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두산그룹이 지난해 핵심계열사인 두산중공업에 대해 희망퇴직을 단행한데 이어 최근 두산인프라코어도 그 대상에 포함시켰다. 더불어 일부 부진한 계열사와 관련해 외부 재무 컨설팅을 의뢰하는 등 그룹 재정비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이를 두고 두산그룹이 곧 대대적인 수술에 나설 것이라는 의견을 내놓고 있다. 이에 두산 측은 “실적 개선을 위한 예방차원”이라고 선을 그었다.
그러나 두산그룹이 그룹 내 양대 축이라 할 수 있는 두산중공업과 두산인프라코어의 희망퇴직을 잇따라 단행하고 공장 용도를 변경하는 등 심상치 않은 움직임을 보이고 있어, 실적 부진을 거듭하고 있는 다른 계열사 직원들은 인력 감축 등 곧 대대적인 구조조정이 시작되는 것 아니냐며 불안에 떨고 있다.
◆ 무엇이 두산을 흔드는가?
사실상 최근 두산인프라코어와 두산중공업의 상황을 보면 뭔가 조치가 필요했던 것은 분명해 보인다.
두산중공업의 지난해 3분기 매출은 13조1189억원으로 전년 동기(14조2520억원)보다 줄었고, 세전이익도 당초 흑자에서 적자로 돌아섰다. 영업현금흐름은 -7681억원으로 전년 동기(-1조2972억원)와 비교해 양호해졌지만 여전히 현금 부족 현상이 심각한 수준이다. 이는 두산중공업이 인력감축을 해야 했던 이유를 짐작하게 하는 부분이다.
이 같은 실적저하 문제는 계속된 수주부진에서 기인한 것이기도 하다. 지난 2012년부터 시작된 수주부진이 실적에 적잖은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이다. 두산중공업은 지난해 수주목표를 10조원으로 잡았지만 3분기까지 4조4000억원의 실적을 올리는데 그쳤다.
이런 상황에서 1조원 규모의 인도사업 무산도 두산중공업을 위축시켰다. 두산중공업은 지난해 9월 인도 벵갈 지역에 들어설 복합 화력발전소를 최저가에 입찰한 뒤 수주 직전까지 갔지만, 발주처가 발전소 건립 시 가장 중요한 전제조건인 석탄 및 환경평가 승인을 받지 않은 채 무리하게 발주를 강행한 사실이 밝혀져 해당 사업이 전면 취소됐다.
다행히 1조원 규모의 사업을 수주했다가 무효화 된 것이 아니라, 입찰 과정에서 생긴 사업 취소여서 실질적인 손해는 없었지만 이는 극심한 수주 부진을 겪고 있는 두산중공업에 큰 타격을 준 것이나 마찬가지라는 게 업계의 공통된 의견이다.
실적부진은 희망퇴직으로 일컬어지는 인력감축뿐만 아니라 신용등급 강등이라는 결과를 낳기도 했다. 한국기업평가는 두산중공업의 신용등급을 A+에서 A로 하향조정했고, 두산중공업의 최대주주이자 그룹의 지주회사인 ㈜두산의 신용등급 역시 한 단계 강등했다.
두산인프라코어 역시 상황은 다르지 않다. 두산인프라코어의 지난해 3분기 누적실적은 연결기준으로 매출 5조7131억원이고, 세전이익 357억원이다. 전년동기의 5조8503억원, -327억원과 비교해 썩 나쁘지 않다. 하지만 해외자회사 등을 제외한 별도기준으로는 매출 3조1514억원, 세전이익 -180억원이다. 전년동기의 2조9449억원, -509억원보다는 나아졌지만 여전히 적자를 면치 못했다.
영업현금흐름의 경우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연결기준으로 작년 3분기말의 두산인프라코어 영업현금흐름은 전년동기 2690억원보다 크게 줄어든 수준인 587억원으로 집계됐다. 겨우 마이너스를 면한 셈이다. 하지만 별도기준으로 보면 작년 3분기말의 경우 -1722억원으로 전년동기의 -968억원보다 현금부족이 심화됐다.
회사 측에서 더 이상의 ‘현금 가뭄’을 막기 위해 국내부분의 비용감축을 감행해야 했던 상황임을 시사하는 부분이다.
◆두산엔진·건설, 구조조정 단행하나?
계속된 실적부진으로 재무컨설팅을 의뢰한 두산엔진과 두산건설도 어려운 상황인 것은 마찬가지다. 매출은 정체흐름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고, 세전이익에 이어 영업손익마저도 적자전환했다. 이에 유동부채가 증가하면서 금융비용 지출은 늘고, 영업현금흐름 부족상황은 더욱 심각해지고 있다.
사실상 두산인프라코어나 두산중공업보다 재무적 부담은 덜하다. 하지만 두산엔진의 경우 전체 조선업계의 부진으로 선박용 엔진시장이 주춤하고 있는 것을 감안할 때 허리띠를 졸라메야 하는 상황임은 분명하다.
두산건설 역시 지난해 3분기말 기준 전년동기와 비교해 매출에서 흑자를 냈고 영업손익도 개선됐지만, 여전히 높은 금융비용 부담으로 순익은 4년 연속 적자는 불가피할 것으로 보이는 상황이다.
업계는 이처럼 위기에 놓인 두산이 사무직의 희망퇴직을 하나의 방법으로 생각하는 것도 무리는 아니라는 의견을 내놓고 있다. 더불어 유력한 희망퇴직 실시 대상으로 두산엔진과 두산건설을 거론하고 있다.
두산엔진은 현대중공업에 이어 국내 2위의 선박엔진 업체지만, 조선업황 악화로인해 2011년 3000억원 수준이었던 영업이익이 지난해 적자로 돌아섰다. 최근에는 두산엔진 지분의 8.06%를 보유한 대우조선해양의 지분 매각 추진 소식이 알려지면서 구조조정 임박했다는 주장에 힘이 실리고 있다.
두산건설의 경우 건설 경기 침체로 인한 국내 미분양 주택 증가로 인해 2013년 심각한 유동성 위기에 빠진 바 있다. 두산중공업의 지원으로 순간 위기에서는 벗어났지만, 순이익은 2011년부터 연속 4년째 적자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두 계열사에 대한 외부컨설팅 의뢰와 관련해 두산그룹 관계자는 “장기적인 턴어라운드를 모색하는 과정에서 필요한 정기적인 외부 컨설팅 작업일 뿐 구조조정을 목적으로 한 게 아니다. 실적 개선을 위해 외부의 의견을 듣는 차원”이라면서도 “컨설팅 결과에 따라 재무 건전성 향상을 위한 다양한 방안을 검토할 것”이라고 말해 해석의 여지를 남겼다.
현재 두산그룹은 두산인프라코어의 희망퇴직을 진행 중이다. 두산인프라코어의 희망퇴직과 관련해 예상 인원 등 정확하게 공개된 바는 없지만, 작년 두산중공업의 전례와 비교할 때 세 자릿수 이상의 희망 퇴직자가 나올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두산인프라코어의 한 관계자는 “부서의 책임자가 일부 직원들에게 희망퇴직 의사를 묻고 있다”면서 “대상과 조건을 확정한 공식 통보가 조만간 이뤄질 것”이라고 말했다.
앞서 지난해 두산중공업은 창원 본사와 서울사무소에서 근무하는 52세 이상 직원 450여명을 대상으로 희망퇴직 의사를 물어본 결과 200여명이 퇴직의사를 밝혔다고 전했다. 당초 두산중공업의 생산직·사무직 직원의 정년은 60세지만 희망퇴직자 모집 대상자는 52세 이상 과·차·부장급 사무직 직원들로 연령대가 낮춰졌다.[시사포커스 / 진민경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