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권은 11일 박근혜 대통령이 위원장을 맡고 있는 통일준비위원회의 정종욱 부위원장이 전날(10일) 강연에서 흡수통일 준비팀을 가동 중이라고 밝혔다는 언론보도와 관련, 정부에 공식입장 발표를 촉구했다.
새정치민주연합 김성수 대변인은 이날 브리핑에서 “대통령이 말하는 통일준비가 흡수통일이라면 심각히 우려스럽다”고 지적했다.
김 대변인은 “정종욱 통일준비위원회 부위원장이 외부 행사에 참석해서 ‘비합의 통일이나 체제 통일에 대한 팀이 우리 조직에 있다’며 ‘흡수통일은 하기 싫다고 해서 일어나지 않는 건 아니다’라고 말했다고 한다”면서 “정부가 통일 준비를 위해 만든 통일준비위원회 부위원장의 발언이라는 점에서 정부가 흡수통일을 준비하고 있다고 대외적으로 공표한 셈”이라고 말했다.
김 대변인은 이어 “북한의 반발이 불을 보듯 자명해 가뜩이나 얼어붙은 남북관계를 더욱 어렵게 만들 것”이라면서 “당장 통일부가 광복 70주년을 맞아 발표한 많은 사업들이 무산될 가능성이 높고 이산가족 상봉에 미칠 영향을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고 개탄했다.
김 대변인은 또 “북한과의 갈등은 물론이고 인접국가에 미칠 파장 등을 고려할 때 중국이나 러시아와의 마찰 또한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면서 “박근혜 정부는 ‘흡수통일을 추구하지 않는다’고 밝혀 왔는데, 정종욱 부위원장의 발언으로 우리 정부의 입장을 놓고 논란이 벌어지게 생겼다”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박근혜 대통령이 강조해온 ‘통일 대박론’이 북한에 대한 ‘흡수 통일’을 상정한 것이었다면 이는 심각한 문제가 아닐 수 없다”며 “통일과정에서의 비용문제, 그리고 사회적 혼란을 최소화하기 위해서는 끊임없는 교류와 협력을 통해 통일기반을 구축해야 한다는 것이 우리 사회의 공감대”라고 강조했다.
김 대변인은 “정부는 통일준비위원회에 있다고 하는 흡수통일준비팀의 실상을 설명하고 흡수통일에 대한 공식적인 입장을 밝혀야 한다”고 요구했다.
정의당 김종민 대변인은 “정부의 공식기구가 흡수통일을 운운하는 것을 넘어, 흡수통일 방안을 연구하고 준비하는 것은 통일을 위한 한국정부의 역사를 정면으로 거스르는 것”이라면서 “매우 개탄스럽다”고 했다.
김 대변인은 이어 “특히 정 부위원장의 언급 중 정부 내 다른 조직에서도 체제 통일에 대해 연구하고 있다는 발언에 대해서 더욱 심각함을 느낀다”며 “이 발언은 이후 남북관계에 끼칠 영향이 심대한 만큼, 통준위 위원장인 박근혜 대통령은 즉각 분명한 입장을 밝히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아울러 “정 부위원장 말이 사실이라면 통준위는 흡수통일을 준비하는 집단임이 드러난 것으로 즉각 해산되어야 할 것”이라며 “반대로 이 발언이 거짓이라면 정 부위원장은 즉각 해임해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통준위 해명에 대해선 “흡수통일시 북한 엘리트 계층을 어떻게 할지에 대한 대책까지 구체적으로 언급했는데, 이것이 사실이 아니라는 통준위의 해명을 믿을 국민이 몇 명이나 되겠느냐”고 반문한 뒤 “정 부위원장이 직접 이 문제에 대해 즉각 해명해야 할 것”이라고 했다.
한편 앞서 이날 중앙일보는 정종욱 통일준비위원회 부위원장이 10일 한 행사에서 “(남북한의) 합의가 아닌 다른 형태의 통일도 준비하고 있다”며 “비합의 통일이나 체제 통일에 대한 팀이 우리 조직에 있다”고 보도했다. 통준위는 이에 “사실이 아니다”고 해명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