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자원외교 국조특위가 2일 2차 회의를 열어 논의했다. 그러나 자원외교 증인 채택을 둘러싼 여야 이견이 좁혀지지 않은 상황에서 이명박 전 대통령의 회고록이 공개돼 첨예한 공방전을 펼치고 있다.
특히 여야는 자원외교 국조 증인 채택을 두고 그 범위에서 결국 합의에 이르지 못했다. 이에 따라 자원외교 증인 채택은 뒷전으로 밀리고 회고록을 둘러싼 공방만이 이어진 채 시간만 보낼 것이라는 우려의 목소리가 제기되고 있다.
이와 함께 이명박 전 대통령의 회고록 ‘대통령의 시간’이 2일 본격적으로 출간됐다. 그러나 정치권에서는 책 내용에 대해 야당뿐만 아니라 여권 내에서도 갑론을박을 벌이고 있다.
◆MB “자원외교 비판, ‘우물가에서 숭늉을 찾는 격’”

이 전 대통령은 회고록에서 자원외교의 회수율에 긍정적인 평가를 내릴 뿐만 아니라 국회의 국정조사에도 비판적 태도를 보였다.
이명박 전 대통령은 자신의 회고록 ‘대통령의 시간’에서 전체 800쪽 중 자원외교를 다룬 부분은 5쪽에 불과하다. 특히 이명박 전 대통령은 자원외교는 국가와 국민을 위해 추진했다고 주장했지만 정치권이 너무 정략적으로 다루고 있다며 불만을 표시했다.
이 전 대통령은 “특히 야당의 비판이 사실과 대부분 다르다는 점에 큰 문제가 있다”면서 “과장된 정치적 공세는 공직자들이 자원 전쟁에서 손을 놓고 복지부동하게 만들 것”이라고 우려했다.
회고록에 따르면 재임 당시 자원외교에 관해 “자원 외교는 성과가 10년에서 30년에 걸쳐 나타나는 장기 사업인데 퇴임한지 2년도 안된 상황에서 평가하고 문제를 제기하는 것은 ‘우물가에서 숭늉을 찾는 격’”이라며 야당의 비판에 정면으로 반박했다.
또 “해외자원개발 과정에서 비리가 있다면 철저히 조사해 관련자를 엄벌하면 된다"면서 "그러나 문제를 침소봉대해 자원외교나 해외자원개발 자체를 죄악시하거나 하지 못하게 막는 건 어리석은 짓”이라고 비판했다.
이 전 대통령은 “오랫동안 유전 개발을 해온 서구 선진국들도 많은 검토 끝에 시추해서 기름이 나올 확률은 20%에 불과하다 한다”면서 “실패한 사업만을 꼬집어 단기적인 평가를 통해 책임을 묻는다면 아무도 그 일을 하려 들지 않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그는 “해외 자원 개발의 총괄 지휘는 국무총리실에서 맡았다. 우리 정부 초대 국무총리로 한승수 총리를 임명한 것은 그 같은 이유였다”며 “국내외의 복잡한 현안에 대해서는 내가 담당하고, 해외 자원 외교 부문을 한 총리가 힘을 쏟으면 좋겠다는 생각에서였다”고 자원외교가 총리 주도로 추진됐다고 전했다.
이 전 대통령은 자원외교를 둘러싼 비리 의혹과 관련해서는 “우리 정부는 해외 자원 개발 사업의 투명성 확보에도 노력을 기했다”며 “우리 정부는 자원 외교를 통해 가급적 자문료나 커미션이 없는 사업을 추진하고자 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임기 중 내가 해외 순방을 하면서 맺은 45건의 양해각서 중 포괄적 교류 사업인 15건을 제외하면 자원사업과 관련된 양해각서는 30건이다. 이 중 사업으로 연결된 것은 7건에 이른다”며 “또한 컨설팅이 꼭 필요한 상황에서는 공신력 있는 대형 자문회사를 활용하여 투명성과 효율성을 높이고자 노력했다”고 강조했다.
이 전 대통령은 아울러 “그 같은 노력의 결과 우리 정부 시절 공기업이 해외 자원에 투자한 26조 원(242억 달러) 중 4조 원(36억 달러)은 이미 회수됐으며, 2014년 12월 산업통상자원부 자료에 의하면 미래의 이자비용까지 감안한 현재가치로 환산된 향후 회수 예상액은 26조 원에 달한다”고 밝혔다.
한편 이 전 대통령의 회고록 출간 이후 자원외교 쟁점이 더욱 불거지는 양상에 따라 국정조사가 더 어려워 질 전망이 관측됐다.
◆여야 증인 채택 갈등 여전…결국 파행
국회 정부 및 공공기관 등의 해외자원개발 진상규명을 위한 국정조사특별위원회(자원외교 국조특위)는 전체회의를 열고 기관보고 증인채택을 위한 협상에 거듭 나섰다.
2일 자원외교 국조특위 여야 간사인 새누리당 권성동 의원, 새정치민주연합 홍영표 의원은 국회에서 만나 9일 시작되는 기관보고에 출석할 증인 선정에 대한 협상을 진행했지만 끝내 불발됐다.
여전히 여야는 증인채택을 두고 이견을 보이고 있어 협상이 좀처럼 진행되지 않고 있다. 앞서 지난달 24일 1차 협상에서도 합의점을 도출해내지 못한 채 결국 무산되기도 했다.
야당은 이명박 정부 당시 자원외교 현황을 파악하기 위해 한국가스공사와 한국광물자원공사, 한국석유공사 등 이른바 ‘에너지 공기업 3사’의 전직 사장과 이명박 전 대통령, 최경환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등을 증인으로 불러야 한다고 요구했다. 반면 여당은 증인채택을 현직 임원에 한정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권 의원은 “기관보고를 할 때 과거 전 사장이나 직원들을 증인으로 지명하는 건 그야말로 난잡해지는 것”이라며 “청문회 때 필요한 증인과 참고인을 (기관보고에) 부르는 것은 전례가 없는 것이니 만큼 현직 기관장과 그 기관의 간부들을 대상으로 하는 기존의 방식대로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권 의원은 “특위의 효율성을 위해 기관보고에선 보고에만 충실하고 증인은 필요하다고 판단될 경우 추후 청문회 과정에서 부를 수 있다”며 “산업위 소속이 아닌 특위 위원의 경우 현재 누구를 증인, 참고인으로 불러야 되는지 판단이 안 된 상태”라고 단계적 특위 진행을 요구했다.
이에 홍 의원은 “1993년 평화의댐 국조와 1997년 한보사건 국조, 1999년 IMF환란 원인규명 국조, 2000년 한빛은행대출 관련 국조 때도 다 전직 사장을 불렀다”며 전직 사장을 비롯해 당시 실무책임자들의 구체적 답변을 통해 확인할 것을 강조했다.
그러면서 홍 의원은 “새누리당은 국조를 하자는 건지 말자는 건지 모르겠다. 기관보고 증인을 부를 수 없다고 하는 것은 국조를 하지말자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에 권 의원은 “야당이 무리한 요구로 정치공세를 하는 것”이라고 반박했다.
새정치연합 박완주 원내대변인도 이날 브리핑을 열고 “진실로 국민과 역사 앞에 두려운 게 없고, 감추려 하는 게 없다고 자신한다면, 국민의 요구에 더욱 당당하게 나서야 할 것이지 국정조사를 무력화시키려 하면 안 된다”고 거듭 촉구했다.
이명박 전 대통령을 향해서도 “이명박 전 대통령이 스스로 회고록에서 “특히 야당의 비판이 사실과 대부분 다르다는 점에 큰 문제가 있다”고 했는데, 어떤 점이 사실과 다른지 국회에 나와 밝혀 달라“고 요구했다.
한편 이날 여야는 증인 협상에서 합의를 이루지 못해 9일 예정된 기관보고 첫 일정의 조정이 불가피해질 것으로 보인다. [시사포커스 / 김지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