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당과 정동영, 지자체 선거 KO패 인정 수건 던졌다?
정동영 발(發) 정계개편 …지방선거 이후가 더 걱정?
열린우리당 정동영 의장은 “5·31 지방선거 뒤 민주·평화·개혁세력 통합을 위해 구심점이 필요하며 우리당이 통합의 중심이 돼야 한다”고 말했다. 특히 “한나라당이 압승하면 수구정권이 재등장할 것이라는 위기감이 생기고 있다”며 “우리당이 큰 틀에서 울타리를 낮춰 위기감을 공유할 세력들과 협력하는 데 중심에 서겠다”고 밝혔다.
정 의장은 유세 뒤 민주당과의 당 대 당 통합 가능성에 대해서도 “모든 가능성을 열어 두고 반한나라 연합전선을 구축할 것이고, 마음을 열고 협력하겠다”고 여지를 남겼다. 고건 전 총리에 대해서는 “저번(3월)에 함께 가자고 제안했을 때 고 전 총리가 5·31선거에는 불참한다고 했으니 선거 이후에 협력방안을 다시 타진하겠다”며 고 전 총리와의 연대 가능성도 열어놨다. 정 의장은 “우리당의 완패도 아니고 한나라당의 완승도 아닌 상황이 되면 민주·평화 세력과의 통합과 연대에 나서겠다”며 지지를 호소했다. 연이은 정 의장의 정계개편 시사발언은 한나라당 싹쓸이 분위기에 무력감을 느끼고 있는 호남 유권자들을 끌어안기 위한 전략으로 보는 시각이 많다. 선거 이후 여당이 한나라당에 맞서는 범여권세력 통합을 주도하겠다는 뜻을 분명히 함으로써 호남표 결집을 끌어내려는 의도라는 설명이다. 하지만 당 일각에서는 선거 참패 이후 불거질 가능성이 높은 지도부 책임론에 쐐기를 박고, 국면을 정계개편 쪽으로 전환시키기 위한 사전포석이라는 해석도 나오고 있다.
열린우리당 정동영 의장이 1996년 정치 입문이래 그의 정치인생에서 최대 위기에 직면했다.
정 의장은 정치입문 10년 동안 크고 작은 위기를 수차례 맞았지만 그 때마다 탁월한 순발력과 뛰어난 정치적 판단을 통해 슬기롭게 대처해왔다. 2004년 총선 당시 노인폄하 발언에 대한 책임을 지고 당의 승리를 위해 확정된 국회의원직 까지 내던지며 와신상담한 그이지만 뜻하지 않은 악재 속에 도리가 없는 눈치다.
이대로 열린우리당이 지방선거에서 참패한다면 한나라당 박근혜 대표는 역사상 유례없는 대승을 가져가겠지만 집권여당의 수장인 정 의장은 회복하지 못할 치명타를 입게 되는 것.
2월 전당대회에서 ‘신몽골기병론’을 내세우며 느슨해진 당에 ‘자강론’을 외치며 화려하게 등극한 정 의장이지만 그의 외침과 달리 승전보를 기대하기 어려워지면서 그의 대권가도에도 변수로 작용할 전망이다.
가뜩이나 여야 후보군들 가운데 낮은 지지율에 머물러 있는 그로서는 이번 지방선거의 승리가 그 무엇보다 중요한 ‘기회’였다. 당권을 잡은 이후 당정청 주도권 다툼 속에 골프파문에 힘입어 이해찬 총리까지 밀어내며 당 주도의 구도를 만들어냈다는 평가를 받아왔던 그 아닌가. 하지만 등돌린 민심을 부여잡기란 그에게 역부족인 것이 지금의 현실이다.
당의 낮은 지지율을 끌어올리기 위해, 아니 지방선거 후 이어질 대권다툼 구도 속에서 입지를 차지하기 위해서라도 이겨야한다.
때문에 연일 ‘회초리로 때려 달라’... ‘한번만 기회를 달라’... ‘집권여당으로서 책임을 통감하고 있다’...며 읍소 전략을 펴고 있지만 이 또한 먹혀들지 않고 한나라당 박근혜 대표 피습사건 이후 박 대표는 대권주자 1순위로, 자신은 대권주자 순위에서 뒤쳐있는 상황이다.
이런 가운데 정 의장은 그 자신으로서도 어느정도 패배를 인정하면서 지방선거 이후 민주당과의 통합 및 고건 전 총리와의 연대 등 민주평화개혁세력의 연대론을 들고 나왔다.
‘정동영 발(發)’ 정계개편을 예고하고 있는 것이다. 지방선거에서 참패한다고 하더라도 지방선거 이후 예고된 정계개편에서 집권여당의 수장으로 통합을 이끌어간다면 ‘핵’으로 부상할 수 있다는 계산인 것이다.
고건 ‘발’ 정계개편에 따른 흡수통합이냐, 당내 경쟁상대인 김근태계에 묻어가느냐, 아니면 자신을 중심으로 한 정계개편을 이끌어내느냐가 그의 대권 가도에 마지막 기회가 될 것이기 때문이다.
◆축이냐, 주변이냐?
선거를 1주일 앞둔 지난 24일 정동영 의장은 전북유세에서 돌연, 민주당과의 연합 등 선거후 정계개편론을 제기했다.
정 의장의 대통합 발언 이후 지방선거 국면의 정치권은 일대 소용돌이에 말린 것. 집권여당 수장의 ‘입’에서 나온 정계개편 발언이기에 그 의미가 가볍지 않은 것이다.
당권을 쥔 그의 의중에 따라 민주당과도 고건 측과도 또 그 어떤 세력들과도 ‘빅뱅’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정 의장은 이어 "한나라당이 압승하면 수구정권이 재등장할 것이라는 위기감이 생기고 있다"며 "우리당이 큰 틀에서 울타리를 낮춰 위기감을 공유할 세력들과 협력하는 데 중심에 서겠다"고 밝혔다.
특히 정 의장이 "민주당과 함께 할 수 있을 것"이라고 직접 언급한 점은 양당 통합 찬성여론이 높은 호남 표심을 직접 겨냥한 발언으로 풀이된다.
일단 정 의장의 이 같은 발언은 당장 코앞에 닥친 지방선거를 앞두고 지지층 결집을 호소하려는 '선거용'의 성격이 강하다는 분석이지만 대권주자로서 자신의 입지를 확보하려는 의도도 엿볼 수 있다. 정치권에선 정 의장의 발언이 단순한 선거용 발언만은 아니라는 평가가 나오고 있는 것.
우리당이 지방선거에서 완패할 경우 정계개편이 불가피하게 진행될 것을 고려해 일종의 '선제적 대응' 차원에서 새틀짜기 작업의 주도권을 쥐겠다는 의도가 깔려 있다는 것이다.
현재 점칠 수 있는 정계개편의 시나리오는 한나라당의 외연 확장과 열린우리당 발(發) `헤쳐 모여`, 제3 후보 측의 이니셔티브 등이 있다.
이런 가운데 정 의장의 ‘모델’제시는 한나라당의 외연 확장을 마냥 바라보고 있지만은 않겠다는 의도로 볼 수 있다.
가뜩이나 지방선거에서 참패한 이후 한나라당의 외연 확장을 통한 정계개편이 이뤄진다면 상승가도를 달릴 박근혜 대표와 이명박 서울시장 등 대권주자에게 순풍을 달아주는 꼴이 된다.
또 고건 신당 등이 예견되고 있는 가운데 제 3후보측의 이니셔티브(국민창안제)를 통한 정계개편이 이뤄질 경우 새판을 짜는 데 강 건너 불구경 하고 앉아 있는 처지가 될 수도 있는 것이다.
고건 전 총리 측과의 연대를 가정하더라도 ‘정동영 발’이어야지 ‘김근태 발’이 될 경우 당내에서 그의 입지가 좁아질 것은 자명한 터.
정 의장의 정계개편론은 선거 이후 참패에 대한 지도부 책임론이 대두될 경우 자신에게 돌아올 화살은 감수하겠지만 정신없이 당하지만은 않겠다는 의도. 때문에 선거를 코앞에 두고 당내 비판여론을 감안하면서까지 ‘정계개편 발언’이 흐르게 된 이유는 책임론에 대한 ‘정면돌파’ 카드인 것이다.
◆용인가 호인가
흔히들 '용호상박' 이라고 하지만 관상학에서는 용안(龍眼)을 우두머리로, 호안을 참모감으로 분류한다.
고건 전 총리가 정계개편을 앞두고 상승가를 올리며 대권주자 선두다툼을 벌이고 있는 잠룡이라면 집권여당의 당권을 쥔 정동영 의장은 ‘대권’이라는 큰 먹이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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