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습 이후 각종 여론조사 결과, 朴風은 초대형 '태풍'
요즘 만나는 사람들마다 대화주제는 단연 한나라당 박근혜 대표의 근황에 모아지고 있다.
박 대표의 회복상태는 어떤지...? 봉합수술을 받은 실밥은 언제 푸는지...? 흉터는 남는 것인지...? 예전처럼 자유롭게 말을 할 수 있는 건지...? 말 그대로 일반 사람들이 느끼는 걱정과 관심, 그리고 동정의 단면들이다...
한나라당 박근혜 대표가 물을 만났다. 한나라당 오세훈 서울시장 후보에 대한 지원유세도중 피습당한 사건으로 '동정여론'이 일면서 대권주자로서 자신의 지지율이 고건 전 총리를 제치고 1위로 올라선 것은 물론, 5.31 지방선거 국면에서 당이 승기를 잡는 효과까지 불러온 것이다.
정치권에서는 박 대표 피습 사건 이후 여론을 동반한 강한 바람이 불고 있다. 한나라당 박근혜 대표 발(發) 박풍(朴風)인 것이다.
그러나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는 열린우리당으로서는 이번 지방선거에서 박 대표 피습사건이 영향을 끼고 있다는 여론조사마저 속속 나오면서 망연자실하고 있는 상황이다.
정동영 의장을 비롯한 당 지도부는 '악재는 악재고 선거는 뛰어야 한다'며 지역 지원유세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지만 '바람막이'는 여의치 않은 실정.
이런 가운데 열린우리당 내에서도 인정하고 싶지 않지만 5.31 지방선거에서 열패와 한나라당의 싹쓸이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여권의 우려가 현실로 나타날 경우 한나라당은 역사상 유례없는 대승을 거두는 것은 물론, 지방선거 국면과 당을 이끈 박 대표의 입지는 그만큼 높아지게 될 것으로 예측된다.
그동안 당내 계파정치를 포기하고 당직인사권 등 당권까지 일부 내놓으면서 철저하게 당 몸체에서 먼지를 털어낸 그로서는 당의 쇄신과 함께 '승리'마저 가져다 줬다는 평가를 받기에 충분하다.
우연인지 필연인지, 6월 임기를 마치고 대표직에서 물러나겠다고 선언한 이후 테러사건의 피해자가 되면서 지지도가 급상승했고 한나라당이 그에 힘입어 '지방정부 싹쓸이'를 한다면 박 대표의 대권가도에도 '순풍'을 다는 것이다.
◆박 대표 피습 이후 각종 여론조사 결과, 박풍은 초대형 '태풍'
박 대표 피습 이후 여론은 한나라당으로 급속히 기울고 있다.
언론사와 여론조사 기관 등의 각종 여론조사결과 박 대표가 흉기피습을 당한 다음날(21일)부터 여론이 한나라당에 급속도로 기울어 지지율이 상승했으며 여론조사 대상자의 절반정도가 박 대표 피습사건이 지방선거에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응답했다.
또 이 사건과 관련해 어느 정당이 유리하게 작용할 것으로 보는가에 대한 질문에는 한나라당이라는 응답자가 절대 다수로 압도적으로 나온 것. 때문에 각종 여론기관들은 한나라당이 각 지역에서 승기를 잡을 것으로 바라보고 있다.
이같은 여론조사 결과를 열린우리당도 어느정도 인정하는 분위기다. 열린우리당 민병두 의원은 23일 'CBS뉴스레이다'에 출연해서도 "현재 한나라당 지지도는 상승하고 열린우리당 지지도는 떨어지고 있다"며 "실제로 박 대표 피습사건의 현장에서 난동을 부린 사람은 직접적인 연관이 없을 것으로 알고 있는데 정황이나 그 중에 한명이 우리당 당원이다는 식의 발표가 나면서 굉장히 오해를 많이 받고 있다"고 말했다.
민의원은 또 "여론조사 상으로도 굉장히 불리하고 또 한나라당 한 당직자가 얘기한 것이나 언론에서 분석한걸 보면 대다수를 한나라당이 독식할 가능성이 있다"며 "심지어 서울 같은 경우는 구청장, 시의원, 구의원 거의 모두 1당 지배 현상이 나타날 가능성도 있다는 우려가 있다"고 했다.
이런 가운데 박 대표 피습사건으로 선거운동을 중단했던 한나라당은 '흔들림 없이 지방선거에 임해 달라'는 박 대표의 당부에 '지방선거 승리로 박 대표에게 영광을'이라는 구호를 외치며 거리로 뛰어나갔고 극도의 응집력을 보이고 있는 상황이다.
이재오 원내대표 등 한나라당 지도부와 후보자들은 22일부터 "박 대표의 뜻을 받들어 선거에 승리하겠다"며 선거운동을 재개했고 중앙선대본부도 열린우리당과 접전중인 대전으로 옮겨 결연한 의지를 보였다.
24일 이 원내대표는 대전에서 열린 중앙선거대책회의에서 "박근혜 대표의 아픔과 정치테러에 대해 분노하고 있지만 선거전략으로 이용할 생각은 없다"며 "앞으로 더욱 더 낮고 겸손하게, 그리고 성실한 자세로 국민들 속으로 다가서려 한다"고 말했다.
한나라당이 선거일을 코앞에 두고 중앙선대본부를 옮기는 과감함을 보인 것은 박 대표가 수술 직후 깨어나 "대전은요?"라고 하며 대전지역 판세에 관심을 쏟았기 때문. 박 대표의 한마디가 당의 응집력과 함께 선거에 올인하게 하는 최면효과를 가져온 것이다.
◆병상정치로 여론 움직였다
"가능한 빠른 시일 내에 다시 만나 뵙기를 기대하겠습니다" 박 대표는 24일 오후 '남은 선거 기간동안 최선을 다해달라'는 내용의 지필 메시지를 지방선거 후보자와 당원들에게 보냈다.
박 대표는 지난 20일 오후 5.31지방선거 지원 유세 도중 피습을 당해 서울 신촌 세브란스 병원에 입원 치료 중이며 아직 상처의 실밥도 풀지 못한 상태다.
"한나라당 지방선거 후보자와 당원 여러분께"로 시작하는 메시지에서 박근혜 대표는 "저의 갑작스런 사고로 인해 많은 염려를 해줘 감사하다"며 "덕분에 점차 회복하고 있는 중"이라고 밝혔다.
박 대표는 이어 "이제 선거가 얼마 남지 않았음에도 여러분과 함께 하지 못해 죄송한 마음이다"면서 "비록 (당원 여러분과) 함께 하지는 못하지만 항상 마음은 여러분과 순간 순간을 함께 하고 있다"고 전했다.
더불어 그는 후보자와 당원들에게 "5.31선거 투표일까지 법을 어기지 말고 국가와 국민을 위해 최선을 다해 달라"면서 "가능한 빠른 시일 내에 다시 만나 뵙기를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이와 관련 유정복 대표 비서실장은 "사고 후 말을 하고 싶어도 못하던 박 대표가 격려의 뜻을 전하고 싶어 친필 서한을 작성한 것 같다"고 전했다.
이에 앞서 박 대표는 전날 상처 부위 60바늘의 실밥 가운데 4개를 뽑은데 이어 이날 오전에는 3분의1가량을 추가로 제거했다.
박 대표는 또 이날 피습 당시 생명까지 위협받을 수 있었다는 내용의 일간지 기사들을 읽으며 "정말 럭키 했다(운이 좋았다)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고 박창일 세브란스병원장이 전했다.
한편 박 대표가 입원한 병실에는 지난 2004년 총선 당시 한나라당 선거대책위원회 부본부장을 맡았던 황수관 연세대 의대 외래교수가 다녀가면서 박 대표의 쾌유를 빌었다.
박 대표의 병상편지는 지방선거에서 지휘의 끈을 놓지 않으려는 '병상 정치'의 일환으로 읽힌다. 비록 입원중이지만 어디까지나 당대표로서 지방선거를 승리로 이끌겠다는 의지인 것이다.
자칫 병상에서 지방선거 지휘권을 넘겨준다면 피습으로 인한 효과와 그동안 공천개혁을 단행하면서 받았던 온갖 시련, 소장파의 도전을 받으면서도 굳건히 지켰던 당대표로서의 입지를 한꺼번에 놓칠 수 있다는 계산인 것이다.
또한 박 대표 대신 현장 지휘를 하고 있는 이재오 원내대표 등이 '친 이명박' 계열임을 감안할 때 지방선거 승리에 대한 공이 이명박 계로 넘겨질 수 있다는 우려도 깔려 있다.
이같은 우려가 현실로 이어질 경우 그동안 당대표를 하면서 이뤄놨던 공든 탑이 무너지는 것은 물론이고 대선 경쟁상대인 이명박 서울시장과의 줄다리기에서도 밀릴 수 있는 것이다.
게다가 이번 지방선거에서 이회창 전 한나라당 총재의 움직임이 포착되고 있는 가운데 박 대표의 병상정치는 당권은 물론 한나라당내 세력경쟁에서도 쐐기를 박은 것이다.
◆악재인가 호재인가?
박 대표가 지충호씨로부터 피습을 당해 하마터면 생명을 잃을 뻔했다. 그의 얼굴에는 깊은 상처가 남았고 지방선거 국면에서 병상정치로 지휘를 해야하는 상황에 놓였다.
그러나 여론은 박근혜를 택했고 그에 힘입어 박풍까지 불어주면서 지방선거 판도에 기여함은 물론, 대권가도에서도 승기를 잡고 있는 것이다.
최근 여론조사에서는 박 대표가 유세장 피습사건 이후 대권주자 선호도 조사에서 고건 전 총리를 제치고 선두로 올라섰다.
지난겨울 사학법 투쟁 중 국회공전사태까지 가며 임시국회를 보이콧하고 당을 거리로 이끌고 나와 장외투쟁을 하면서 이명박 서울시장 및 고건 전 총리에게 밀리는 모습을 보였던 박 대표는 이번 사건을 통해 핵심 지지층을 강하게 결집시킨 것이다.
문화방송 등 여론조사 결과 박 대표는 고건 총리를 근소한 차로 따돌리고 선두로 올라섰으며 이 시장은 약간 차이를 두고 3위를 차지했다.
한귀영 한국사회여론 연구소 연구실장은 "박 대표의 지지층은 충청·영남권, 50대 이상, 저학력·저소득 서민층으로 구성돼 있다"며 "이번 사건이 박 대표에 대한 동정심을 유발한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한 실장은 또 "고 전 총리와 이 시장이 주춤한 상태여서 박 대표의 상승세는 당분간 지속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2007년 대선에 앞서 치러지는 이번 지방선거는 사실상 전초전의 성격이 강하다. 지방선거 결과가 나오기도 전 박 대표의 상승세가 눈에 띄고 또 지방선거 결과가 승리로 이어진다면 대권주자로서의 박 대표는 선두를 유지할 것이라는 분석이 강하게 제기되고 있다.
얼굴에 상처가 나고 생명이 위태로울 법했던 악재가 6월 임기 만료를 앞두고 지방선거에서 갈림길에 놓인 박 대표에게는 전화위복이 된 셈이다. 지방선거는 어느정도 한나라당이 승전할 것이라는 관측 속에서 문제는 압승이냐에 달려 있었기 때문이다.
◆여야 대권후보군 중 두각
5.31 지방선거가 종반에 접어들면서 유력 대권주자 중 한 사람인 고건 전 총리에게 정가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이번 선거 직후 본격화될 것으로 보이는 정계개편과 대선 정국에서 그가 중심에 서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고건이 잠룡이라면 박 대표는 현재 펄펄 날고 있다.
고건의 오랜 침묵이 이어지면서 한미준(한국의 미래를 준비하는 당)은 고 전 총리에게 '민주당과의 관계와 사전교감이 있었는지' 묻고 답변이 없을 경우 지지할 다른 후보를 물색하겠다는 입장까지 보였다.
고건 팬클럽인 우민회 일부 회원들은 고건의 움직임이 없자 아예 민주당 특정 후보에 대한 지지선언을 하면서 갈등을 빚기도 했다.
그렇다고 고 전 총리는 민주당과 열린우리당에도 복심을 드러내지 않고 있다. 여론은 슬슬 고 전 총리의 침묵이 너무 답답하다, 이제 침묵을 깨고 나올때가 아니냐고 묻고 있지만 고 전 총리는 여전히 입을 굳게 다물고 있다.
23일 저녁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도 그는 5.31 지방선거후 자신의 행보를 묻는 질문에 "알고 있으면 코치해 달라"며 즉답을 피했다. 아직까지 저울질 할 것이 남았다는 의도인 것이다.
그렇다고 열린우리당 내 대권주자들에게 뚜렷한 수가 있는 것도 아니다. 정동영 의장과 김근태 최고위원 등은 이번 지방선거에서 참패할 경우 대권가도에 치명타를 입을 수 있는 상황이다. 때문에 현재로서는 박근혜 대표가 여야 대권주자들 사이에서 단연 두각을 나타내고 있는 모습이다.
이명박 서울시장이 강력한 라이벌이지만 '청계천 효과' 이후 별다른 행보를 보이지 않으면서 지지율이 답보상태에 있으며 황제 테니스 등으로 공격을 받아 소폭 하락한 상황이다.
손학규 경기지사 또한 여전히 지지율면에서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으며 이번 지방선거에서 특별히 두각을 나타낼 만한 행보를 걷지 못하고 있다.
여기다 정계개편이 이뤄져 정부통령제, 즉 런닝메이트가 가능해질 경우 박근혜 대표는 여야 주자군 가운데 영입 1순위로 꼽히고 있다는 것이 정치권의 시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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