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MB맨이 아니다”며 눈물로 억울함을 호소했던 성완종 전 경남기업 회장이 싸늘한 주검으로 발견됐다. 성완종 전 회장의 자살로 인해 탄력을 받던 검찰의 해외자원외교 수사에 혼선이 불가피해진 것은 물론이고, 그가 죽기 전 남긴 말들로 인해 정치권에도 후폭풍이 몰아치고 있다. 중요한 점은 그 후폭풍이 고스란히 박근혜 정권으로 향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는 죽음을 선택하기 직전 한 언론과 전화 인터뷰를 진행했고 이를 통해 김기춘 대통령비서실장에게 미화 10만 달러, 2007년 한나라당 대선 후보 경선 당시에는 허태열 전 비서실장에게 현금 7억원을 전달했다고 주장했다. 이런 사실은 주검으로 발견된 성 전 회장 바지주머니에서도 구체적 이름과 금액이 적힌 메모지로 발견됐다.
김기춘 비서실장이나 허태열 전 실장은 모두 죽음을 앞두고 있던 성 전 회장의 이 같은 폭로에 대해 “맹세코 그런 일이 없다”며 적극 부인했지만, 의혹은 결코 쉽게 가라앉기 힘들어 보인다. 고강도 자원외교 수사가 부메랑이 돼 정권에 직격탄이 되고 있는 것이다. 아울러, 그가 초대형 의혹을 제기하고 사라진 탓에 야당에서 끊임없이 요구해온 이명박 전 대통령 등 자원외교 국정조사의 핵심 관계자들에 대한 증인 채택 가능성이 높아질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야당은 고인에 대해 애도하면서도 이번 사태를 심각하게 바라보며 진실규명을 촉구하고 있다. 당장 새정치민주연합 지도부에서는 “자원외교 핵심5인방 조사는 물론 김기춘, 허태열 두 전직 비서실장 수사도 불가피하게 됐다”는 목소리가 나오기 시작했다. 성 전 회장 죽음을 계기로 자원외교 수사가 보다 광범위하게 이뤄질 수밖에 없음을 시사하는 대목이다. 아울러, MB정권만의 문제로 그칠 수 없는 일이 되기도 했다. 자원외교 비리 문제와 별개로 박근혜 대통령 대선자금은 물론, 정권 실세들에 대한 대대적 수사가 불가피하게 됐기 때문이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여당 내부에서도 우려의 목소리가 표출되기 시작했다. 자원외교 수사 자체가 ‘기획수사’라는 말까지 나왔다. 친이계 정병국 의원은 “잘못된 기획수사는 또 다른 우를 범할 수가 있고 그게 우리에게 부메랑이 돼서 돌아올 수 있다는 얘기를 했다”며 “이런 부분들이 현실로 나타났다. 일어나지 말아야 될 사건이 또 일어났다”고 말했다. 정 의원은 “역대 정부에서 이러한 기획수사를 해왔지만 그 결과는 성공하지 못했다. 그렇기 때문에 어떤 문제가 있으면 그냥 수사를 하면 된다”며 “그런데 어떤 가이드라인을 정해놓고 하듯이 몰아가니까 검찰도 무리한 수사를 하게 되는 것이고 그 결과가 이러한 문제점들을 낳고 있다”고 지적했다.
정 의원이 자원외교 수사 표적이 되고 있는 친이계 입장인 이유에서 이 같은 ‘기획수사’ 불만을 토로할 수 있는 일이지만, ‘부메랑이 됐다’는 점에서는 주목할 필요가 있다. 즉, 자원외교 수사가 MB정권에 대한 기획수사로 진행됐으며 무리하게 이뤄지다보니 현 정권에 부메랑이 돼버렸다는 얘기다. 자원외교 수사를 시작으로 비롯된 성 전 회장 죽음이 여권의 친박계와 친이계간 갈등을 더 크게 부추기고 있다는 뜻이다. 박근혜 대통령과 친박계를 향한 친이계의 반발이 더 거세질 것이 예상되는 대목이다.
아울러, 자원외교 수사가 지속적으로 이어진다면 친이계도 성 전 회장의 ‘폭로’를 바탕으로 친박계에 대한 반격에 나설 수 있다. 그렇게 되면, 여권은 친박계와 친이계가 서로 비리 폭로전에 휩싸이며 그야말로 혈투를 벌이게 될 가능성이 크다. 결국, 박근혜 대통령이 부정부패와의 전쟁을 위해 꺼내든 칼자루가 이대로 조용히 다시 칼집에 들어가게 될지 모를 일이기도 하다. 성완종 전 회장의 죽음. 여권을 초토화시키는 발화점이 될 것인지, 부정부패와의 전쟁이 이대로 슬그머니 무마돼버리는 계기가 될 것인지 주목된다.
그러나 무엇보다 다른 그 어떤 문제를 떠나서 무엇이 한 기업인을 죽음으로까지 몰아간 것인지, 그리고 죽기 전 그가 폭로한 의혹들의 실체적 진실은 무엇인지 국민들이 두 눈 부릅뜨고 지켜보고 있다. [박강수 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