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폐공사 골드바 판매로 불거진 금업계 갈등, 양성화냐 상권보호냐
조폐공사 골드바 판매로 불거진 금업계 갈등, 양성화냐 상권보호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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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업계, “금시장 양성화 개별소비세 폐지가 답”
▲ 한국조폐공사의 골드바 판매를 두고 기존 업계와 갈등을 빚고 있다. ⓒ한국금거래소

저금리시대 금테크 붐이 일고 있는 가운데, 소액골드바 판매를 두고 조폐공사와 금업계가 갈등을 빚고 있다. 조폐공사는 ‘지하경제 양성화위해 판매 나섰다’라는 반면, 금업계는 ‘공기업이 골목상권 침해하는 것 아니냐’며 비판하고 있다.

6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9월부터 한국조폐공사는 골드바를 홈쇼핑에 판매하면서 금판매 시장에 직접 나섰다. 지난해 6월 KDB대우증권에 공사 골드바 브랜드 ‘오롯’ 런칭 행사를 시작으로 같은해 9월 골드바 홈쇼핑에 판매하기 시작했다.

문제는 여기서 시작된다. 이를 두고 기존 금업계는 공사에서 직접 판매하면 영세한 업체는 어떡하느냐는 것. 한때 2만 여개에 달했던 금업체 수는 1만2000여개 정도로 줄어들고 있다.

김종목 한국귀금속보석단체장협의회장은 “공사가 동반성장을 말하면서 직접 판매에 나서니 골목상권 죽이기 아니냐”고 비판했다.

이에 조폐공사는 홈쇼핑에 대한 직접 판매는 오롯 골드바를 홍보하기 위한 목적이 크다고 말했다.

이호건 조폐공사 홍보실 과장은 “‘오롯’ 골드바를 런칭했는데 대중에게 알리기 힘들어 홍보목적이 컸다”라며, “오롯을 기존 업계를 통해 유통시키려 했지만 그들이 사가지 않아 직접 판매에 나선 것”이라고 말했다.

◆음성화된 국내 금시장 양성화, 정부 정책 오락가락

공사는 오롯 골드바를 유통시켜 기존 음성화된 금시장을 양성화시키겠다는 계산도 있다.

이 과장은 “기존 금시장의 60~70%는 음성화돼 있다”라며, “일부 업체 얘기겠지만 1kg 골드바를 사면 좀더 얹어 주며 파는데도 있다고 들었는데 순도 99.99%라면 말이 안되는 일”이라고 밝혔다.

김종목 회장도 음성화된 금시장에 대해서 인정했다. 공사의 골드바 판매로 타격을 받았는데 매출 피해에 대해 집계가 안돼 구체적 피해를 밝히기는 어렵다는 것.

김 회장은 “현재 금시장 규모 매출을 집계하기 어렵다”라며, “그래서 금시장 양성화도 필요하고 좋은데 다른 방법을 놔두고 공사가 직접 판매해 업계를 어렵게 만드느냐”고 말했다.

음성화된 금시장을 양성화시키기 위해 지난해 1월 국세청은 무자료 금거래를 신고하면 거래액의 20%를 포상금으로 지급하는 포상금제(1회 300만 원, 연 1500만 원까지)를 시행했다. 이에 금업체들도 현금영수증 발급등 양성화를 시도하는 가운데, 돌연 국세청은 이 포상금액을 대폭 축소시켰다. 이로 인해 금업계가 다시 음성화로 돌아서고 있는 것.

김 회장은 “이는 세파라치가 줄어서 그렇게 된 것인데, 거래액의 20%를 포상금을 받으면 금을 샀다가 되팔 수 있지만 포상금이 축소돼 되팔기 어렵게돼서 그렇다”라며, “정부 정책이 일관성이 없으니 양성화 되려던 금시장도 다시 음성화되는 것”이라고 했다.

◆품질 앞세운 공사, 가격경쟁 어려운 금업계

▲ 한국조폐공사는 지난해 6월 KDB대우증권과 함께 '오롯' 골드바 런칭행사를 가졌다. ⓒ한국조폐공사

게다가 공사 등 금융사가 금을 취급하면서 기존 금소매상들이 가격경쟁이 어려워 세금을 줄이려 무자료 거래가 늘어난다고 김 회장은 밝혔다.

또한 금업계는 금 품질인증기관이기도 한 공사와 경쟁하기 위해서 마크 등 품질인증을 해달라고 요구하고 있다. 그러나 공사는 검사 가격이 높아 쉽게 인증해주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현재는 한국거래소금시장(KRX금시장) 장내인증만 하고 있지만 장외인증에 대해 검토 중이라고 한다.

이 과장은 “99.99% 순도 품질인증을 통해서 마크를 부여하고 있는데 비용이 많이 들어 간다”라며, “순도 검사와 파괴검사기 때문에 시간과 비용이 많이 들어가 검사료를 내리기도 쉽지 않다”고 말했다.

그렇다면 금 업계는 실제로 얼마나 타격을 입었을까. 정확한 집계가 어렵기 때문에 금 거래량 추산으로 짐작만 가능한 수준이다.

이 과장은 “국내 금시장에 유통되는 금이 120~150톤으로 보고 있는데 지난해 우리 공사에서 판매한 금은 1.6톤에 불과하다”고 밝혔다.

이어 그는 “지난해 금협회와 맺은 MOU를 우리 공사에서도 자랑스럽게 생각하고 있다”라며, “기존 금업계와 상생할 수 있는 방법에 대해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금시장 양성화, 금판매 금지 개별소비세 폐지

금업계가 우려하는 것은 현재 공사가 취급하는 금 비중보다 공사의 금거래 활성화를 통해 기존 금시장은 더욱 음성화 된다는데 있다. 귀금속단체장협의회에 따르면, 70%이상이 무자료 음성거래로 숨었다는 것. 또한 누구나 금을 살 수 있어 금으로 찾아가면 자금 추적이 안돼 편법증여, 해외반출 등 불법자금으로 숨어들 수 있다는데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다.

그래서 귀금속단체장협의회는 금 판매를 중단하고 통장거래를 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김 회장은 “금을 투자하는 고객이 KRX금시장의 금 공시 가격에 원하는 중량에 대한 금값을 통장으로 입금하고, 구매한 중량을 통장에 기록해 실물은 KRX금시장 금을 구매해 한국은행 또는 한국예탁원에 입고 보관하도록 하면, 고객이 원하는 환매 시점에 KRX금시장이 공시한 당일 시세로 통장으로 지급해야 자금의 흐름을 파악할 수 있다”고 밝혔다.

또한 협의회에서 문제를 삼고 있는 것은 개별소비세다. 이 개소세 부담으로 인해 영세한 중소상인들이 더 무자료로 금상품 거래를 한다는 것.

김 회장은 “교육세를 포함한 개별소비세가 26%나 되는데 부가세와 함께 부담할 수 있는 소비자는 극소수”라며, “귀금속상 90%가 지하경제 탈피운동에 동참하는 것을 봐도 부가가치세만 부과해도 금업계가 충분히 양성화될 수 있다”고 밝혔다.

이어 그는 “개소세로 얻는 정부의 세수는 48억 원에 불과한데 5조 원 규모의 금시장을 개별소비세 폐지로 양성화하면 부가가치세 5000억 원의 세수를 확보할 수 있다”라며, “1만2000여개의 업체, 20~30만 여명의 종사자를 살릴 수 있다”고 밝혔다. [ 시사포커스 / 박효길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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