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 총리, 대국민 호소문발표…주말 평택 폭력시위 자제
평택미군기지확장저지 범국민대책위원회(범대위)가 14일로 예정된 평택 미군기지 이전반대 집회 강행 의사를 굽히지 않자 정부가 강경 대응에 나섰다.
한명숙 총리는 12일 평택 미군기지 이전과 관련한 대국민 호소문을 발표하고 "사회문제를 해결하는데 있어 시민과 공권력이 폭력으로 맞서 충돌하는 일이 다시는 없어야 한다" 고 말했다.
한 총리는 이날 오전 정부 중앙청사에서 발표한 '국민여러분께 드리는 호소의 말씀' 을 통해 "한미동맹을 공고히 유지하는 것은 사회와 국가의 안정과 발전을 위해 필수적" 이라며 이 같이 밝혔다.
한 총리는 "다시는 매 맞는 시위대가 없고 매 맞는 경찰이 없게 하자" 면서 "어려운 문제를 평화적인 방법과 대화절차를 통해 해결해내는 성숙한 사회라는 것을 이번 사태를 계기로 전세계에 보여주자" 고 역설했다.
한 총리는 또"시위대와 경찰, 정부당국 등 당사자들이 한걸음 물러나서 냉정을 되찾자" 며 "정부도 대화가 부족했음을 겸허히 인정하고 열린 자세로 성의를 다해 주민과 함께 문제 해결의 방법을 찾겠다"고 말했다.
한 총리는"우리 마음과 정성을 다해 서로의 상처를 어루만지면서 모두가 승자가 되는 길을 선택하자"며 "오늘의 난국을 새역사 창조의 밑거름으로 승화시키는 일에 국민 모두가 나서주기를 간절히 호소한다"고 말했다.
한편 한 총리는 발표에 앞서 삼청동 공관으로 함세웅 평화적 집회시위문화정착 민관공동위원회 위원장, 박형규 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 전 이사장, 백낙청 시민방송 이사장, 박상증 참여연대 공동대표 등 14명을 초청해 의견을 수렴 했다.
▲다음은 한명숙 총리 대국민 호소문 전문
사랑하는 국민 여러분!
제가 국무총리로 부임한 지 오늘로 23일이 됩니다. 저는 오늘 참으로 무거운 마음으로 이 자리에 섰습니다. 그동안 주한 미군기지 이전과 관련하여 평택지역에서 시위대와 경찰 사이에 물리적 충돌이 있었습니다. 이 사태로 인해 국민 여러분께 안타까움과 심려를 끼쳐드린 데 대해 송구스런 마음을 금할 수 없습니다. 이번 주말에 또한번의 대규모 시위가 예고된 가운데 우리 사회 내부의 갈등과 대립의 골이 깊어지고 있어 심히 우려되는 바입니다.
오늘 저는 이 문제의 바람직한 해결을 위해 국민 여러분의 이해와 협조를 간곡히 호소하고자 합니다.
주한미군기지 이전사업은 전국에 산재해 있는 5,200여 만평의 미군기지 땅을 돌려받고 그 대신에 360여 만평의 땅을 제공하는 것입니다. 특히, 용산미군기지의 이전은 한 나라의 수도 서울 복판에 120여년 간이나 외국군대가 주둔해온 역사를 청산하고 민족적 자긍심을 드높이기 위해, 1988년부터 우리가 요구하여 추진해온 사안입니다. 이것은 2003년 한-미 정상 간의 합의와 국회의 비준동의를 이미 거친 후 현재 추진되고 있는 사업입니다.
주한미군기지 대부분을 평택지역으로 이전하게 된 것은, 가까운 오산기지 등 기존의 미군 군사시설을 활용할 수 있는 이점과 항만-철도-도로 등 기간시설을 이용할 수 있는 등 전략적, 경제적 측면을 고려한 결정입니다. 국민 여러분께서 잘 아시는 대로, 한국전쟁 이후 오늘에 이르기까지 우리나라는 국가안보와 국방과 경제발전, 그 어느 면에서도 미국과의 동맹을 근간으로 삼고 있습니다. 한미동맹을 공고히 유지하는 것은 우리 사회와 국가의 안정과 발전을 위해 필수적인 일입니다.
사랑하는 국민 여러분!
작금에 일어난 사태에 대하여 저는 한없이 가슴 아파하며 총리로서 무거운 책임감을 느낍니다.
우리 사회는 다양성이 존중되는 민주주의 사회입니다. 국민 누구나 정부와 다른 생각을 가질 수 있고 자유롭게 표현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의견의 표출 방식은 합법적이고 평화적이어야 합니다. 지난번과 같은 충돌은 다시는 있어서는 안 되겠습니다.
경찰과 군인, 시위에 참가하는 사람들과 주민, 이 모두가 우리의 아들 딸이고 우리의 형제들이 아닙니까. 우발적 충돌로 인해 폭력의 악순환에 휘말린다면, 만의 하나라도 인명이 손상되는 불상사가 일어난다면, 그 여파와 후유증이 얼마나 크겠습니까. 그러한 사태는 우리 모두에게 아무런 도움도 되지 않습니다.
시위대와 경찰, 정부당국... 이 모든 당사자들이 한걸음 물러나서 냉정을 되찾읍시다. 정부당국도 대화가 부족했음을 겸허히 인정하고 열린 자세로 성의를 다해 주민들과 함께 문제 해결의 방법을 찾겠습니다.
무엇보다도 주민들의 이유있는 저항과 절규에 겸허히 귀기울이겠습니다. 주민들은 이미 50년의 역사 속에 두 차례나 강제수용을 당했습니다. 이러한 고통 속에서도 불모지의 갯벌을 스스로의 힘으로 간척하여 오늘의 삶의 터전을 이루어 놓은 것입니다. 이분들에게 그 땅은 그냥 땅이 아니라, 자식같은 땅, 목숨이나 진배없는 땅이라는 것을 이해합니다. 정부는 주민의 이러한 아픔과 함께하면서 진정한 대화와 타협으로 이 난제를 풀도록 노력하겠습니다.
국민 여러분! 우리 모두는 주민들의 아픔과 희생을 이해하고, 이분들을 사랑으로 감싸드리고 위로하며 서로 짐을 나누어집시다. 저는 국무총리로서 최선을 다해 국민 여러분과 함께 하겠습니다.
항상 슬기롭게 고난의 역사를 극복해 온 자랑스러운 국민 여러분, 우리는 이번의 뼈아픈 경험을 전화위복의 계기로 삼을 수 있습니다. 세계가 주목하고 아시아의 여러 나라들이 부러워하는 민주화와 경제발전을 단기간에 이루어낸 대한민국 국민답게, 우리는 폭력과 투쟁이 아닌 평화로운 대화와 법치를 통해 사회적 난제를 성공적으로 해결한 또 하나의 사례를 이루어 냅시다.
다시는 매 맞는 시위대가 없고, 매 맞는 경찰이 없게 합시다. 사회문제를 해결하는데 시민과 공권력이 폭력으로 맞서 충돌하는 일이 다시는 없게 합시다. 우리 대한민국이 이런 정도의 어려운 문제를 평화적인 방법과 대화의 절차를 통해 해결해내는 성숙한 사회라는 것을 이번 사태를 계기로 전 세계에 보여줍시다.
지금은 우리 국민 한분 한분의 평안과 행복을 위해 지혜와 결단이 절실히 필요한 때입니다.
우리 마음과 정성을 다해 서로의 상처를 어루만지며 모두가 승자가 되는 길을 선택합시다. 오늘의 난국을 새 역사 창조의 밑거름으로 승화시키는 이 일에 국민 모두가 나서주시기를 간절히 호소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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