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단적 폭력은 용납될 수 없다
극단적 폭력은 용납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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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이슬람 무장 테러집단 이슬람국가(IS)의 무차별적이고 잔혹한 테러에 국제사회의 분노가 들끓고 있다. 테러로 인해 무고한 희생자들이 속출하고 있으며, SNS 등을 통해 공개된 참수 영상들로 전 세계는 경악을 금치 못하며 충격과 공포 속에 빠져들고 있다. 그리고 분노는 또 다른 분노를 낳고 세상을 점점 더 화해와 평화보다 갈등과 대립으로 몰아가고 있다.

어떤 이유로도 테러는 정당화될 수 없는 비겁하고 잔인한 범죄다. 그리고 테러는 그 죄의 크기를 비교 평가할 수도 없다. 전 세계를 대상으로 벌이는 IS의 테러 행위든, 그 어떤 테러 행위든 용서받을 수 없는 것은 마찬가지다.

그런데 우리나라라고 해서 테러에 안전지대는 아닌 것 같다. 지난 2006년 지방선거 지원유세에 나섰던 당시 한나라당 박근혜 대표 피습사건이 떠오를 만한 일이 또 발생했다. 이번에는 마크 리퍼트 주한 미 대사를 상대로 한 괴한의 테러 사건이다. 괴한은 조찬 강연을 준비 중이던 리퍼트 대사에게 미리 준비해 간 흉기를 휘둘러 오른쪽 얼굴과 왼쪽 손목 부위를 크게 다치게 했다. 이로 인해 리퍼트 대사는 큰 출혈을 일으켰고, 긴급히 병원 응급실로 이송되는 일이 벌어졌다.

그동안 각별히 한국에 대해 깊은 애정을 가져온 리퍼트 대사에게 씻을 수 없는 상처를 남긴 것도 문제지만, 그가 단순히 한국에 거주하고 있는 미국인의 신분이 아니라는 점이 더욱 중요하다. 그는 미국 정부를 대신해 한국에 와 있는 외교관이다. 상황의 심각성을 보다 정확하게 표현한다면, 우리 국민이 마크 리퍼트라는 한 미국인에게 불만을 품고 테러를 벌인 것이 아니라 미국에 대해 불만을 품고 테러를 벌인 일이 된다는 뜻이다.

게다가, 괴한은 범행 직후 ‘전쟁반대’를 외치면서 “한미연합 키리졸브 훈련이 남북관계를 망치고 있다”고 당당한 모습을 보이기까지 했다. ‘전쟁’이라는 폭력을 반대한다면서 자신은 테러라는 잔인한 폭력을 휘두른, 결코 납득할 수 없는 모순이다.

그러다보니, 정치권에서는 여야 할 것 없이 이번 일로 한미동맹관계가 흔들려서는 안 된다는 깊은 우려의 목소리들이 나오고 있다. 최근 미 국무부 웬디 셔먼 정무차관의 ‘한중일 과거사 양비론’ 발언으로 가뜩이나 한미 관계가 불편해져 있는 상황에서 주한 미 대사를 상대로 한 이런 테러 사건까지 발생했으니 말이다.

당장, 미 국무부 마리 하프 부대변인은 성명을 내고 “우리는 이러한 폭력 행위를 강력하게 규탄한다”는 입장을 밝혔고, 오바마 대통령도 리퍼트 대사에게 직접 전화를 걸어 빠른 쾌유를 기원한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 정부가 이번 사건을 간단치 않게 받아들이고 있다는 의미다.

외신들도 촉각을 기울였다. 미국 CNN방송 등 해외 주요 언론들은 이 소식을 긴급히 전하면서 한국 사회의 오랜 이념적 갈등과 남북분단 상황에서 미국의 역할 등에 대해 비교적 상세히 보도했다. 워싱턴 타임스의 경우는 웬디 셔먼 차관 발언에 따른 논란을 언급하면서 이번 피습 사건은 미국 외교관에 대한 한국인의 분노가 증폭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고 전했다.

무엇이 됐든, 폭력으로는 원하는 것을 얻을 수 없다. 상황을 악화시키고, 갈등만 더 키울 뿐이다. 남북 분단이라는 특수적 상황이 있다고 하지만, 그렇다하더라도 우리 내부의 분열은 파국만을 불러올 뿐이다. 이번 사건으로 그동안 굳건했던 한미동맹 관계가 흔들려서도 안 될 일이지만, 그렇다고 또 다시 우리 사회가 이념논쟁에 휘말리는 일도 원치 않는다. 리퍼트 대사의 빠른 쾌유를 기원한다. 그리고 더 이상 우리 사회에서 극단적 폭력은 관용이 없다는 점을 이번 기회에 못 박을 수 있기를 바란다. [박강수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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