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속 주인공이 된 듯한 느낌을 주는 영화 촬영지 여행
영화 속 주인공이 된 듯한 느낌을 주는 영화 촬영지 여행
  • 이문원
  • 승인 2004.02.18 17: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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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영화의 약진과 함께 새로운 레져 코스로 자리매김한 '영화 촬영지'의 다채로운 면면에 대해 살펴보자
요즘 한국영화 참 많이 좋아졌다는 사실, 대중들이 누구보다 더 잘 알고 있을 것이다. 이렇듯 영화가 발전할수록 각 영화에 대한 대중들의 애착과 관심은 더해져가고, 이런 관심의 한 발로로서 '영화 촬영지 관광'이 활성화되는 것도 당연한 일. 이미 TV 드라마의 경우, 해외에서까지 촬영지를 찾아올 정도로 하나의 '트렌드화'되어 있는 상황이지만, 추후에는 완성도 높은 영화 장르의 위력으로 인해 영화 촬영지 역시 드라마 촬영지 못지 않은, 아니 오히려 그보다 더 강한 매력을 지닌 관광 코스로 개발될 가능성이 높다. 이번에는 이런 새로운 추세에 맞추어, 근 몇 년 간 상업적으로나 비평적으로 주목받은 바 있는 한국영화의 아름다운 촬영지들을 돌아보며, 영화 속 풍경과 실제 풍경은 어떻게 다른지, 그리고 이곳들은 앞으로 어떤 식으로 관광객들의 눈에 비춰질 지에 대해 알아보기로 하자. "파이란"에 등장하는 화진포 해수욕장 명우 최민식에게 수없이 많은 연기상을 몰아주었던 영화 "파이란". 참, 지금 생각해도 가슴 아프고 절절한 감동이 밀려들어오는 영화인데, 이 영화의 '꽃'으로서의 작용했던 장백지의 이미지 또한 도저히 잊혀지지 않을 것이다. 그리고 그 중에서도 한 장면, '파이란' 역을 맡은 장백지가 자전거를 끌며 서서 해변을 걸었던 장면은 영화 중 '파이란'의 단아하고 청초한 이미지를 단박에 압축해내는 명장면으로 꼽혀질 만하다. 이 장면이 촬영된 장소는 바로 '화진포 해수욕장'이다. 호수와 소나무숲, 기암괴석이 어우러져 남쪽의 명소 중 하나로 언제나 꼽히는 화진포는 초대 대통령인 이승만, 이기붕, 심지어 6.25 사변 이전에는 김일성의 별장까지도 들어서 있었던 것으로 잘 알려져 있는데, 그만치 호사스럽고 화려한 풍광을 자랑하고 있으며, 얼핏 <파이란>에 등장하는 어딘지 쓸쓸하고 고독한 이미지와는 잘 맞아 떨어지지 않을 듯 싶지만, 멋지게 조성되어 있는 자연풍경의 명소로서 꼭 한 번 가봐야 할 만한 곳일 것이다. "봄날은 간다"에 등장하는 정선 아우라지 21세기를 여는 시점에 등장하여 동세대들에게 '가장 슬프고 리얼한 사랑 이야기'로 손꼽혔던 영화 "봄날은 간다". 인상깊은 구석이 많은 영화였지만, 특히 유지태가 분한 녹음기사 '상우'가 여러 자연의 소리들을 녹음하는 모습이 퍽 신선하게 느껴졌다. 그 중에서도 명장면을 꼽으라면, 역시 강물 소리를 녹음하러 강가에 온 '상우' 옆에서 '사랑의 기쁨'을 콧노래로 흥얼거리던 '은수'(이영애 분)의 모습일텐데, 이 장면에서 녹음된 음성은 영화의 엔딩을 장식하기도 해 더욱 기억에 남는 장면이기도 하다. 그 애잔한 감상을 불러일으킨 장소가 바로 '정선 아우라지'이다. '여량8경'의 하나로서 이미 오래 전부터 그 빼어난 산수를 자랑하던 '아우라지'는 송천과 골지천이 합류되는 곳이라 하여 '아우라지'라는 특이한 지명을 얻게 됐으며, 주위에 상원상, 옥갑산, 고양산, 노추산, 반론상이 둘러쳐져 맑은 물과 비옥한 땅이 조성되었고, 이 때문에 '풍류'를 즐길 수 있는 명소로서 그 명성이 자자했다. 특히 '뗏목터'로서 유명한 아우라지는 그 유명한 '정선 아리랑'의 배경지로서도 알려지고 있어, 유서 또한 깊다고 볼 수 있다. "파이란"에서 장백지가 걸었던 해변을 따라 걸으며 느껴지는 호젓한 감상, 유지태와 이영애가 "봄날은 간다"에서 조용하고 오붓한 시간을 보냈던 장소에 다시 그대로 앉아 느껴지는 로맨틱한 감상. 이런 것이야말로 단순히 '경치 좋은 곳'에서 느껴질 수 있는 감흥을 떠나, 영화라는 매체가 주는 압도적인 감상과 맞물려 크나큰 감정의 상승작용을 일으킬 수 있는 최적의 포인트가 아닐까. 봄을 기다리는 이 시점에, 꼭 한번 겪어볼 만한 흥미로운 경험이 될 것만은 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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