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인규 “노무현 수사내용 과장해 흘렸던 건 국정원”
이인규 “노무현 수사내용 과장해 흘렸던 건 국정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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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 조사에서 논두렁 얘기는 나오지도 않았다”
▲ 노무현 전 대통령 수사를 지휘했던 이인규 전 대검 중수부장이 노 전 대통령 수사내용에 대해 과장해 언론에 흘린 건 국정원이었다고 밝혀 파장이 일고 있다. ⓒ뉴시스

이른바 ‘박연차 게이트’ 당시 노무현 전 대통령을 대검 중수부로 소환하는 등 수사를 지휘했던 이인규 전 대검찰청 중앙수사부장(현 변호사)이 “노 전 대통령 수사 내용 일부를 과장해 언론에 흘린 건 국가정보원”이라고 밝혔다.

노무현 전 대통령은 부인 권양숙 여사가 박연차 전 태광실업 회장으로부터 시계 등 금품을 받은 혐의로 2009년 4월 30일 대검 중수부 소환 조사를 받은 바 있다. 도덕성을 강조해온 노 전 대통령이 퇴임 후 대검 중수부 소환조사를 받는 불명예스런 일을 당하면서 심적 괴로움이 커졌고, 이 때문에 며칠 뒤 스스로 목숨을 끊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런데 당시 노 전 대통령 수사를 총괄 지휘했던 이인규 전 수사부장이 이 같이 국정원 탓을 제기하면서 파문이 예상되고 있다.

<경향신문>이 25일 단독 보도한 바에 따르면, 이 전 부장은 “권양숙 여사가 박연차 전 태광실업 회장으로부터 받은 명품시계를 논두렁에 버렸다는 언론보도 등은 국정원 주도로 이뤄진 것”이라며 “검찰은 전직 대통령에 대한 수사 내용으로 ‘언론플레이’를 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당시 일부 언론은 노 전 대통령이 소환조사를 마치고 돌아간 뒤 ‘노 전 대통령이 검찰에서 권 여사가 선물로 받은 1억 원짜리 명품시계 두 개를 논두렁에 버렸다고 진술했다’고 보도한 바 있다.

이와 관련, 이 전 부장은 “(검찰 조사에서) 노 전 대통령에게 ‘시계는 어떻게 하셨습니까’라고 묻자, 노 전 대통령이 ‘시계 문제가 불거진 뒤 (권 여사가) 바깥에 버렸다고 합디다’라고 답한 게 전부”라며 “논두렁 얘기는 나오지도 않았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그런데도 (국정원이) 그런 식으로 말을 만들어서 언론에 흘린 것”이라고 말했다.

이 전 부장은 특히 당시 노무현 전 대통령에 대한 수사를 두고 ‘검찰의 망신주기식 수사’ 비난이 들끓으며, 노 전 대통령 죽음의 배경이 됐다는 책임론이 자신에게 집중됐었던데 대해서도 괴로웠던 심경을 내비치기도 했다.

이 전 부장은 “그 사건을 맡은 것 자체가 내겐 불행이었다”면서 “이후 내 진로도 틀어지고 가족들도 고통에 시달리고 있다”고 말했다.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직후 이 전 부장은 사표를 냈던 바 있다. 당시 임채진 검찰총장과 이 전 부장은 노 전 대통령 서거에 따른 책임을 지고 물러났지만, 홍만표 수사기획관은 오히려 검사장으로 승진해 논란이 일기도 있었다.

한편, 이 같은 보도 내용에 새정치민주연합은 즉각 상임위를 소집해 진상을 규명하겠다는 뜻을 밝히고 나섰다.

새정치민주연합 우윤근 원내대표는 25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국정원이 전직 대통령의 수사 내용을 과장-왜곡해 언론에 제공함으로써 국민들에게 잘못된 내용을 전달한 행위는 결코 용납할 수 없는 중대한 범죄행위”라며 이 같은 뜻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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