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회 미래창조과학방송통신위원회가 유료방송을 하나로 묶어 규제하는 이른바 ‘합산규제’ 관련 법안을 통과시킨 것과 관련해 KT그룹이 위헌소송도 불사하겠다는 의지를 밝히고 나서 그 배경에 이목이 집중됐다.
지난 23일 국회 미방위 법안심사소위원회가 합산규제를 담은 인터넷멀티미디어 방송사업법 개정안과 방송법 개정안을 표결로 통과시켰다. 사실상 이 개정안은 인터넷 TV 및 위성방송 합산 점유율이 30%를 웃도는 KT를 저격한 법이나 다름없다는 것이 업계의 중론이다.
개정안은 KT와 KT스카이라이프 등 특수관계자의 경우 합산 점유율이 33%를 넘으면 가입자를 늘리지 못하도록 하고 있다. 다만 3년 후 없어지는 일몰제를 적용한다는 내용도 담고 있다.
◆ KT “방송산업 '나눠먹기식'으로 전락시킬 법”
현재 유료방송인 케이블TV는 ‘방송법’으로, 인터넷TV(IPTV)는 ‘인터넷멀티미디어 방송사업법 개정안’의 규제를 받고 있다. 각 법은 특정 사업자가 시장점유율의 3분의 1을 넘어서면 안된다고 정하고 있다.
그러나 위성방송의 경우 유료방송 규제에 포함되지 않아 논란의 불씨가 됐다. 현재 국내 위성방송 사업자는 KT스카이라이프 한 곳뿐이다.
KT는 스카이라이프를 인수한 후 기존 IPTV와 위성방송 동시에 가입할 경우 할인 혜택을 주는 ‘올레 TV스카이라이프(OTS)’라는 상품을 내놨다. 그 결과 KT스카이라이프의 시장 점유율이 급격하게 상승세를 타기 시작했다.
실제 전체 유료방송 가입자 중 KT와 KT스카이라이프를 합한 가입자의 비중은 2010년 20.4%에서 2014년 28.6%까지 증가했다. 같은 기간 SK브로드밴드와 LG유플러스의 IPTV 가입자 점유율도 올랐지만, 케이블TV의 점유율은 두드러지게 떨어졌다.
마침내 케이블TV 업계는 위성방송도 유료방송인데 규제 대상에서 제외하는 것은 형평성에 어긋난다며 거세게 항의했고, 결국 정부에서도 새로운 규제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오기 시작했다. 대기업인 SK브로드밴드와 LG유플러스 등도 힘을 보탰다.
KT와 KT스카이라이프는 “KT스카이라이프에 주문형비디오(VOD) 서비스가 없기 때문에 다른 유료방송과 시장이 다르다”며 “산간·오지 등 위성방송을 쓸 수밖에 없는 곳도 있다”는 이유를 들어 합산규제에 강력하게 반대했다.
KT는 “소비자 선택의 결과인 시장점유율을 사전에 제한하기로 한 것은 세계적으로 사례가 없는 일”이라며 “소비자 선택권을 무시하고 국내 방송산업을 나눠먹기식 산업으로 전락시킨 합산규제가 법제화된다면 이를 바로잡기 위해서 위헌소송 등 적절한 조치에 들어갈 것”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KT스카이라이프도 “위성방송은 남북통일을 대비해 준비된 서비스로 도서·산간·벽지 주민 등 소외 계층에게 제공돼 왔다”며 “양방향성이 구현되지 않는 위성전용상품까지 합산해 규제하는 것은 동일 서비스 동일 규제의 원칙에도 위배된다”며 역시 위헌소송 제기 의사를 공고히 했다.
더불어 스카이라이프 노조도 합산규제에 반발했다. 노조는 “위성방송의 출발점이 된 플랫폼의 공공성은 사라진 반면 케이블방송사업자들과 IPTV 사업자인 SK텔레콤과 LG유플러스가 반사이익을 얻게 됐다”고 꼬집었다.
이어 “위성방송의 정체성과 미래 역할에 관한 공적 논의 및 후속절차가 마무리될 때까지 일정기간 위성방송 가입자를 합산규제 적용대상에서 제외해 줄 것”을 주장했다.
이에 대해 한국케이블TV방송협회는 “입법 과정을 통해 동일 서비스 동일규제 원칙이 지켜지고 있는 것을 환영한다”는 입장을 표했다.
이어 “다만 3년 일몰제로 인해 다시 입법 미비가 오는 일이 없도록 해야 한다”면서 “현재 KT 계열이 3분의 1 점유율에 도달하기까지 4~5년이 걸릴 것을 감안한다면 오히려 규제가 3년후 폐지된다면 더 큰 혼란이 야기될 수 있어 심히 우려스럽다”고 강조했다.
법안은 오는 24일 미방위 전체회의 승인과 법제사법위원회 심사를 거쳐 이달 임시국회 내에서 처리될 예정이다.

◆ 증권사 “단기적 영향은 크지 않아”
증권사들은 유료방송 합산규제 법안 통과가 KT에 단기적으로 미치는 영향은 크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24일 대신증권은 투자의견을 ‘매수’로 제시하고 목표주가를 4만6000원으로 유지하면서 유료방송 합산규제 법안이 KT 성장성에 큰 영향을 주지 않을 것이라고 해석했다.
김회재 대신증권 연구원은 “보수적으로 접근해도 2년 정도 가입자를 모집할 수 있는 여력은 남아 있고, 시장이 꾸준히 성장하는 것을 감안하면 3년이 지나야 3분의 1에 도달한다. 현실적으로 KT 그룹의 가입자 모집에는 영향이 없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다만 이날 HMC투자증권은 해당 법안 통과가 KT에 끼치는 단기적 영향은 제한적이지만, 장기 성장성에는 타격을 줄 것이라고 분석했다.
황성진 HMC투자증권 연구원은 “유료방송 합산규제안이 국회 본회의까지 모두 통과하게 된다면 KT 미디어 그룹 입장에서는 가입자 성장에 인위적인 한계가 씌워져 장기 성장성에 타격을 받을 수 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이어 황 연구원은 “작년 말 OTS 중복 가입자를 제외한 KT와 KT스카이라이프의 합산 점유율은 28.6% 수준으로 아직 33%선까지는 다소간 여유가 있고, 산간오지 제외와 3년 일몰 등을 감안할 때 단기적인 영향은 제한적일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또 그는 “상대적으로 IPTV 경쟁업체인 SK브로드밴드와 LG유플러스 및 케이블TV 진영의 강자인 CJ헬로비전 등 경쟁업체는 상대적으로 유리한 입장으로 보인다”면서도 “이 역시 단기적 영향은 제한적일 것”이라고 덧붙였다.[시사포커스 / 진민경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