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새정치민주연합은 3일부터 당 대표와 최고위원 선출을 위한 사전투표를 시작한다. 그러나 바로 전날인 2일에 2·8 전당대회 일반당원·국민 여론조사 규칙을 놓고 여론조사 반영룰을 놓고 당권 주자들이 격돌했다.
전당대회준비위원회가 ‘지지후보가 없다’는 답변을 제외시키자는 문재인 후보의 의견을 적용한 것이다. 이에 따라 박지원 후보는 거세게 반발하고 나서 격렬한 논쟁을 벌이면서 막판 최대 쟁점으로 떠올랐다.
◆새정치 전준위 “여론조사서 ‘지지후보 없음’ 득표수 제외키로”

새정치민주연합 전당대회준비위원회(이하 전준위)는 당 대표 선거에 반영할 여론조사 반영 방식에서 문 후보 측이 ‘지지후보 없음’을 득표수에서 제외해야 한다며 문제를 제기한 것을 받아들였다.
반면 박지원 후보 측은 각 후보가 받은 득표율을 그대로 반영하자는 입장으로 이같은 결과에 거세게 반발했다. 이에 따라 문재인 후보와 박지원 후보의 갈등이 최고조에 달하고 있다.
지난 2일 전준위는 전체회의를 열고 지도부 경선 결과에 25% 반영되는 일반 당원(10%)·국민(15%) 여론조사에서 ‘지지 후보 없음’ 선택을 유효 투표로 인정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이는 여론조사 득표율 계산에서 ‘지지 후보 없음’이라는 답을 제외하고 100%로 환산하는 방안을 표결하는 것이다.
이날 표결은 전준위원 자격으로 참석한 15명 중 11명이 찬성했고 4명은 기권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성곤 위원장과 최유진 위원은 기권표를 던졌고, 김영록·황인철 위원은 ‘무효’를 주장하며 사실상 기권했다. 이상민·최원식·이원욱 위원은 표결에 불참한 채 퇴장했다.
전준위의 유권해석을 두고 당내에서는 특정 후보를 지지하기 위한 것이라며 비난이 터져 나왔다.
논란이 확산되자 전준위는 보도 자료를 통해 “경선 룰을 새롭게 바꾼 것이 아니다”라면서도 “당시 시행세칙을 만드는 과정에서 ‘지지후보 없음’ 조항이 새롭게 포함된 6·4지방선거 시행세칙을 준용하고, 여론조사 결과 합산 방법에서는 이 조항이 없었던 5·4전당대회 시행세칙을 그대로 준용해 단순히 ‘득표율을 합산’한다는 자구를 넣으면서 실무 착오가 발생했다”고 밝혔다.
이어 전준위는 “사전에 문안을 명쾌하게 정리하지 못해 혼선을 초래한 것에 대해서는 심심한 유감의 뜻을 표한다”며 “전준위는 경선 룰을 새롭게 바꾼 것이 아니며 선관위의 해석 요청에 따라 전준위원 다수의 의견을 물어 결정했다”고 거듭 강조했다.
전준위는 시행세칙 적용 과정에서 ‘득표율 합산’부분에 대한 해석에 대해 “선관위에서 1월 29일과 1월 30일 두 차례의 회의를 했으나 결론을 내리지 못하고 비대위에 해석을 요청한 바 비대위에서는 다시 전준위에 위임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전준위는 “그 동안의 모든 자료와 시행 세칙이 만들어진 경과와 취지를 살펴보고 문제의 ‘득표율 합산’에 대한 해석을 “‘지지후보 없음’을 제외하고 100% 환산하는 방법”이 저희 당의 전통적인 여론 조사 원칙에 맞다는 것에 다수가 동의했다”고 강조했다.
◆박지원 “계파독점 결과” VS 문재인 “당내 싸움 안해”
박지원 후보는 당 대표 선거에 반영할 여론조사 반영 방식을 ‘지지 후보 없음’ 선택을 유효 투표로 인정하지 않기로 한 것에 대해 TV토론회와 라디오 인터뷰 등을 통해 문 후보를 강하게 비판하고 나섰다.
2일 박 후보는 국회 의원회관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계파독점의 결과”라며 전준위의 유권해석을 두고 반발했다.
박 후보는 “전준위가 무슨 자격으로 이러한 결정을 내렸는가?”라며 “내일 투표가 시작되고 100M 경주에서 98M 왔는데, 규정을 바꾼다는 것은 국민과 당원에게 왜 우리 새정치민주연합이 이 꼴이 되었는지 너무나 적나라하게 나타내는 욕심”이라고 지적했다.
아울러 박 후보는 “노무현 前대통령은 반칙 없는 세상을 만들겠다고 말씀하셨다. 꼭 이렇게까지 반칙을 하면서 당 대표가 되어야 하고, 더욱이 대통령 후보가 되려고 하는가”라며 “참으로 참담한 심정을 금할 길이 없다”고 개탄했다.
3일 박 후보는 YTN라디오 ‘신율의 출발 새아침’과의 인터뷰에서도 여론조사 방식에 대해 “여론조사는 지지후보가 없으면 없는 것도 여론이다. 그렇기 때문에 그 여론을 감안해야한다”며 “지지후보가 없는데 그걸 가져다가 지지후보가 있는 것으로 끼워 맞춘다고 하면, 그건 여론조사가 아니다. 진정한 여론조사는 특정한 후보 중에서 누구를 지지할 수 있는 권리도 있고, 지지후보가 없다고 의사표시를 하는 것도 여론조사다”라고 설명했다.
문 후보가 지난 5.4전당대회나 6.4지방선거 때의 규칙을 그대로 적용한 것이라고 반박한 것에 대해서는 “이것은 작년 12월 29일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의 지침대로 지지후보 없음을 명문화 시켜서 통과시켰다”라며 “어제 JTBC토론회에서 문재인 후보는 이러한 가결을 한 적이 없다고 했다. 오히려 제가 없던 것을 만들어 내려고 한다고 하는데, 기록물로 나와 있고, 우리당의 홈페이지만 가보시면 엄연히 올라가 있다”고 지적했다.
향후 자신의 거취에 대해선 “여러 가지 고민을 하고 있지만 그러나 우리 당이 또 분열해서는 안 되지 않나”며 “권리당원과 대의원, 국민들은 이런 반칙에 대해 현명한 판단을 해줄 것으로 믿는다”고 말했다.
반면 문 후보는 박 후보와의 갈등이 첨예하게 대립한 가운데 3일 기자들에게 문자메시지를 보내 “저는 당내 싸움은 일체 하지 않겠다. 당내에서 싸우지 않고 현 정권에 맞서 국민을 지켜내겠다”고 밝혔다. 이어 문 후보는 “사즉생 각오로 총선승리 이루겠다. 도와주십시오. 함께해 주십시오”라고 덧붙였다.
앞서 문 후보는 JTBC TV토론회에서도 박 후보의 비난에 “2012년 5·4전당대회 당시 ‘지지 후보 없음’을 인정하지 않았고, 이번 전대 역시 5·4전대 룰(규칙)을 따르기로 한 게 원칙이었다”며 “박 후보 측에서 (지지후보 없음을) 합산하는 쪽으로 룰 변경을 시도하다가 제동이 걸린 것”이라고 반박하기도 했다.
그러면서 문 후보는 “가장 저질의 토론이 되고 있는 것 같다”며 “우리 당에 기대를 걸면서 지지를 보내주는 국민께 송구하다”고 했다. 이에 박 후보가 “친노가 이 당을 지배하고 있다”며 “내일부터 투표인데 오늘 규정을 바꾸는 게 저질”이라고 맞받아쳤다.
한편 두 의원의 공방이 이어지자 이인영 의원은 “이런 지리멸렬한 토론을 계속하면 퇴장하겠다”고 말하기도 했다. [시사포커스 / 김지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