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년 가까이 공석으로 유지돼 온 한국경영자총협회(이하 경총) 회장에 박병원 전 은행연합회장이 취임할 것으로 보인다.
11일 경총은 박병원 전 회장이 경총 신임 회장직을 수락했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경총은 이달 26일 열리는 경총 정기총회에서 회장 선임절차를 마무리하고 당일 공식적으로 박병원 회장의 선임을 선포할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2월 이희범 전 회장이 사임한 이후 1년 가까이 공석이었던 회장직은 김영배 상근부회장이 직무대행을 맡아 왔다.
창립된 지 40년이 넘은 경총은 주로 노사관계·임금·고용 문제 등 민감한 문제를 다룬다는 점에서 재계 인사들이 회장직에 취임하는 것을 기피하는 경향이 있었다. 회장 직이 1년여 간 공석으로 비워진 상태가 계속됐던 것도 후보로 거론된 인사들이 손사레를 쳤기 때문이다.
하지만 박 전 회장은 관료 출신이고 기업인이 아닌 만큼 다른 총수들처럼 경영중인 회사의 노조와 대립각을 세워야 한다는 부담감이 없다. 여기에 금융권도 아우를 수 있는 박 회장의 선임은 경총의 업무역량 확대로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또한 경영계 입장만 전달해온 경총이 정부가 진행중인 노동시장 개혁 등 중대사안에 대한 정부측 입장을 충분히 해석해 노동계에 전달할 수 있고, 재계와 노동계의 목소리를 즉각 정부쪽에 전달할 수 있는 가교역할로써의 입지 확대도 기대할 수 있게 됐다.
최근 경총 회장단은 정부와 민간기업, 금융기관을 두루 거친 박 전 회장이 적임자라고 보고 끊임없이 ‘러브콜’을 보내왔다. 박 전 회장은 그가 아니면 대안이 없다는 경총의 제안에 대해 한 달 넘게 심사숙고한 끝에 용단을 내린 것으로 알려졌다.
박병원 전 회장은 부산 출신으로 경기고, 서울대 법학과를 졸업한 박 전 회장은 행정고시(17회)를 거쳐 공직에 입문해 청와대 경제비서실 서기관, 재정경제부(현 기획재정부) 경제정책국장, 재정경제부(기획재정부) 제1차관 등을 거친 경제통이다.
이후 우리금융지주 회장(2007년), 청와대 대통령실 경제수석비서관(2008년), 전국은행연합회 회장(2011년) 등을 역임했으며 현재 국민행복기금 이사장을 맡고있다.
경제관료 시절 아이디어와 실력, 소신을 갖춘 수재란 평가를 받은 박 전 회장은 서비스업 규제완화 및 활성화를 통한 일자리 창출 필요성을 역설해왔다. 법학·경제학·산업공학 등 석사 학위가 3개나 되며, 외국어는 일어·불어·독어 등 8개국어에 능통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 시사포커스 / 김종백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