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권 3년차에 빼든 칼날 누구를 향하나?
집권 3년차에 빼든 칼날 누구를 향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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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권 3년차에 막 접어든 박근혜 정권이 본격적으로 전 정권에 대한 사정에 나설 것을 예고했다. 보통 전 정권에 대한 사정은 집권 초기에 이뤄지기 마련이다. 역대 대통령들의 경우, 임기 말이면 측근들의 각종 비리가 속출하면서 국민적 신뢰가 바닥을 치기 일쑤였다. 그렇게 대통령은 레임덕에 빠진 상태에서 정권이 교체되고, 새로 집권한 정권은 비리의 온상으로 낙인찍힌 전 정권과 확실한 차별화를 부각시키기 위해서라도 사정 칼날을 뽑아들 수밖에 없었다. 또한 집권 초기는 새 정권에 거는 국민적 기대가 큰 때인 만큼, 강력한 국정운영 동력을 가지고 사정에 나서기 수월한 측면도 있다.

그런데 박근혜 정권은 조금 다른 모습을 보여 왔다. 집권 2년차까지도 전 정권에 대해 이렇다 할 사정의 칼을 휘두르지 않아왔다. 야당과 국민들 사이에서는 이명박 정권에 대한 수많은 부정과 과실 의혹들이 제기됐어도 박근혜 정권은 이런 의혹들에 대해 전면화 시키지 않아왔다. 이명박 정권과 연속성을 가지고 있는 이유였을 수 있다. 아무리 지난 정권에서 이명박 대통령과 박근혜 여당 대표 사이의 관계가 여당 속 야당이라 불릴 만큼 안 좋았다 하더라도, 분명한 사실은 ‘정권교체’가 아닌 ‘정권 재창출’이었다.

박근혜 대통령이 당선된 데는 친박계의 역할만 있었던 것 또한 아니다. 여권의 친이계와 비박계 모두가 하나로 뭉쳐 박 대통령을 지지했던 이유였다. 새누리당 내에 여전히 친이계와 비박계 인사들이 존재하고 있으며, 이들의 세력 또한 여전히 무시할 수 없을 만큼 강력하게 살아 있다는 것도 박 대통령으로 하여금 쉽사리 MB정권에 대한 사정의 칼을 뽑아들기 주저하게 만들어왔을 것이다.

그런데 이제는 상황이 조금 달라진 모습이다. 지난해 말 비선실세 국정개입 논란을 시작으로 불붙은 인사 문제 등이 폭발하면서 박 대통령은 최근 20%대 지지율까지 추락하는 위기 상황을 겪기도 했다. 여기에 대선개입 논란의 중심에 서 있던 원세훈 전 국정원장이 법정구속 되면서 박근혜 대통령은 ‘정통성’ 시비에까지 휘말리는 상황이 되고 말았다. 물론 최근 중동 4개국을 순방하고 돌아오고, 마크 리퍼트 주한 미국 대사 피습 사건을 계기로 한미동맹 균열 우려가 부각되면서 추락했던 지지율이 다소 상승한 측면은 있다. 하지만 그것들만으로 국정동력을 확실하게 회복하기는 어려운 일이다.

따라서 일각에서는 박근혜 대통령이 지지부진한 지지율을 만회하기 위한 정국전환 카드로 정치권의 개헌 요구를 수용한다거나, 제3차 남북정상회담에 나서지 않겠냐는 관측이 제기되기도 했었다. 하지만, 박 대통령은 이런 무리수보다 지금까지 아껴두고 있던 ‘사정, 부패척결’이라는 카드를 뽑아든 것으로 보인다.

12일 이완구 국무총리는 취임 후 처음으로 대국민담화를 발표하고 ‘부패와의 전쟁’을 선포했다. 이 총리의 이날 ‘부패와의 전쟁’ 선포는 박근혜 대통령의 뜻이 반영됐다는 후문이다. 그런데 귀가 솔깃할 수밖에 없었던 것은 이 총리가 담화에서 방위 사업 비리를 비롯해 해외 자원개발 배임 논란, 일부 대기업들의 비자금 조성 및 횡령 등의 문제를 구체적으로 나열하며 타깃으로 올려놓았다는 점이었다. 이를 두고 정치권 일각에선 수사 과정에서 상당수의 여권 인사들이 곤혹을 겪을 수 있다는 관측을 내놓고 있다. 무엇보다 ‘해외 자원개발’이 이명박 정권의 역점사업이었다는 사실은 이미 널리 알려져 있다.

친이계를 중심으로 여권에서는 그동안 해외자원개발 사업이 이명박 정권에서만 이뤄진 것이 아니었던 만큼 노무현 정권 등 역대 정권들의 문제들도 함께 다뤄야 한다는 입장을 밝혀왔었다. 따라서 이번 박근혜 정권의 ‘부패와의 전쟁’은 상상 이상으로 광범위하게 진행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국정동력을 회복하기 위해 전 정권을 희생양으로 삼았다는 뒷말을 듣지 않기 위해서라도, 세월호 참사 이후 우리 사회의 적폐들을 발본색원해 내겠다는 의지를 실현하기 위해서라도 깨작깨작 거리지는 않을 것이란 관측이다.

물론, 이 과정에서는 친박계 또한 성역이 될 수 없을 것이다. 형평성 차원에서도, ‘부패를 척결하겠다’는 국정운영 기조의 진정성을 위해서라도 전방위 고강도 사정은 불가피하게 된 상황인 것이다. 박근혜 대통령은 이러한 대대적인 사정을 공정하게, 그리고 한 점 의혹 남기지 않고 진행해야 할 것이다. 그리하면 남북정상회담보다, 개헌보다 더 효과적이면서도 더 진정성 있는 국정전환이 될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그렇게 얻게 된 힘을 통해 민생경제 살리기에 다시 집중할 수 있어야 한다. 집권 3년차, 박근혜 정권은 이제 시작이다. 박 대통령의 진정성을 다시 믿고 기대해본다. [박강수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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