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정배-정동영, 4.29재보선판 흔든다
천정배-정동영, 4.29재보선판 흔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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與 심판론 아닌 제1야당 심판론 될까…새정치 긴장

▲ 새정치민주연합을 탈당한 천정배 전 장관과 정동영 전 장관이 4.29재보궐선거 판을 흔들고 있다. 천 전 장관은 이미 광주 서구을 보궐선거에 출마하며 새정치민주연합에 대한 심판을 선언한 상태고, 정동영 전 장관 역시 국민모임으로부터 지속적으로 서울 관악을 보궐선거 출마를 권유받고 있는 상황이다. 사진 / 홍금표 기자
새정치민주연합을 탈당한 야권의 거물 천정배 전 장관과 정동영 전 장관이 4.29재보궐선거 판을 뒤흔들고 있다. 천정배 전 장관은 이미 무소속으로 광주 서구을 보궐선거에 출마해 새정치민주연합을 바짝 긴장시키고 있고, 정동영 전 장관의 경우 아직까지 불출마 입장을 견지하고 있지만 국민모임이 출마를 지속적으로 부추기고 있어 변수로 남아 있는 상황이다.

정동영 전 장관까지 출마하게 된다면, 4.29재보궐선거는 여야 대결 성격보다 야권재편의 성격으로 치러질 가능성이 높아진다. 즉, 정부여당에 대한 심판론이 아닌 새정치민주연합에 대한 심판 성격으로 치러질 수 있다는 얘기다. 따라서 새정치민주연합은 이들에 대해 강한 경계심을 드러내고 있다.

한편, 광주 서구을과 서울 관악을 두 지역 모두 그동안 야권의 텃밭이었다는 점에서 야권분열이 새누리당 후보들에게는 기회로 작용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천정배 전 장관과 정동영 전 장관이 출마해 당선된다면 모를 일이지만, 만약 패배하게 된다면 이들이 집 떠나 품었던 야권재편의 꿈은 물거품 돼버릴 수도 있다. 그에 더해 새누리당 후보들이 당선까지 된다면 야권분열세력으로 내몰려 심각한 정치적 타격을 입을 수 있다는 관측도 제기된다.

◆광주 서구을, 천정배 ‘새정치 심판론’
우선, 광주 서구을 보궐선거는 야권분열 상황이 굳어지고 있는 모양새다. 천정배 전 장관이 무소속으로 출마하면서부터 새정치민주연합 후보와는 충돌이 불가피했다. 그런데 호남에서 새정치민주연합 일당 독주체제를 깨겠다고 한 뜻을 가지고 있던 천 전 장관과 정의당 강은미 후보도 하나로 뭉치지 못하고 있다.

강은미 후보가 23일 “단일화보다는 보궐선거 승리를 위해 쉼 없이 달려가겠다”는 뜻을 밝히며 사실상 천정배 후보와 연대 없이 가겠다고 선언한데 이어, 24일엔 심상정 원내대표도 “강은미 후보의 입장을 전적으로 존중한다”고 밝히고 나선 것.

심상정 원내대표는 이날 광주시의회에서 가진 기자회견에서 “이번 선거가 단지 이기고 지는 문제가 아니고 새정치민주연합의 낡은 정치를 심판하고 새로운 대안야당을 세워나가는 선거로 본다”면서도 “천정배 전 장관은 새정치민주연합에서 4선 의원을 지냈고 호남 국민들의 성원을 많이 받아온 분이지만, 새정치연합의 오늘이 있기까지 누구보다 책임이 있는 분이다. 과연 천 후보가 새정치연합을 심판하고 정치를 혁신할 적임자인지 확신하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강은미 후보 역시 이 자리에서 “천 후보가 최근 새정치연합을 탈당한 것 말고는 새정치연합과 어떻게 결별하겠다는 입장을 전혀 제시하지 못했다”면서 “유권자들이 새정치연합 후보와 천 후보를 구분하지 않고 똑같이 보고 있다. 후보단일화가 어렵지 않을까 싶다”고 전날 입장을 이어갔다.

정의당의 이 같은 독자노선 선언에 천 전 장관은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고 있다. 천 전 장관의 포문은 새정치민주연합에 맞춰져 있을 뿐이다. 천 전 장관은 24일 JTBC 방송 인터뷰에서 “이번 선거는 야권 내 경쟁이 될 것”이라며 “새누리당의 실정인데도 불구하고 정권교체가 또 물 건너가는 건 아니냐 그런 생각을 하시고 계시기 때문에 무기력하고 기득권에 안주하고 있는 야권의 광주 정치를 변화시킬 수 있는 인물 바로 저를 선택하실 거라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앞서 지난 22일, 새정치민주연합 문재인 대표를 비롯한 지도부는 광주에 총출동해 천정배 전 장관을 견제하는 움직임을 보이기도 했었다. 문재인 대표는 ‘아시아문화중심도시지원특별법 통과 보고대회’에 참석해 인사말을 통해 천 전 장관을 겨냥한 듯 “이번 재보선 공천에서 보였듯 우리당은 이제 원칙을 통해 승리하겠다”며 “정정당당한 공천과 선거로 정도를 걷겠다. 원칙과 정도 속에 승리가 있다고 믿는다”고 말했다.

이를 두고 천 전 장관 측에서는 “문재인 대표가 ‘정도’를 말할 자격이 있는지 의문”이라고 응수하고 나섰다. 천 전 장관 측 설성현 대변인은 23일 논평을 통해 “원칙과 정도는 참 좋은 말이지만, 물을 소가 마시면 젖이 되고, 뱀이 마시면 독이 되듯 좋은 말도 누가 하는지에 따라 감동이 되기도 하고 우스갯소리가 되는 법”이라며 이 같이 비판했다.

특히, 2.8전당대회 당시 막판 경선 룰을 변경했던 문제를 지적하며 “문재인 대표는 정도를 말할 자격이 없다”고 거듭 비판하면서 “2년 전 대통령 후보로서, 최다 계파의 수장으로서, 현재의 대표로서 반성과 쇄신도 없고 책임도 지지 않는 계파 패권주의 정치로는 광주시민의 마음을 얻을 수도, 정권교체도 이룰 수 없다”고 일갈했다.

광주 서구을은 지금 야권 후보들이 서로 물고 물리면서 분열돼 있는 상황이다. 새정치민주연합을 심판하겠다는 무소속-군소야당 후보들도 하나가 되지 못하고 있고, 새정치민주연합도 정부여당에 대한 제대로 된 심판 목소리보다 천정배 전 장관 견제에만 초점을 맞추고 있는 모양새다.

◆서울 관악을, 정동영 출마로 친노 vs 비노 구도되나?
서울 관악을 지역은 야권의 텃밭 중 한 곳으로 분류된다. 야당에서는 이곳 또한 호남 못지않게 깃발만 꽂아도 당선된다는 인식을 가지고 있을 만큼 野성향이 강한 곳이다. 그런데 이번 보궐선거를 앞두고 변화의 조짐이 일고 있다.

최근 일부 여론조사에서 새누리당 오신환 후보가 다자대결 구도에서 1위를 기록한 것으로 나타난 것. 지난 15~16일 시민일보 의뢰로 여론조사전문기관 <리얼미터>가 이 지역 유권자들을 대상으로 여론조사를 실시한 결과, 새누리당 오신환 후보가 39.6%로 1위를 기록했다. 새정치민주연합 정태호 후보는 이보다 5.1%p 낮은 34.5%를 얻었다. 이밖에 이 지역 국회의원이었던 전 통합진보당 이상규 후보 5.6%, 정의당 이동영 후보 4.2% 등의 순으로 조사됐다.

이 여론조사는 관악을 지역 19세 이상 남녀 유권자 1000명을 대상으로 유선전화 ARS(RDD) 방식으로 실시됐다. 응답률은 3.2%였고,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3.1%p였다. 오차 보정방법은 지역별∙성별∙연령별∙대선득표 가중치 부여, 2015년 2월 안행부 발표 주민등록 인구 기준이다.

또, 휴먼리서치가 지난 21~22일 이 지역 유권자 702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여론조사에서도 오신환 후보는 정동영 전 장관, 정태호 후보와의 3자 가상대결에서 1위를 차지했다. 오신환 후보는 38.4%를 얻었고, 정동영 전 장관은 28.2%, 정태호 후보는 24.2%로 조사됐다.

이 조사의 표본오차는 95%신뢰수준에 ±3.7%p였다. 표본추출방법은 무작위 추출로 유선전화를 이용하여 RDD/ARS 방식으로 실시됐으며, 오차보정방법은 지역-연령-성별 가중치 보정했다. 응답률은 1.63%였다.

이처럼 야당 지지성향이 강한 관악을 지역에서 새누리당 후보의 선전이 눈에 띄는 가운데, 야권은 정동영 전 장관의 출마 가능성이 제기되며 분열적 위기에 놓여 있다.

하지만, 정동영 전 장관은 앞서 이번 재보궐선거에 출마하지 않겠다는 뜻을 밝혔던 바 있다. 그럼에도 국민모임 측은 정 전 장관에게 4.29 관악을 보궐선거 출마를 권유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와 관련, 정동영 전 장관 측근인 김성호 전 의원은 23일 <연합뉴스>와 통화에서 “새정치연합 정태호 후보로는 새누리당 후보를 이길 수 없다는 것, (여론조사에서)이 정도면 충분히 승산이 있다는 게 증명된 만큼 정 전 의원에게 출마 요구를 적극적으로 해야 한다고 판단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 전 의원은 덧붙여 “역대 관악을에서는 본선에서 당선 가능성 있는 사람에게 표 쏠림 현상이 있었다”며 정 전 장관이 공식 출마하게 되면 야권 지지층이 결집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한편, 정동영 전 장관의 출마는 관악을 지역의 야권분열을 불가피하게 만들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새정치민주연합 정태호 후보는 문재인 대표 측근인사로 대표적 친노 인사로 분류되기도 한다. 정동영 전 장관이 만약 이 지역에 출마한다면, 야권 내 친노 vs 비노의 대결 구도가 만들어질 수도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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