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산 우유 재고가 사상 최대치를 갈아치웠다.
문제는 높은 기온으로 젖소 집유량이 늘어나면서 원유 생산이 증가했지만, 수입산 우유의 저가 공세로 국산 우유가 남아돌고 있는 것이다. 이제는 멀쩡한 우유까지 폐기해야 하는 지경에 이르렀다.
2일 농림축산식품부와 낙농진흥회에 따르면 지난해 연말 국산 우유 재고는 23만2000여 톤으로, 전년(9만2000여 톤) 대비 150% 증가했다.
지난해 원유 총생산량은 집유량 증가와, 사료값 하락으로 전년(209만3000여 톤)에 비해 10여만 톤이 많은 219만8000여 톤으로 집계됐다. 이처럼 국산 우유 생산량은 증가했지만 소비량은 이에 못미치고 있다. 지난해 수입산 우유 소비의 경우 2013년의 158만7000톤에 비해 9만6000톤(6.0%) 증가한 반면, 국산 우유 소비는 199만5000톤에서 2만9000톤(1.5%) 줄어들었다.
사실 서구화된 식습관으로 치즈 등 유제품과 제과 등의 수요가 증대되면서 지난해 국내 우유 총소비량이 전년대비 1.9% 늘어난 364만8000여톤으로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다. 그러나 문제는 커진 시장파이를 수입산 우유가 차지하고 있다는 점이다.
더 큰 문제는 가격경쟁력에 밀려 국산 우유 소비가 줄어들고 있지만, 가격 인하를 통한 수요확대가 어렵다는 것이다. 바로 원유가격연동제 때문이다. 원유가격연동제란 지난해 원유가를 바탕으로 1년간 원가 변동 요인을 적용하는 제도다. 공식에 따라 생산비 변화액을 원유 기본가격에 반영하기 때문에 수요 감소나 과잉 생산 등 가격 하락 요인이 반영되지 않는다.
원유 가격연동제는 초기 원유가격 협상 시 반복되던 낙농가의 반발을 누그러뜨리기 위한 취지로 마련됐지만 이제는 오히려 자충수로 작용하고 있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게다가 지난해 5월부터 흰우유(살균유) 중국 수출이 중단되면서 낙농농가의 근심이 깊어졌다. 중국 정부는 우리나라에서 130도 이상 초고온살균법을 이용해 만든 우유의 유통기한이 자국 우유보다 긴 것 등을 이윯 국내우유 업체들의 수출 등록을 보류했다.
하지만 지난달 26일 방한한 중국 실사단이 마지막 점검 차원에서 국내 유업체들의 생산공장을 살펴보고 있고, 그 결과에 따라 국산 우유의 수출 재개 여부가 결정되므로 중국 시장 진출을 완전히 포기하기에는 아직 이르다는 것이 업계 중론이다.[시사포커스 / 진민경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