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출입은행 강소기업 지원책 히든챔피언, 부실챔피언?
수출입은행 강소기업 지원책 히든챔피언, 부실챔피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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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뉴엘 이은 우양에이치씨, 부실기업 자금대줘
▲ 수출입은행에 따르면, 히든챔피언은 대기업 위주의 수출기업 환경을 개선하기 위해 경쟁력 있는 강소기업을 육성하자는 좋은 의도의 제도다. ⓒ수출입은행

수출입은행의 수출 중소기업 육성책 히든챔피언이 또다시 도마 위에 올랐다. 히든챔피언에 선정된 플랜트 설비업체 우양에이치씨가 부도처리됐기 때문이다. 지난해 모뉴엘 사태에 이어 히든챔피언으로 부실기업을 선정해 부실챔피언으로 개명해야 될 판이다.

금융당국은 지난해 11월 모뉴엘 사태로 인해 강소기업에 대한 정부지원의 문제 제기에 이들 기업에 대해 금융당국이 전수조사를 통해 이런 사고를 방지하겠다고 밝혔다.

지난 2일 우양에이치씨는 수원지방법원에 회생절차를 신청했지만 이틀 뒤 우양에이치씨는 전자어음 126억9550원에 대한 결제 이행을 하지 못해 최종 부도처리됐다고 공시했다.

18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우양에이씨 지난 2013년 매출은 2260억 원, 영업이익 216억 원으로 기술했다. 게다가 지난해 11월 우양에이치씨의 지난해 3분기 재무제표에 따르면 미청구공사대금이 1674억7899만 원 규모라고 밝혔다.

미청구공사는 말그대로 청구하지 못했는데 공사는 진행했다는 의미로 분식회계로 쓰이기도 한다. 우양에이치씨는 미청구공사가 많은 기업이었다.

우양에이치씨는 미청구공사가 늘어나면서 운전자본이 늘어났다. 지난해에는 262억1267만 원 증가했다.

운전자금을 더 증대시키기 위한 대출도 따라서 늘었다. 우양에이치씨의 지난 2012년3분기 기준 단기차입금 중 운전자금대출분은 253억5557억 원이지만, 지난해 3분기는 713억252만 원으로 1년 만에 3배 정도 늘었다.

이러한 가운데 대출의 질도 나빠졌다. 은행권을 이용한 대출에서 지난해 대출금리 7%대 개인사채를 끌어다 쓰기도 했다.

히든챔피언 선정 거액 융자 받았지만 배신

이런 우양에이치씨에게 자금을 대준 곳은 산업은행과 수출입은행이었다.

우양에이치씨는 지난해 히든챔피언에 선정되면서 지난해 3분기 기준 수출입은행은 우양에이치씨에 연 1.60~2.31% 저리 247억 원의 운전자금 대출을 해줬다.

정책은행의 대폭 지원에도 우양에이치씨 경영진은 이를 악용했다. 지난해 9월 박민관 전 대표이사와 김효남 재무담당이사가 회사 자금 138억 원을 횡령한 혐의로 고발당했다.

이후 이병용 대표가 유상증자를 통해 대주주가 오르고 금융권에서 100억 원을 지원했지만 결국 유동성 확보 어려움으로 130억 원의 어음결제를 막지 못해 부도가 났다.

게다가 이는 지난해 11월 금융당국이 모뉴엘 사태를 겪으며 이런 부실이 일어나지 않겠다고 밝힌 다음이라 금융당국은 뭘 했느냐라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모뉴엘 사태, 수출입은행 히든챔피언 문제의 시작

▲ 수출입은행장 비서실장 서 씨는 모뉴엘의 대출한도 증액과 관련한 청탁과 함께 수천만 원 상당의 금품을 수수한 혐의를 받고 있다. 서 씨는 뒷돈을 받을 당시 대출담당 부서장으로 근무했다. ⓒ뉴시스

이는 앞서 일어난 모뉴엘 사태에서 수출입은행은 교훈을 얻지 못한 게 아니냐는 지적이 제기된다.

서울중앙지검 금융조세조사2부(김범기 부장검사)에 따르면 지난해 11월 26일 모뉴엘에 대출 지급보증을 해주는 과정에서 뒷돈을 받은 혐의(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뇌물)로 무역보험공사 허 모(52) 부장을 체포했다.

수출입은행장 비서실장 서 씨는 모뉴엘의 대출한도 증액과 관련한 청탁과 함께 수천만 원 상당의 금품을 수수한 혐의를 받고 있다. 서 씨는 뒷돈을 받을 당시 대출담당 부서장으로 근무했다.

검찰은 모뉴엘을 ‘히든챔피언’으로 선정한 뒤 1000억 원대의 신용대출을 내준 수출입은행의 다른 직원들도 금품로비에 연루된 정황을 포착한바 있다.

히든챔피언 제도자체는 좋지만…

▲ 수출입은행의 수출 중소기업 육성책 히든챔피언이 또다시 도마 위에 올랐다. 히든챔피언에 선정된 플랜트 설비업체 우양에이치씨가 부도처리됐기 때문이다. 사진 / 홍금표 기자

수출입은행에 따르면, 히든챔피언은 대기업 위주의 수출기업 환경을 개선하기 위해 경쟁력 있는 강소기업을 육성하자는 좋은 의도의 제도다.

한국의 수출은 지난 글로벌 금융위기로 전세계가 경기침체를 겪었던 2009년을 제외하고는 매년 크게 증가해 왔다. 또한 지난 10년간 (2001~2010년) 수출의 경제성장기여도가 무려 62%에 이르고 있는 등 수출이 우리 경제의 꾸준한 성장을 주도해 왔다.

하지만 수출의 외형적인 성장에도 불구하고 그 이면에는 여러 가지 문제가 있다.

첫째, 우리나라 수출구조가 너무 대기업 편향적이라는 것. 2010년 기준 대기업 사업체수는 전체 사업체수의 0.1%에 불과하지만 수출비중은 무려 65.1%를 차지하고 있다. 반면 중소·중견기업 사업체수는 전체 사업체수의 99.9%를 차지하고 있지만 수출비중은 34.5%에 불과하다.

둘째, 대기업 주도의 수출 성장으로 인해 수출의 국민경제 기여도는 오히려 악화되고 있다. 수출의 고용유발계수는 1995년 26.2명에서 2010년에는 7.9명으로 떨어졌다. 1995년에는 10억 원을 수출하면 창출되는 일자리가 26.2개였다면 2010년에는 창출되는 일자리가 70% 감소한 7.9개뿐이라는 것.

수출의 부가가치유발계수도 1995년 0.7에서 2010년 0.563으로 하락했다. 1995년에는 100억 원을 수출하면 유발되는 국내 부가가치가 70억 원이었으나 2008년에는 유발되는 국내 부가가치가 약 27% 감소한 56억 원으로 떨어졌다는 것.

끝으로 우리나라 수출의 세계시장점유율은 1988년 2%대에 진입한 이후 20년이 넘도록 2% 덫에 걸려 정체상태에 머물고 있다. 2009년의 급격한 세계시장점유율 증가도 반도체, 선박, 자동차, 디스플레이, 휴대폰 등 대기업 수출확대에 따른 것.

앞서 살펴본 바와 같이 수출이 우리나라 경제성장을 주도하여 왔지만 수출구조의 대기업 편중으로 인해 중소기업이 성장장애를 겪게 됨에 따라 우리 경제의 허리도 점차 부실해져 가고 있다.

이에 수출입은행은 “중소기업이 중견기업으로, 중견기업이 다시 대기업으로 성장할 수 있는 지속가능한 균형 성장을 달성해 중소기업이 우리 경제의 든든한 허리 역할을 할 수 있는 해법을 찾고자 한국형 히든챔피언 사업을 추진하게 됐다”고 히든챔피언 추진의도를 밝히고 있다.

히든챔피언, 업적치적용·땜질식 대응 탈피해야

수출입은행의 이러한 히든챔피언 사업이 모뉴엘 사태부터 우양에이치씨까지 잇따라 부실기업에 자금을 지원하는 문제를 낳고 있다.

이에 대해 제도 시작부터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다.

김득의 금융정의연대 공동대표는 <시사포커스>와 통화에서 “정부가 수출입은행을 통해 제도를 내놓았지만 업적치적용에 불과하다”라며, “히든챔피언 사업도 이명박 정부 때 만들어진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이런 문제는 해당기업에 대출을 해준 금융기관만 피해를 보는 게 아니라는 것이 더 큰 문제라는 지적이다.

김득의 대표는 “모뉴엘 사태는 대출해준 은행들만 피해를 봤지만 상장사의 경우는 주식을 산 일반 국민들까지 피해를 입는다”고 밝혔다.

특히 모뉴엘 사태 이후 금융당국은 전수조사 등을 해서 이러한 문제를 방지하겠다고 밝혔지만 우양에이치씨가 부도를 겪으며 금융당국의 방침이 유명무실해졌다는 지적이다.

김 대표는 “소 잃고 외양간을 고치면 외양간이라도 잘 고쳐야 되는데 그것도 못해 소도 다 나갈 판”이라며, “임기응변, 땜질식 대응으로 여론이 식으면 책상서랍으로 들어가는 관행을 깨야 한다”고 했다. [ 시사포커스 / 박효길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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