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금호산업에 대한 인수의향서(LOI) 제출 마감일이 하루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잠재적 후보군이 속속들이 윤곽을 드러내면서 금호산업 탈환에 사활을 걸고 있는 금호아시아나그룹에 전운이 감돌고 있다.
24일 금호산업에 따르면 산업은행 등 금호산업 채권단은 오는 25일 금호산업 지분 57.6%에 대한 인수의향서 접수를 마감하고 한 달여간 후보자들에 대한 적격성 심사를 진행할 계획이다.
채권단의 적격성 심사를 통과한 인수 후보기업들은 내부검토를 통해 금호산업 지분 매각을 위한 희망 가격을 제시하게 된다. 채권단은 이를 바탕으로 5월 정도에는 우선협상대상자를 선정할 것으로 보인다.
지난달 15일 잠재적 인수 후보자에게 발송된 요약투자설명서에 따르면 금호산업은 지난해 3분기 말 기준 6조7450억원의 공사 도급액을 기록했고 도급잔액은 3조4350억원이다. 지난해 상반기에는 7256억원의 매출과 192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했다.
현재 워크아웃을 졸업하지는 못했지만 매각 직후 워크아웃이 조기 종결되는 것이 확실시되고 있어 현재 받고 있는 불이익도 일시에 해소되고 사업 경쟁력이 강화될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일단 우선매수청구권을 보유한 금호아시아나그룹이 가장 유력한 후보라는 데에는 이견이 없는 상태다. 하지만 최대 1조원까지 불어날 것으로 보이는 자금 동원 능력에 의문을 제기하는 시선이 많아, 인수의향서 제출 마감일을 하루 앞두고 잠재적 후보들에 대한 관심이 증폭되고 있다.
◆“그룹 넘어갈라”…금호아시아나, 탈환에 ‘사활’
2012년 그룹 해체나 다름 없는 아픔을 맞았던 금호아시아나그룹은 지주사격인 금호산업의 탈환을 위해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금호산업은 시공능력평가 20위권의 건설사로, 회사 자체만 보면 1조원까지 매각 대금이 거론될 이유는 없다. 하지만 금호산업이 주목받고 있는 것은 아시아나항공의 지분 30%를 보유한 최대주주라는 점이다. 금호아시아나그룹은 현재 아시아나항공이 지주사격 역할을 하면서 계열사들을 지배하고 있는 구조를 취하고 있다.
단순화시킬 경우 1조원으로 금호산업 경영권 확보에 성공할 경우 17조원(2013년 기준) 규모의 자산을 보유한 금호아시아나그룹 전체를 지배하게 된다. 최근 롯데그룹이 제출한 렌터카 업계 1위 KT렌탈의 인수 예정가가 1조원 안팎이라는 점을 떠올려 볼 때 어느 기업에서나 군침을 흘릴 수 있는 상황이다.
반대로 얘기하면 금호아시아나그룹 입장에서는 금호산업을 뺏길 경우 그대로 그룹 전체가 넘어가게 되는 사상 초유의 일이 발생하게 된다. 따라서 박삼구 회장으로서는 반드시 금호산업을 찾아와야 하는 상황이다.
금호아시아나그룹에 박삼구 회장의 흔적이 많아 큰 지지를 받고 있고, 우선매수청구권을 가지고 있다는 점에서 현재까지는 박삼구 회장의 탈환 가능성이 가장 높게 점쳐지고 있다. 박삼구 회장은 다른 기업이 써낸 최고 금액보다 1원이라도 더 쓰면 탈환에 성공한다.
박삼구 회장 개인의 막강한 영향력도 무시할 수 없다. 최근 토러스증권이 “박삼구 회장의 정·관계 네트워크가 옛 금호그룹 해체를 유예시켰다”는 분석을 내놓을 정도다. 박삼구 회장은 10년 넘게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 회장단에서 활동했고 혼맥을 통해 LG·대림·대상·동국제강그룹 등과 사돈관계로 연결돼 있다.
마지막 남은 호남 재벌이라는 상징성도 인수 후보들에게는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 호남 기업들에게 금호아시아나그룹이 지니고 있는 상징성 때문에 다른 기업으로 넘어갈 경우 정치권에서도 관심을 보일 수 있다는 얘기다.
◆자금, 주가, 매각 규모…곳곳에 암초

다만 인수의향서 제출 마감을 하루 앞둔 현재까지도 불안 요소가 너무 많이 남아 있다.
특히 최대 1조원에 달할 것으로 예상되는 자금 조달 방안이 명확히 제시되고 있지 않은 상태다. 업계에서는 박삼구 회장이 동원할 수 있는 자금을 1200억~2000억원대로 추정하고 있다. 박삼구 회장은 2009년 금호그룹 계열사들이 워크아웃을 시작한 이후 사재 3300억원을 금호산업과 금호타이어 유상증자 자금으로 내놨고, 이 과정에서 금호타이어 지분 7.99%가 채권단에 담보로 잡혀 유동화하기 쉽지 않다.
게다가 금호산업 주가가 인수전 이슈가 불거진 지난해 말보다 크게 올라 자금 조달에 대한 부담이 늘어나고 있다. 23일 금호산업 주가는 2만7300원으로 장을 마감해 지난해 10월 31일 종가인 1만1000원에서 2배 이상 폭등, 지분 가치가 크게 상승했다. 금호산업 주가를 낮은 수준으로 유지하기 위해 지난해 11월부터 금호아시아나그룹 주요 계열사 임원들이 금호산업 지분을 매각하고 나섰으나 상승세를 꺾기에는 한참 모자랐다.
시장에서는 현재의 주가가 기업 가치를 뛰어넘는 프리미엄이 붙은 상태라고 평가한다. 금호산업이 최대 주주인 아시아나항공이 대한항공의 국민적 반감과 국제 유가 하락 등의 호재로 고공행진을 거듭하고 있다는 점도 금호산업의 주가를 부양하는 데 한 몫 하고 있다.
또한 채권단의 전량 매각 방침도 가뜩이나 자금 조달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박삼구 회장의 부담을 키우고 있다. 기본적으로 박삼구 회장 측은 금호산업 지분을 10%정도 가지고 있어 40%만 매입하면 경영권을 확보할 수 있지만 채권단은 57.6% 전량을 일괄적으로 매각한다는 방침이다. 주가가 크게 오른 데다 7%에 달하는 불필요한 지분까지 매입해야 하는 것이다.
◆백기사? 금호타이어? 온갖 추측 난무
업계에서는 이 같이 자금 동원이 쉽지 않은 박삼구 회장의 상황 때문에 다양한 시나리오를 내놓고 있다.
우선적으로 다른 파트너와 손을 잡는 경우를 생각해 볼 수 있다. 이 과정에서 다양한 파트너가 거론되고 있으나 현재로써는 대상그룹이 1순위로 꼽힌다. 대상그룹의 오너인 임창욱 명예회장의 부인인 박현주 대상홀딩스 부회장이 박삼구 회장의 여동생이기 때문이다. 실제로 금호아시아나그룹과 대상그룹은 오랜 기간 돈독한 관계를 유지해 왔다.
장밋빛 전망이 기대되는 아시아나항공과의 관계를 매개로 유통 대기업들인 롯데, 신세계, CJ등을 사업 파트너로 끌어들일 수 있다는 시나리오도 제기된다. 이들과 손을 잡은 뒤 금호아시아나그룹이 경영권을 보장받는 대신 사업 기회를 나누는 방안이다.
여기에 금호아시아나그룹이 유동성 위기를 겪을 때 금호타이어 지분 70%를 매입하며 우호적 관계를 유지해 온 ‘금융계의 큰 손’ 군인공제회도 백기사로 거론되고 있다. 금호산업은 현재까지 군인공제회에서 발주하는 대부분의 사업을 수주하고 있다.
최근에는 ‘플랜B’의 가능성이 강력히 급부상하고 있어 주목을 끌고 있다. 지주사를 금호타이어로 바꾸는 방안이다. 박삼구 회장이 동원할 수 있는 1~2천억원대의 현금에 금호타이어의 현금성 자산인 4천억원과 더불어 매출 채권·공장 자산등의 담보를 제공할 경우 1조원까지 동원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실제로 금호그룹 경영진들은 지난해 11월부터 금호타이어 지분 매입에 나서 금호타이어 가치를 높이고 있어 지주사 역할을 담당할 수 있도록 그룹 차원에서 준비하고 있는 것 아니냐는 분석이 제기된다. 이 방안이 실현되면 현재 ‘금호산업-아시아나항공-계열사’로 이어지는 구조 위에 금호타이어가 추가돼 ‘금호타이어-금호산업-아시아나항공-계열사’의 구조로 바뀐다.
다만 이 시나리오의 맹점은 아직 금호타이어가 온전히 박삼구 회장의 소유가 아니라는 점이다. 지난해 12월 워크아웃을 졸업한 금호타이어의 지분 42%를 보유하고 있는 채권단은 올해 상반기 매각을 진행할 예정이다. 매각 대금은 7000억원대로 추산되고 있어 금호타이어를 활용해 금호산업 인수에 성공한다 해도 금호타이어 지분 매입의 관문을 넘지 못하면 ‘말짱 도루묵’이 될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안갯속 행보’ 호반건설, 위협 될까

이처럼 인수의향서 제출 마감일 하루 전까지도 금호아시아나그룹의 자금 조달 방안의 윤곽이 드러나지 않은 상황이지만 공식적으로 금호산업 인수전 참가를 표명한 후보는 한 곳도 없다. 다만 금호산업을 노리는 잠재적 후보들은 여럿 거론되고 있다.
현재 금호아시아나그룹을 강력하게 위협하고 있는 곳은 호반건설이다. 최근 호반건설은 경영 자문업체인 딜로이트안진과 금호산업 인수 자문 계약을 체결해 금호산업 인수전에 본격적으로 뛰어들겠다는 의지를 나타낸 것 아니겠냐는 얘기가 돌고 있다.
호반건설은 이미 지난해 11월 금호산업 지분을 잇따라 매입하며 금호산업 인수전에서 금호아시아나그룹 외의 후보로 가장 먼저 이름을 알렸다.
지난해 11월 12일 호반건설은 금호산업 지분 5.16%를 취득했다고 공시했고 다음날 1%를 추가로 매입해 지분률을 6.16%로 늘렸다. 업계에서는 당연히 현금보유능력이 뛰어난 호반건설이 금호산업 인수전에 뛰어들기 위한 사전 포석을 두고 있는 것이 아니냐는 얘기가 나왔다.
하지만 지분 인수 이후 최근까지 이렇다 할 움직임을 보이지 않던 호반건설이 지난달 22일 1.21%를 매각, 공시 의무가 없는 5%대 이하로 낮추고 숨어들면서 대혼선이 발생했다. 지분 인수에 관심이 있다면 지분을 팔 리가 있겠느냐는 의견과 인수 자문 계약을 왜 체결했겠느냐는 의견이 팽팽히 대립하고 있다.
호반건설이 안갯속 행보를 거듭하자 일각에서는 호반건설을 비판하는 목소리도 나오는 상태다. 호반건설의 “6%대의 지분 매입은 ‘투자 목적’”이라는 해명에 대해 “건설회사가 주식 장사로 돈을 벌 생각을 하고 있는 것이냐”는 비판이 나오고 있는 것이다. 금호산업 인수에 관심있는 척 지분을 매입해 금호산업 주가를 올려놓고 인수전이 가까워지자 지분을 팔아치워 수십 억원의 차익을 올리는 것이 과연 건설회사의 도리에 맞느냐는 얘기다.
여기에 호반건설이 실제로는 법정관리에 들어간 동부건설 인수에 관심이 있고 금호산업 인수전에서 보이는 행보는 ‘페이크’라는 얘기도 나돈다. 금호산업에 관심있는 척 해서 금호산업 주가가 올라가, 잠재적 인수 후보가 줄어든 동부건설의 주가가 내려가면, 금호산업 지분을 팔아치워 프리미엄 브랜드를 가지고 공공공사 능력을 갖춘 동부건설 인수에 그 차익을 활용한다는 시나리오다. 다만 이 경우에도 앞선 경우와 같이 비판의 여지를 남기게 된다.
일각에서는 호반건설이 금호아시아나그룹과 마찬가지로 광주에 뿌리를 둔 호남 기업이고 박삼구 회장 역시 최근 “호반건설 김상열 회장과 사이가 좋다”고 말한 점에 비춰 볼 때, 호반건설이 박삼구 회장과 손을 잡고 백기사 역할을 할 수 있다는 가능성도 제기된다.

◆“아시아나항공 때문에”…유통업계 ‘군침’
재무적 투자자의 가능성이 제기된 신세계·롯데 등 대형 유통업체들과 면세점, 식품업체들이 직접 인수에 뛰어들 것이라는 전망도 꾸준히 제기된다. 호반건설을 제외한 나머지 후보들은 금호아시아나그룹 전체에 대해서보다는 주로 아시아나항공의 경영권에 관심을 두고 있다.
아시아나항공은 저가항공사 에어부산 지분 46.00%, 금호터미널 지분 100%를, 금호사옥 지분 79.90%, 아시아나개발 지분 100%, 아시아나IDT 지분 100% 등을 보유하고 있다. 금호산업을 인수해 아시아나항공의 경영권을 확보하면 국적 항공사인 아시아나항공을 필두로 한 항공화물 물류사업, 연매출 1100억원 규모의 기내식 사업, 시내 면세점 운영권 등 알짜 사업군을 모두 확보하게 된다.
따라서 아시아나항공 경영권을 확보할 경우 면세점을 운영하고 있는 삼성그룹의 신라면세점과 롯데그룹의 롯데면세점, 신세계그룹의 신세계조선호텔면세점 등은 기내면세점에서 시너지 효과를 창출할 수 있다. CJ그룹의 CJ프레시웨이, 신세계그룹의 신세계푸드는 기내식 사업에서, CJ그룹의 CJ대한통운과 롯데그룹의 롯데로지스틱스, 제주항공을 소유한 애경그룹 등은 항공물류사업에서 시너지 효과를 기대해 볼 수 있다.
여기에 아시아나항공은 항공 관련 산업에 대한 수직 계열화를 모두 마친 상태라 추가 투자 비용이 필요하지 않다는 잇점도 지니고 있다. 또한 신세계, 롯데, 삼성 등 건설업을 영위하고 있는 그룹들은 금호산업 인수를 통해 규모를 확장할 수도 있다.
업계 관계자는 “삼성을 비롯한 유통회사들의 항공사업이 현실화되면 물류비 절감은 물론, 면세점 확보에도 유리하다”며 “국내 내로라하는 기업들의 참여가 예상된다”고 말했다. 다만 어느 한 곳에서도 공식적으로 금호산업 인수에 관심을 내비친 적은 없어 이들의 인수전 참여는 인수의향서 제출 마감일인 25일이 돼 봐야 윤곽이 드러날 것으로 보인다.
이밖에 인수전이 있는 곳이면 어디든지 나타나는 사모펀드들도 큰 관심을 보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주로 IMM 프라이빗에쿼티(PE)나 H&Q코리아, 칸서스 등이 거론되고 있다. 다만 충성심이 높은 편인 금호아시아나그룹의 사내 분위기를 고려했을 때 금호아시아나그룹이 사모펀드로 넘어갈 경우 강력한 반발이 예상된다는 점에서 사모펀드가 인수전에 참여할 가능성은 상대적으로 낮게 평가되고 있다.
◆금호석화 “형제간 다툼 다시 않을 것”
한편 옛 금호그룹에서 갈라진 ‘형제기업’ 금호석유화학그룹이 아시아나항공 지분의 12.61%를 갖고 있다는 점에서 금호산업 인수 후보로 거론되기도 했으나 금호석유화학그룹은 최근 금호산업 인수전에 관심이 없다며 선을 그었다.
박찬구 회장은 연초 언론을 통해 다시 형제간의 다툼을 원하지 않는다며 금호산업 인수전에 참가하지 않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박찬구 회장은 “금호산업은 절대 안 산다. 돈도 없고 여력도 없다. 형제간 전쟁을 또 다시 치를 생각이 전혀 없다”며 가능성을 일축했다.
주력 사업인 석유화학사업이 국제 유가 급락에 따라 업황이 좋지 않아 여력이 없다는 설명이다. 또한 양사는 경영권을 두고 ‘형제의 난’ 이후 여러 건의 맞소송과 흠집내기로 다퉈왔으나 최근에는 휴전기를 갖고 있다.
다만 박찬구 회장은 아시아나항공의 2대 주주로서 특정 기업의 인수도 원치 않는다는 뜻을 밝히며 “제대로 운영할 수 있고 시너지를 낼 수 있는 능력있는 경영자가 가져가야 한다”는 의견을 냈다. [ 시사포커스 / 김종백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