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의당 천호선 대표가 진보재편 이슈와 관련해 다양한 가능성을 열어두면서도 “솔직히 정의당이면 충분하다고 생각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국민모임과 본격적 진보재편 주도권 경쟁이 시작된 것으로 보인다.
천호선 대표는 29일 오후 정동 프란치스코 회관에서 열린 정의당 서울시당 주최 특별강연을 통해 이 같이 말하며 “정의당은 아무 기득권 없는 열린 정당이다. 새로운 사람이 합류해도 충분히 같이 할 수 있고, 기득권을 더 내려놓으라면 얼마든지 내려놓겠다”고 말했다. 정의당이 기득권을 내려놓을 테니, 정의당 틀 안에서 진보의 판을 키우자는 얘기다.
천 대표는 또, 이 자리에서 진보재편의 전제 조건으로 ▲진보의 가치에 동의해야 할 것 ▲민주주의 원칙을 지켜야 할 것 ▲공존의 문화를 가져야 할 것 등 세 가지 원칙을 제시했다. 그러면서 “이 세 가지 원칙에 동의한다면 누구든 함께 할 수 있다”고 밝혔다.
천 대표는 그러나 “통합할 생각이 없는 세력이 통합 논의 테이블에 함께 앉으면 시간만 허비 된다”면서 “동그란 탁자든 네모난 탁자든 통합의 의지가 있는 사람들이 앉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천 대표는 “패권주의 세력과는 절대 같이 할 수 없다”고 단호한 입장을 밝히기도 했다. 새정치민주연합 내 일부 세력을 겨냥한 것으로 풀이된다.
천 대표는 이어, 진보재편을 통해 만들어질 새로운 정당에 대해 “명망가정당이어서는 안 된다. 정당이 명망가를 만들어야 한다”며 “내부에서 검증된 공직후보를 내세우는 게 정당의 큰 역할”이라고 강조했다.
정의당을 둘러싼 최대 관심사인 국민모임 등과의 통합전략에 대해서는 “전략은 없다. 아직 우리가 전략을 세울 만큼 정동영 전 의원이나 국민모임이 자신들의 구상과 비전을 구체적으로 내세우고 있지 않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천 대표는 “일단 모두 만나서 이야기를 듣고 판단한 뒤 우리의 구상과 계획을 내세우겠다는 게 제 원칙”이라고 말했다.
천 대표는 그러나 국민모임에 대해서는 이처럼 신중한 자세를 취하면서도 노동당에 대해서는 “특별한 관심을 가지고 있다”고 적극적 의지를 드러냈다. 천 대표는 “진보정치혁신회의라는 틀 안에서 1년 가까이 통합문제에 대한 논의를 해왔고 여전히 그 연장선상에 있다고 생각한다”며 “이번 당 지도부 선거결과에 따라 어떻게 만나 나갈지 결정할 것”이라고 밝혔다.
천 대표는 “이런 원칙에서 매우 신중하고 조심스럽게 진보재편을 추진할 것”이라고 덧붙여 말했다.
한편, 차기 총선에 대해서는 “현재의 정당구조로 치러지지 않을 것이다. 야권재편이 될 것”이라며 “권력을 추구하는 이합집산이 안 되려면 진보정치의 혁신강화가 필요하다. 야권 내의 건전한 경쟁이 일어날 것”이라고 내다봤다.
천 대표는 아울러, “야권연대는 2017년 정권교체를 염두에 둔 중장기적 연대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4.29 재보선에 대해서는 “적극적으로 대응한다는 원칙”이라며 “최대한 세 곳 모두 내는 방향으로 준비하고 있다”고 밝혔다. 또, “야권연대가 이뤄지는 것이 바람직하지만 쉽지 않을 것”이라며 “새정치민주연합 당 대표가 새로 뽑히면 그냥 밀고 나갈 것이다. 우리가 먼저 연대를 제안할 생각은 없고, 야권연대를 전제로 준비하고 있지 않다”고 말했다.
천 대표는 “국민모임 등에서 협력과 연대를 제안한다면 열어놓고 검토할 것”이라며 “실제로 후보를 내실지 두고 봐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