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정치민주연합 2.8전당대회 과정에서 핵심 쟁점은 당이 분열을 선택 하는가, 통합을 선택 하는가의 문제였다. 비노 진영에서는 그간의 ‘친노 패권주의’를 지적하며 문재인 후보가 당선되면 당이 분열되고 말 것이라는 극심한 우려를 제기했다. 상당수 당원들도 이런 주장에 수긍했고, 이런 당심은 전당대회 결과에 충분히 반영됐다. 당초, 문재인 후보에 크게 밀리던 박지원 후보가 최종적으로는 불과 3.52%p 차 아깝게 패했다는 것이 그 방증이다. 문재인 후보가 선출되긴 했지만, 그에게 당 통합에 대한 숙제가 주어질 수밖에 없는 일이었다.
그런 이유에서 문재인 대표는 취임 직후부터 당내 계파 통합에 대한 강력한 의지를 밝혔다. 그리고 당내 다양한 계층을 만나며 화합과 단합을 당부했고, 주요 당직 인선 또한 탕평 인사를 했다고 자평했다. 하지만, 당내 비노계에서는 여전히 불만의 목소리가 나왔다. 계파를 초월한 탕평 인사라고 하지만, 실상은 범친노계로 볼 수 있는 인사들을 주로 기용한 것 아니었냐는 것이었다. 그러면서 진짜 탕평을 하려면 김한길계나 안철수계 등 그동안 문 대표와 각을 세워왔던 인사들을 기용했어야 했다는 지적이 이어졌다.
그러는 과정에서 4.29재보궐선거를 앞두고 정동영 전 장관과 천정배 전 장관 등 주요 거물 인사들이 탈당을 감행했다. 새정치연합은 이들의 탈당과 재보선 출마를 두고 당에서 공천을 받지 못해 개인적 정치욕을 채우기 위한 것이라며 비난을 쏟아냈지만, 어떤 이유에서였든 문재인 대표 체제가 들어서자마자 분열이 현실화 된 것만은 사실이었다. 물론, 아직 이들 이후로 추가 탈당 행렬이 가시화되고 있지는 않다. 추가 탈당자들이 몸담을 만한 가시적인 거처가 없는 이유에서일 것이다. 그런 만큼 이번 4.29재보선은 야권에 중대한 선거가 될 수밖에 없다. 국민모임의 선전으로 신당 창당에 탄력이 붙게 된다면, 새정치연합 내 추가 탈당파가 나올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 가운데, 문재인 대표는 지난 1일 광주 서구을 보궐선거에 출마한 조영택 후보 사무실을 찾은 자리에서 또 이런 말을 했다. “새정치민주연합이 달라지고 있다. 2.8전당대회 이후 지난 50일 우리는 통 큰 단합을 위해 노력해왔다. 탕평인사로 계파라는 말도 사라지고 있다.” 당은 이미 계파도 사라지고 통합이 됐는데, 정동영-천정배 전 장관이 이런 통합의 흐름을 거스르고 분열을 택했다는 우회적 비판이었다.
과연, 문 대표의 이 같은 통합 자평은 현실일까? 당의 운명을 가를 만큼 중대한 의미가 부여된 선거를 앞두고 있는데도 아직 당내 대부분 비노 핵심 인사들은 움직이지 않고 있다. 문 대표 말대로 계파라는 말조차 사라지고 있다면, 당의 승리를 위해 모두가 한 마음 한 뜻으로 팔 걷어붙이고 선거 지원에 나서야 할 것 아닌가. 그런데 당내 비노 핵심 인사들은 어정쩡한 모습만을 보이고 있다.
동아일보에 따르면, 전당대회를 통해 비노 구심축으로 떠오른 박지원 의원은 “나한테 왜 (지원 여부를 알려달라고) 그러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박 의원 측 관계자는 “선거 막판 판세를 확인한 뒤에나 움직일 것”이라고 방관자적 태도를 보였다. 김한길 의원 측도 “문 대표가 SOS를 치면 도울 것”이라며 당장에 앞장서 나설 의향이 없음을 시사했다. 그러면서 “(야권 지형 개편 등) 다음 일을 도모할 때 어려움에 처한 당을 도왔다는 명분을 만들기 위한 것”이라며 선거지원에 나서더라도 ‘통합’이나, 문재인 대표 체제에 대한 도움을 위한 것은 아니라는 점을 분명히 했다.
원내대표를 지냈던 박영선 의원 측 관계자는 “선거 지원 요청이 들어오면 지원하겠다는 방침을 가지고 있다”고 수동적인 자세를 보였다. 비노 인사들의 이 같은 태도도 문제가 있지만, 이런 상황을 두고도 문재인 대표가 당내 계파가 사라지고 통합이 이뤄졌다고 말할 수 있는지 반문하고 싶다. 화합과 통합에 대한 평가는 문재인 대표 입에서 나올 얘기가 아니라, 비노 인사들 입에서 나와야 할 일이다.
그래야 진짜 화합이고 통합이라 말할 수 있을 것이다. 문 대표는 지금 정동영-천정배 등 탈당한 인사들을 비판하기 위해 당의 통합을 내세울 때가 아니다. 진짜 계파가 사라지고 통합된 당이 되기 위해, 또 더 이상 추가 탈당자들이 나오지 않게 하기 위해 지금 무엇을 해야 할지 진지한 고민이 필요하다. 그것이 당도, 문재인 대표도 살 수 있는 길이 될 것이다. [박강수 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