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청와대 정무특보를 겸임하고 있는 김재원 새누리당 의원이 세월호 참사 유가족인 ‘예은아빠’ 유경근 씨를 명예훼손으로 고소했었던 사실이 알려지며 논란이 확산되고 있다. 유경근 씨는 세월호가족대책위 대변인을 지냈고 현재는 4.16가족협의회 집행위원장을 맡고 있다.
사건의 발단은 이렇다. 지난해 12월 24일 당시 새누리당 원내수석부대표를 맡고 있던 김재원 의원이 기자간담회 자리에서 “세월호 참사 유가족은 현행 손해배상의 법리에 의해 배상받는 것 외에 따로 특별위로금을 더 달라고 요구하고 있다”며 “이건 법적으로 도저히 근거가 없다”고 말한데 따른 것.
김 의원은 ‘누가 특별위로금을 요구하느냐’는 질문에 “단원고 유가족 측에서 요구하고 있고, 일반인 유가족도 금액 제안 없이 강력하게 요구한다”고 말하기도 했었다.
◆유가족, 특별위로금 요구했다? 진실공방
그리고 이날 밤 유경근 전 대변인은 자신의 페이스북에 “새누리당 지도부 몇 명이 티타임 미팅을 하면서 기자들이 배석해 있음에도 ‘세월호 유가족들이 돈을 더 달라고 한다’, ‘얼마인지 액수도 안 밝히면서 많이 달라고 한다’는 식의 말을 했다고 한다”며 “앞으로도 계속 이런 식으로 말을 흘릴 것이다. 정말 치사하고 저급한 언행”이라고 강한 비난 글을 올렸다.
그러면서 “앞으로 모든 미팅, 협의는 공개적으로 하자”며 “제발 양심 좀 지키며 살자. 당신들의 가족들에게 부끄럽지 않게 사시기를 권유한다”고 덧붙여 비난하기도 했다. 사실상 김재원 의원의 이날 오전 기자회견 내용을 겨냥한 비난이었던 것이다.
그러자, 이틀 뒤인 12월 26일 김재원 의원은 보도자료를 내고 “유 대변인의 사실관계와 전혀 다른 내용이자, 새누리당 지도부의 명예를 심각하게 훼손하는 인신공격성 발언”이라며 “유 대변인에게 이와 같은 허위사실 유포의 중단과 함께 새누리당 지도부의 명예를 훼손한 것에 대해 공식적인 사과를 할 것을 엄중히 요청하며, 공식적인 사과가 없을 경우 허위 사실 유포와 명예훼손에 대한 책임을 물을 수밖에 없다”고 강경 대처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그리고 김재원 의원은 같은 달 31일 유경근 전 대변인에 대해 명예훼손 혐의로 서울남부지검에 고소장을 제출했다. 유 전 대변인은 17일 경찰 조사를 받고 온 것으로 전해졌다. 유 전 대변인은 이날 경찰 조사에 앞서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린 글을 통해 “작년 크리스마스 이브에 페북에 올린 글을 명예훼손과 허위사실 유포로 김재원 씨가 고소했다”며 “상상을 초월하는 판단과 행위를 하신 김재원 씨에게 경의를 표한다”고 비꼬았다.
유 전 대변인은 “이제 저는 국민, 특히 참사 피해자들을 대하는 정부, 정치인들의 치사하고 저급한 인식과 태도에 대해 진술하러 간다”며 “나쁜 녀석들 오재원 검사의 대사가 종일 머릿속에서 맴돈다”고 씁쓸해 했다.
경찰 조사를 받고 나와서도 유 전 대변인은 “조사 받았다. 채 한 시간이 안 걸렸다”며 “신원확인과 관련한 질문에만 답하고 나머지 질문에는 모두 진술거부권을 행사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오히려 “하루라도 빨리 조사와 기소가 이뤄지길 바란다. 재판정에서 할 말이 무척이나 많다”며 “멍석을 깔아줬으니 신나게 놀아줘야지요”라고 말했다.
◆野 “세월호 참사에 대한 정부여당 시각 그대로 드러나”
파문이 커지자 야당에서도 김재원 의원을 향한 비난을 쏟아내기 시작했다. 새정치민주연합 허영일 부대변인은 18일 논평을 내고 “김재원 청와대 정무특보가 세월호 유가족인 ‘예은아빠’ 유경근 씨를 명예훼손 혐으로 고소한 것은 세월호 참사에 대한 정부여당의 시각을 그대로 보여주는 뻔뻔함의 극치”라고 맹비난했다.
허 부대변인은 “천금보다 더한 자식들을 잃고 진상규명을 요구하는 유가족에게 ‘고소’로 대답하는 사람이 새누리당의 실세이고, 박근혜 대통령의 측근이라는 현실이 개탄스럽다”며 “대통령의 정무특보가 자신의 명예만을 소중히 생각하고 국민의 아픔은 무시하는 막장 고소를 한다면 세상 사람들은 대통령이 고소한 것이라 생각할 것 아니냐”고 따져 물었다.
그러면서 “김재원 특보는 지금 즉시 고소를 취하하고 유경근 씨에게 머리 숙여 사과할 것을 촉구한다”고 밝혔다.
정의당 김종민 대변인도 이날 현안 브리핑에서 “정무특보로 임명되자마자 처음으로 드러난 사실이 세월호 유가족 고소라니 아연실색”이라며 “이런 유치하고 수준 낮은 행위를 서슴지 않는 것에 대해 유 위원장의 말처럼 ‘경의’를 표하는 것밖에 할 말이 없다. 황당무개한 김 특보의 행위에 강력한 유감을 표한다”고 일갈했다.
특히, 김 대변인은 “친박 인사라 그런지 명예훼손 고소를 일삼는 청와대와 너무도 닮았다. 박 대통령이 비난 여론을 무시하고 정무특보로 임명할 만하다”면서 “이번 김 특보의 고소로 정부여당은 입장을 분명히 드러냈다. 박 대통령과 새누리당이 세월호 유가족들을 어떻게 대하고, 세월호 참사를 어떻게 덮으려 하는지를 보여주는 전형적인 사건”이라고 꼬집었다.
또, “세월호를 침몰시킨 정권이 다시 세월호의 진실까지 침몰시키려 하는지, 유가족들과 국민들의 비판에 얼마나 더 재갈을 물려야 하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며 “김 특보는 세월호 특위를 두고 ‘세금 도둑’, ‘탐욕의 결정체’라며 비난을 일삼았는데 세월호 유가족, 세월호 특위 공격수를 자처하고 나선 김 특보는 자중하고 즉각 고소를 취하하길 강력히 촉구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