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멍 뚫린 한전, 10년간 134억 입찰 비리 적발
구멍 뚫린 한전, 10년간 134억 입찰 비리 적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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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부시스템 접근해 2709억대 공사 입찰 조작
▲ 잇단 뇌물 스캔들로 몸살을 앓고 있는 한국전력공사에서 이번에는 파견업체 직원들이 10여년간 134억원을 받고 내부 입찰 시스템에 접근해 입찰을 조작한 사실이 적발됐다. ⓒ한국전력

한국전력(이하 한전)이 전기 공사를 입찰하는 과정에서 내부전산망을 조작해 불법 낙찰을 돕고 10여년간 134억원을 받은 전·현직 한전KDN 파견업체 직원과 공사업자를 소개시켜 준 사업자가 적발됐다.

16일 광주지방검찰청 특수부(부장검사 김종범)은 입찰시스템을 조작해 공사 입찰에서 특정 업체가 낙찰되도록 하고 거액을 받은 혐의로 박모 씨 등 한전KDN에 파견된 정보통신업체 전·현직 직원 4명과, 이들에게 업자들을 연결해준 주모 씨 등 공사 업자 총책 2명을 구속 기소했다.

전·현직 직원 4명은 2005년 1월부터 지난해 11월까지 10여년 간 입찰시스템 서버에 접속해 낙찰가를 알아내거나 조작해 2709억원에 달하는 83개 업체의 133건 공사 입찰에 관여했다. 이들은 업자들로부터 ‘커미션’ 명목으로 공사 대금의 1~10% 가량인 1인당 6억~83억원을 받았으며 총 금액은 무려 134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특히 이들은 파견 업무가 끝나갈 때 쯤이면 지인을 입사시켜 파견하는 식으로 범행을 지속했고, 집과 외부 인터넷 망에서도 한전 입찰시스템을 볼 수 있는 프로그램까지 개발해 입찰 정보에 지속적으로 접근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아예 전기공사업체를 인수해 직접 낙찰받기까지 했다.

한편 한전 측이 비리를 몰랐다 하더라도 부실한 관리에 대해서는 비난 받아 마땅하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한전은 입찰시스템 관리를 위해 한전KDN을 자회사로 설립해 유지·보수 업무를 위탁했고 한전 KDN으로 파견된 업체 직원들은 아무 제한 없이 한전 입찰 시스템에 접근, 조작이 가능했다.

이처럼 내부 조작의 위험성이 큰데도 한전 측은 통제 시스템을 전혀 마련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파견 직원의 퇴사시 전임자의 추천만으로 후임자가 채용되는 헛점도 드러났다.

검찰은 전기공사는 규모가 크고 마진율도 높아 한 공구에서 발생하는 전기 공사를 포괄적으로 계약하는 단가 공사를 낙찰받으면 2년간 안정적인 수입을 기대할 수 있어 경쟁률이 최대 5763대 1까지 이르기도 한다고 설명했다.

검찰은 한전KDN 및 한전이 이들의 불법 사실을 알았는지와 함께 추가 비리 여부도 조사하고 있다. 검찰은 이들의 수십억원대의 현금·예금 등을 추징해 범죄수익 134억원을 모두 환수할 계획이다. [ 시사포커스 / 김종백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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