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국지’ 된 KT렌탈 인수전, 흥행몰이 막판 스퍼트
‘삼국지’ 된 KT렌탈 인수전, 흥행몰이 막판 스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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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릭스 다시 안은 한국타이어, 판세 뒤흔들까
▲ KT렌탈 인수전에서 후보들이 차례로 이탈하면서 3파전 구도로 압축되고 있다. 특히 오릭스와 다시 손을 잡은 한국타이어가 다크호스로 급부상하며 판세를 뒤흔들고 있어 눈길을 끈다. ⓒKT렌탈

국내 점유율 1위 렌터카 업체 KT렌탈 인수전 본입찰에 참가했던 6곳의 후보들 중 일부가 이탈, 한국·일본·홍콩에 기반을 둔 여러 회사들이 다양하게 섞이면서 3파전 구도를 팽팽히 형성하고 있다.

9일 업계에 따르면 KT렌탈 인수 본입찰에 참가했던 인수후보 6곳 중 농협 PE와 손을 잡은 디스플레이 장비 업체 SFA, 사모펀드 컨소시엄인 MBK파트너스-IMM PE 컨소시엄, 롯데 등 3곳의 후보가 입찰 포기 의사를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이 중 롯데는 지난 5일 KT렌탈 매각 주관사인 크레디트스위스(CS)가 세부 인수조건을 논의한 4개 후보에 포함됐던 바 있다.

이로써 남은 후보는 SK네트웍스와 홍콩계 사모펀드 어피니티에쿼티파트너스(이하 어피니티), 일본 오릭스와 손을 잡은 한국타이어 3곳으로 압축됐다.

인수전에서 이탈한 후보들은 치솟는 인수 가격에 부담을 느낀 것으로 전해졌다. SFA와 MBK파트너스-IMM PE 컨소시엄은 9000억원 이상이라는 새 가격 조건에 부담을 느끼고 결국 두 손을 들었고, 롯데는 예비 입찰부터 6000억원대라는 비교적 낮은 가격을 제시해 인수 의지가 강하지 않다는 얘기가 나돌았다.

현재 가장 주목할 만한 것은 본입찰 마감 직전 참가를 포기할 뻔 하다 극적으로 합류한 한국타이어의 움직임이다. 한국타이어는 본입찰 참가 후보 중 롯데·SFA와 함께 가장 인수가능성이 떨어지는 후보 중 한 곳으로 꼽혔으나 현재는 막판 역전승을 노릴 정도로 판세를 흔들고 있다.

당초 한국타이어는 본입찰이 마감되기 직전인 지난달 28일 오전까지만 해도 본입찰에 참가하지 않기로 결론을 내렸다가 조현식 한국타이어월드사장이 조양래 한국타이어그룹 회장을 설득해 다시 이사회를 소집하고 최종적으로 본입찰에 참여키로 했을 정도로 인수 의지가 크지 않다는 평가를 받았다.

하지만 본입찰 참가를 포기하고 현대증권을 품은 오릭스가 전략적 투자자(SI)가 아닌 재무적 투자자(FI)로서의 재결합을 제안하면서 KT렌탈 인수전 판세가 크게 요동치고 있다. 지난해 세계2위 자동차용 에어컨, 히트 기업인 한라비스테온공조 인수에 참여해 1조원이라는 자금을 조달해야 하는 한국타이어로서는 당연히 크게 반길 만한 제안이었다.

특히 치열한 경쟁으로 지난해 실적이 악화된 한국타이어 내부에서는 꾸준히 타이어 위주의 사업구조를 재편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는 상황이다. 렌터카 사업은 타이어 사업과 시너지를 내기 좋고 내수 기반의 수익 구조가 안정적이기 때문에, 자금 문제가 해결된 한국타이어는 회사의 명운을 걸고 인수전에서 반드시 승리하겠다는 의지를 내비치고 있다.

인수의지와 자금 규모·사업구조 면에서 가장 유력한 후보로 꼽혀 왔던 SK네트웍스의 저력 역시 여전하다. SK네트웍스는 이미 1조원 이상의 실탄을 준비한 것으로 알려져 있으며 이미 렌터카 사업을 영위하고 있기 때문에 시너지 효과 창출도 가능하다. 또한 법인고객 비중이 큰 KT렌탈과 달리 개인고객 비중이 큰 SK네트웍스의 업무 영역도 겹치지 않아 구조조정도 최소화될 수 있다.

지난해 초 KT 황창규 회장의 부임 초창기부터 가장 적극적으로 KT렌탈을 향해 대시해왔던 홍콩계 사모펀드 어피니티의 저력도 무시할 수 없다. 어피니티는 이미 금호렌터카 시절부터 눈독을 들여 치밀한 준비를 거듭해 왔고 가장 먼저 인수 의향을 전달하는 등 가장 적극적인 행보를 보여 왔다. 이번 본입찰에서도 어피니티는 가장 높은 금액을 써낸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어피니티는 더페이스샵, 하이마트, 오비맥주 등을 통해서도 역량을 과시한 바 있으며 외국계 펀드이기 때문에 과점 주주에 부과하는 간주취득세로 추산되는 400여억원에 대한 부담이 없다는 점도 강점 중에 하나다.

한편 KT는 가장 높은 금액을 써낸 회사를 우선협상대상자로 정한 뒤 세부 실사 기회를 주고 이르면 이달 중, 늦어도 3월 중에는 주식 매매 계약을 맺을 예정이다. 각 후보들은 최소 9000억원 이상을 써낸 것으로 알려졌다.

우선협상대상자 선정 평가에서 가격이 70% 이상을 차지하고 있는 만큼 강한 인수의지를 드러내고 있는 세 후보들의 경쟁이 치열해질수록 인수 가격이 1조원을 넘어가는 것은 시간 문제라는 평가도 나온다.

최근 KT가 입찰 방식을 프로그레시브딜(경매호가 매각방식)으로 전환하고 경영진의 주도 하에 인수가격 높이기에 몰두하고 있어 인수 가격이 지나치게 높아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 시사포커스 / 김종백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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