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마크 리퍼트 주한 미국 대사 피습 사건을 계기로 ‘종북’ 논란이 다시 거세지고 있는 가운데, 새정치민주연합 지도부는 정부여당을 향해 “종북몰이 고질병이 도졌다”며 맹비난을 퍼부었다. 아울러, 리퍼트 대사를 습격한 김기종 씨에 대해 의로운 행동이라며 두둔한 북한에 대해서도 강한 유감의 뜻을 밝혔다.
이와 관련, 새정치민주연합 주승용 최고위원은 9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박근혜 정부와 새누리당이 리퍼트 대사의 테러사건을 빌미로 종북몰이에 나서고 있다”며 “리퍼트 대사는 어제 병문안 온 여야 대표들에게 ‘이번 사건이 양국관계를 손상시키는 게 아니라 오히려 다지는데 도움이 되도록 여당과 모두 노력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에 전적으로 공감하며 ‘같이 갑시다’라는 말처럼 한미동맹 강화를 위해 같이 갈 생각”이라고 강조했다.
주 최고위원은 이어, “그런데 박근혜 정부와 새누리당은 ‘같은 길’이 아니라 종북몰이라는 다른 길로 가고 있는 것 같다”면서 “외국 순방을 하고 계신 박근혜 대통령이 배후를 밝혀야 한다는 명령을 내리자마자 당정청은 이번 사건을 종북세력의 사건으로 규정하고 그 배후나 진상을 철저히 규명한다고 종북몰이를 선포하고, 검찰과 경찰은 역대 최대 규모의 공안특별수사팀을 구성해 광폭의 수사에 나서고 있다”고 지적했다.
주 최고위원은 또, “새누리당은 제1야당을 향해 종북숙주 운운하며 엉뚱한 곳에 화살을 돌리고 있다”면서 “우리 당은 김기종과 같은 극단주의를 인정하지 않지만, 박근혜 정부와 새누리당 같은 극단주의에도 반대한다”고 말했다.
주 최고위원은 아울러, “정부는 국민의 민생이나 안전에는 무능하고, 공안통치 종북몰이에만 유능하다는 세간의 평가에 귀를 기울여야 할 것”이라며 “솔직히 우리 새정치민주연합도 이번 사태를 계기로 빌미를 주는 언행에 신중을 기하고 되돌아보는 계기가 됐으면 좋겠다”고 덧붙여 말했다.
주 최고위원은 “‘생떼를 쓰니까 어쩔 수 없었다. 기억나지 않는다’ 등의 변명이 국민들에게 더 이상 통하지 않는다는 것을 명심하고 총선, 대선을 앞두고 결코 오해를 받지 않도록 했으면 한다”며 “박근혜 대통령과 새누리당도 지금은 종북몰이가 아니라 한미동맹 강화를 위해 정부와 정치권이 뜻을 모아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정청래 최고위원은 “리퍼트 대사의 피습을 두고 이를 비호하는 북한의 성명을 보면서 참담한 심정을 느겼다”며 “이러한 외교관에 대한 피습 흉기 공격을 두고 북한의 태도는 유감스럽지 않을 수 없다”고 비판했다.
정 최고위원은 거듭 “북한의 옳지 못한 태도에 대해 깊은 우려를 표한다”면서 “이는 국제적 고립을 자초할 뿐 어느 누구로부터도 찬성을 이끌어내기 어렵다”고 말했다.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에 대해서도 “리퍼트 대사 병문안 직후 종북좌파들에 의한 한미동맹 공격이었다는 말을 했다”며 “미국에서도 테러라는 용어를 사용하지 않고 어택이라는 단어를 사용하면서 톤다운 하고, 개인일탈로 차분한 대응을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정 최고위원은 “새누리당이 자꾸 한미 간에 마치 갈등이 있는 것처럼 조장하는 발언은 국익을 위해 좋지 않다. 새누리당의 자성을 촉구한다”며 “리퍼트 대사도 ‘같이 갑시다’, ‘김치 먹고 힘난다’ 등 한국 우호적 발언을 하고 있다. 리퍼트 대사의 반의 반만이라도 닮기 바란다”고 일갈했다.
정 최고위원은 거듭 “새누리당은 아무리 4.29재선거에 대한 눈앞 이익에 급급하다 할지라도 한국의 국익을 해치는 듯한 발언을 자제하고 종북숙주라는 등 과도한 종북몰이에 한시바삐 헤어 나오길 바란다”고 촉구했다.
오영식 최고위원은 “리퍼트 대사 사건을 빌미로 기다렸다는 듯이 새누리당이 종북몰이 고질병이 도졌다”며 “제1야당에 대해 종북숙주 운운하는 막말 정치공세를 하는가 하면 집권당 대표가 현재 수사 중인 사건을 종북좌파들에 의한 한미동맹을 깨려는 시도라는 식으로 간접적으로 몰아가려는 이런 태도는 결코 바람직하지 않고 옳지 않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오 최고위원은 “대다수 국민이나 정작 당사자 미국 측은 단어 하나도 신중히 선택하며 이 사건이 혹여라도 한미관계에 악영향을 미치거나 나쁜 선례가 될 것이 대해 침착하고 신중하게 접근하는 것에 비춰볼 때 집권당의 이런 행태는 결코 한미관계에도, 국익에도 바람직하지도 도움이 되지도 않는다”고 말했다.
이어, “지금이라도 새누리당의 구태하고 선거를 의식한 종북몰이 행태는 중단해야 한다”며 “리퍼트 주한 미 대사 사건에 대해 철저한 수사와 함께 이 사건이 한미관계에 조금이라도 악영향이 되지 않도록 국익차원에서 잘 대처해 나아갈 것을 촉구한다”고 밝혔다.
유승희 최고위원은 “세월호 사태에도 불구하고, 우리의 대테러 대책과 요인 보호 체계가 전혀 갖춰져 있지 않아 안전불감증이 여전하다는 점을 여실히 드러내고 있다”면서 “정부는 이번 사건과 관련된 요인보호대응체계를 철저히 규명해 평가하고 테러방지를 위한 대응체계를 확립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유 최고위원 역시 북한에 대해 “잔혹한 테러행위를 의로운 행동으로 두둔하다니, 평화와 인권에 반대하는 무책임한 발언”이라며 “북한의 성숙하고 책임 잇는 자세를 보여줄 것을 엄중하게 요청한다”고 밝혔다.
한편, 새누리당은 이날도 종북세력 척결 의지를 강하게 드러냈다. 서청원 최고위원은 이날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이 기회에 종북세력에 대한 관리를 사법당국이 철저히 해야 하고 이 같은 일이 재발되지 않도록 강력한 대책이 나와야 한다”며 “누가 뭐라고 해도 이번에 배후를 철저히 가려서 이 세력이 이 땅에 더 존재하지 않는 강한 대처가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전날 박대출 대변인은 현안 브리핑에서 새정치민주연합에 대해 “‘종북몰이’ 운운하며 역색깔론을 펼칠 때가 아니고, 정치적 이용 말라며 얼버무릴 때가 아니다”며 “지금은 새정치민주연합이 ‘종북숙주’에 대한 참회록을 쓸 때”라고 비난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