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로 개원 90주년, 해마다 개원일 체육대회 열려
한센인들의 영원한 마음의 고향인 전남 고흥군 소록도의 국립소록도병원이 15일 개원 90돌을 맞았다.
1916년 5월 일제가 전국의 한센병 환자들을 격리 수용하기 위해 '자혜의원'의 이름으로 문을 연지 한세기가 가까운 세월이 흘러 졸수(卒壽)가 된 것이다.
걸인과 유랑으로 떠돌던 전국 각지의 한센병 환자들이 강제로 이 섬에 모여 들면서 '천형(天刑)의 섬'이라는 오명을 들었던 소록도.
국권을 뺏긴 1935년 일본이 만든 '조선나예방법'에 따라 전국의 한센병 환자들이 대거 수용되면서 환자수가 한때 1만여명이 넘기도 했다.
해방 뒤 1949년 5월 중앙나요양소로 이름을 바꾼 뒤 소록도갱생원(57년)을 거쳐 60년 국립소록도병원으로 개편되었다.
일제시대 출발은 한센병 환자의 강제 격리와 수용이 주된 목적이었으나 현재는 한센병 환자의 진료와 치료를 담당하고 치료 후 사회복귀를 위한 직업보도와 후생사업, 한센병에 관한 연구 등을 기본 업무로 하고 있다.
소록도는 한센병 환자에게 '한센병은 낫는다'다는 믿음과 희망을 주는 섬으로 소록도 병원은 편안한 안식처의 병원으로 자리잡고 있다.
소록도에는 일제시대 만행과 잔재를 직접 확인할 수 있는 역사적 자료가 그대로 보전돼 있다.
옛 병원 건물과 일제 참배를 강요했던 신사(神社), 한센인에게 강제로 정관수술을 했던 검사실, 탈출하다 붙잡힌 한센인을 감금했던 감금실 등 10곳이나 된다.
이들 건물은 근대문화재로 지정돼 당시 역사의 현장과 한센인의 고통 등을 말없이 증언하고 있다.
소록도에서는 17일 병원 개원일 전후로 한센인 가족의 날 행사를 벌여오고 있는데 올해는 3번째다.
이 체육대회 행사는 개원 80주년때까지 단 한번도 빠지지 않고 치러졌다가 이후 맥이 끊긴 뒤 3년전부터 다시 열리고 있다.
이날 전국에서 80여개 정착촌에서 5천여명의 한센인 가족이 녹동항에 배를 타고 마음의 고향인 이곳 소록도를 찾았다.
족구와 배구, 달리기 등이 이날 체육대회의 주종목이다.
몸은 다소 불편하지만 경기를 하는데 전혀 지장이 없다. 가슴속 깊이 박혀있는 한과 외부의 편견은 경기를 치르면서 맘껏 날려 버렸다.
그런 이유에선지 소록도 한센인 가운데는 전국체전 전남대표 선수로 활약할 정도로 걸쭉한 선수들이 적지 않았다.
김모(73)씨는 "이날은 경기를 하는 사람이나 참여하지 않는 사람, 너나 할 것 없이 우리 가족 모두의 잔칫날이고 행복한 날이다"고 말했다.
현재 소록도에 남아있는 대부분 환자는 70-80대를 넘긴 700여명의 고령 환자들이 200여명의 병원 의사와 간호사 등 의료진의 도움을 받고 있다.
또 전국 각지에서 온 수많은 자원봉사자들의 도움도 이들에게는 큰 도움이 되고 있다.
이날 개원식에는 유시민 보건복지부 장관이 방문, 일일 식사도우미를 하고 환자들의 애로를 들었다.
국립소록도병원 관계자는 "이날 행사에서는 40여년 한결같이 한센인들의 곁에서 봉사활동을 한 오스트리아 출신 마리안느 스퇴거(72), 마가렛 피사렉(71) 수녀가 생활했던 공간에 대한 건물 명명식도 열려 그 의미가 더욱 크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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