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팬오션’ 개미들 뿔났다...“제멋대로 감자 안돼”
‘팬오션’ 개미들 뿔났다...“제멋대로 감자 안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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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대주주보다 많은 개미 지분 모여...“감자 계획시 의결권 행사”

▲ 팬오션의 감자설이 불거지면서 사실 여부를 두고 소액주주의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팬오션
해운업체 팬오션의 소액주주들이 단단히 화가 났다. 최근 감자설이 나돌면서부터다. 지난 4일 팬오션은 공시를 통해 감자설을 일축했지만 15일 한 언론사가 감자 가능성에 대해 또다시 보도하면서 소액주주들이 실질적인 행동에 나서고 있다.

◆ 20:1 감자에 이어 한 번 더 감자?

소액주주들은 이번 감자설을 납득할 수 없다는 반응이다. 기존 회생안에서 20대 1의 감자를 받아들였는데 또 한 번 감자를 감내하라는 것은 소액주주를 무시하는 처사가 아니냐는 것이다.

한 소액주주는 24일 <시사포커스>와의 통화에서 “지난 회생계획에서 회생채권은 조기 상환을 하더라도 현재가치 할인이 없는 원금 상환을 하는 조건으로 부채탕감과 구주주 감자가 단행됐다”며 “또다시 감자설이 나돌면서 소액주주를 압박하는 것은 너무하다”고 말했다.

그는 “하림으로 매각되면서 부채비율 120%로 감소하는 팬오션은 지난해 12월말 기준 현대상선의 부채비율 801.34%, 한진해운 995.16%, 대한해운 161.3% 보다 우량하다”며 “자본잠식이 완전 해소된 우량기업에 대한 무상감자는 전례가 없다”고 지적했다.

◆ 뿔난 개미들 커뮤니티로 헤쳐모여...다음 행마(行馬)는?

감자설에 화가난 소액주주들은 네이버 커뮤니티를 만들어 점점 더 큰 목소리를 내고 있다.

소액주주들이 팬오션의 감자를 저지하기 위해 네이버 ‘팬오션소액주주권찾기’ 카페를 만들면서 24일 현재까지 모인 지분은 최대주주의 지분보다 많다. 팬오션소액주주권찾기에 따르면 현재까지 카페를 통해 모인 소액주주들의 의결권은 전체의 17.7%에 해당하는 3800만주로 단일 최대주주 산업은행의 지분율 13%(공시 기준)를 넘어섰다.

당장 소액주주들은 4월 회사 측이 법원에 내는 ‘변경회생안’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이 때 제출하는 변경안에 감자안이 포함되면 소액주주 의결권을 통해 변경안을 부결시키겠다는 입장이다.

무상감자를 위해서는 관계인집회에서 채권단 2/3의 찬성을 거쳐 주주 1/2이상의 찬성을 얻어야만 한다. 법원의 강제인가를 막기 위한 대비책도 세웠다. 관련 법률에 따르면 회생계획안을 통과시키기 위해 법원이 재량권을 가지고 어느 한쪽의 반대와 관계없이 강제인가를 할 수 있다.

이에 대해 소액주주 측은 “법원의 강제인가 이전에 임시주총을 소집해서 하림의 본계약을 파기시키겠다”며 “이 경우 하림 측이 추진하고 있는 팬오션 인수 자체가 무산될 수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 소문의 진원지 팬오션·하림 침묵...중재자 산은도 방관

그러나 감자설의 중심에 있는 당사자들은 침묵으로 일관하고 있다. 팬오션은 <시사포커스>와의 통화에서 “감자와 관련돼서 확정된 것은 없다”면서 “내달 중순에 법원에 제출하는 변경회생안을 통해 감자 여부를 알 수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하림 측도 “감자에 대해서는 관여할 사안이 아니다”라며 말을 아꼈다. 하림은 변경회생계획안 가결이 되면 하림에서 3억4000만주 유상증자 통해 전체 지분의 60%를 확보한다. 결과적으로 유상증자 이전에 감자를 해 하림의 이득은 더 커지는 셈이다.

최대주주 신분인 산업은행 측도 언론을 통해 별다른 입장을 내놓고 있지 않다. 일각에서는 팬오션 감자가 실행되면 가장 큰 손해를 보게 되는 산업은행이 중재자 역할을 하고 있지 않은 점에 의문의 시선이 나온다.

이에 소액주주 대표는 “산업은행이 손해를 감수하면서 보유하고 있는 부채를 탕감해주고 보유 주식을 감자해주는 것은 명백한 배임의 행위”라고 주장하며 “산업은행을 감사원에 고발을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한편, 업계에서는 팬오션의 감자설에 대처하는 소액주주들의 행보에 주목하고 있다. 소액주주들이 인터넷 커뮤니티를 통해 최대주주에 맞서 의결권을 행사하는 일은 흔치 않기 때문이다. 이번 ‘소액주주들의 반란’이 통한다면 향후 비슷한 상황에서의 소액주주들의 권리가 더욱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시사포커스 / 박호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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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성욱 2015-03-24 21:49:04
기사 마음에 듭니다. 계속 정의를 위해 관심을 가져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