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년만에 밝혀진 ‘마카오로 간 여인들’의 진실
6년만에 밝혀진 ‘마카오로 간 여인들’의 진실
  • 류병두
  • 승인 2006.05.23 01: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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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 충북경찰 승소 판결, MBC 6천만원 손해배상 책임
충북지방경찰청 기동수사대(현 광역수사대) 소속 경찰관 20명이 지난 2001년 MBC가 시사프로그램 시사매거진2580을 통해 명예를 훼손 했다며 제기한 손해배상청구소송이 6년간의 지리한 법정공방 끝에 원고측 승소로 마무리 됐다. 12일 대법원 민사2부는 원고측에 손해배상과 함께 정정보도문을 방송하라는 원심 판결에 불복해 상고한 피고측에 대해 이유 없다며 기각 결정을 내려 시사매거진2580은 14일자 방송에서 정정보도문을 내보낸 것이다.이번 판결로 경찰은 중앙 언론사를 상대로 끝까지 소송을 진행해 승소 판결을 받아냈다는 점과 사건조작이라는 불명예의 굴레에서 벗어난 ‘기념비적 사건’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끈질긴 손배소 결말 시사매거진2580은 지난 2001년 3월 25일 방송에서 ‘마카오로 간 여인들’이란 제목으로 일부 윤락녀들이 고리 사채의 굴레에서 벗어나기 위해 마카오까지 팔려가 윤락에 내몰리고 있다고 보도했다. 또한 이 여성들이 자신을 팔아넘긴 사채업자를 경찰에 신고했지만 충북경찰은 오히려 사채업자와 짜고 성추행하고 폭행하는 등 사건을 조작 했다고 폭로했다. MBC의 보도가 나간 뒤 충북지방경찰청과 MBC 홈페이지에는 충북 경찰을 비난하는 수백건의 글이 올라왔으며 사건을 담당했던 충북청 기동수사대는 비난 여론의 뭇매를 맞기 시작했다. 당시 기동수사대는 사채업자가 자신의 부녀매매 혐의를 다른 사채업자에게 뒤집어 씌우기 위해 빚을 탕감해 주겠다는 사탕발림으로 일부 윤락녀들을 사주해 벌인 사기극이라며 MBC 보도를 반박, 명예훼손에 따른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제기 했다. 하지만 기동수사대장을 비롯한 8명의 경찰관이 타부서로 전보조치 되는 문책성 인사가 이어졌고 소송과정에서도 직간접적인 회유와 협박에 시달려야 했다.결국 MBC와 충북경찰의 진실공방은 법정으로 이어졌고 6년여 만에 충북경찰의 주장이 진실로 확인된 것이다. -문화방송, 충청리뷰 보도 뒤집어 충청리뷰도 팔려다니며 윤락을 강요당해 신고했지만, 오히려 경찰로부터 성추행과 폭행을 당했다는 똑같은 제보를 받고 시사매거진2580이 방송되기 2개월전인 2001년 1월 22일자 사회면을 통해 같은 사건을 다뤘다. 하지만 본보는 제보내용이 여러곳에서 상식적으로 이해가 가지 않고 오히려 경찰의 주장이 사실일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해 보도를 미루며 심층취재 했다. 그 결과 허위제보를 사주한 사채업자의 다방 운영권과 빚을 탕감해 주겠다는 약속을 받고 거짓으로 제보했다는 제보자의 고백을 받아냈으며 경찰조사 예상 질의응답연습과 수사기관기피신청, 감사실에 경찰관 성추행 신고 등 미리 짜 놓은 각본까지 확인했다. 이에 따라 본보는 조직폭력배를 낀 사채업자가 자신의 혐의를 다른 사채업자에게 떠넘기기 위해 윤락녀들을 동원 사건 뒤집기를 시도하고 있으며 사주받은 일부 윤락녀들은 치밀한 사전 시나리오로 경찰을 음해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MBC도 취재과정에서 본보 기사를 확인하고 자료화면으로까지 사용했지만 제보자의 주장만을 일방적으로 보도하는데 그쳤으며 오히려 6월 3일 ‘마카오의 진실-나는 억울하다’는 제목으로 충북경찰이 첫 방송 후 재수사는커녕 오히려 제보자를 무고 혐의로 구속시켰다는 내용을 방송하기도 했다. -충북경찰 승소했어도 ‘씁쓸’ 충북경찰은 MBC와의 지루한 법정공방 끝에 승소함으로서 명예와 자존심을 회복하기는 했지만 기쁨도 잠시 이내 씁쓸하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MBC의 방송이 나간 것이 2001년 3월. 진실이 밝혀진 6년이란 세월이 너무 길었다는 것. 한 경찰관은 “마음고생 했던 그 당시의 기억을 다시는 떠올리고 싶지 않다. 지역사회는 물론 가정에서조차 나쁜 경찰이라는 곱지 않은 시선을 받았다. 하지만 지금 진실이 입증됐다고 해서 그 때 받았던 고통이 모두 없어지는 것은 아니지 않는가. 너무 오래 걸렸다”고 말했다. 당시 기동수사대에 함께 근무했던 경찰관 20명은 모두 뿔뿔이 흩어져 타 부서에서 일하고 있어 승소의 기쁨을 함께 나누지도 못한다는 것이다. 사실 이 사건은 2004년 6월 대전고등법원 판결 이후 2년 동안이나 대법원에서 잠을 잤다. 1심과 2심의 판결이 엇갈리지 않는 한 대법원은 통상 6개월 안에 확정판결을 내리지만 사회적 파장이 크거나 신중을 기해야 하는 사건으로 분류돼 확정 판결이 미뤄져 왔던 것이다. 소송을 맡았던 정승규 변호사는 “이번 사건은 경찰조직이 중앙언론의 잘못된 보도에 대해 끝까지 진실을 밝히려 노력했다는 데에 큰 의미가 있다. 재판이 길어지면서 사회적 관심도 시들해지고 원고들도 타 부서로 흩어지는 등 어려움도 많았지만 진실을 밝히겠다는 의지로 우직하게 밀어붙인 결과”라고 말했다. - 청주 류병두 최정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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