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인·시민사회단체 출신 단체장 선호도 높아져
민선 자치단체장의 지방자치 실시 10주년을 맞아 지역의 화이트 칼라층이 선호하는 자치단체장의 유형은 과거 행정가형에서 점차 기업인형, 시민사회단체 활동가형으로 옮겨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같은 의식변화는 지난 5월 중순 충청대학 사회과학연구소가 청주·청원지역에 거주하는 전문가 그룹(교수, 언론인, 시민사회단체 관계자, 공무원) 121명을 상대로 한 설문조사를 통해 나타났다.
충청대 남기헌 교수(행정학부)는 15일 충북지방자치학회(회장 이완영)가 주최하는 ‘지방자치 10년 회고와 전망’ 정책토론회에서 이같은 설문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남 교수는 ‘21세기 자치단체장에 요구되는 역할과 자질에 관한 연구’ 주제발표를 통해 지역 전문가 집단이 선호하는 지방자치단체장의 모습을 그려냈다.
우선 광역·기초단체장에게 가장 요구되는 자질을 묻는 질문에 도덕성(청렴성), 전문성, 실천력을 중요한 자질로 꼽았다. 이어 민주성과 혁신성을 꼽아 대체로 급격한 진보성향보다는 안정되고 내실있는 보수성향을 선호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표1>
자치단체장에게 요구되는 능력(전문성)을 묻는 설문에는 광역단체장과 기초단체장이 각각 미묘한 차이를 보였다.
광역단체장은 사회변동대응능력(23%)이 가장 높게 나왔으나 기초단체장은 행정개혁능력(21.5%)을 첫 손가락에 꼽았다. 이어 갈등조정능력, 조직관리능력, 경영능력 순으로 집계됐다.<표2> 설문결과 광역단체장은 기초에 비해 사회변동대응능력과 정치적 능력이 요구됐고 기초단체장은 광역에 비해 조직관리능력과 갈등조정능력이 요구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자치단체장에 요구되는 리더십 유형을 묻는 설문에는 광역·기초단체장 모두 변혁적 리더십과 민주적 리더십을 중요하게 꼽았다. 반면 거래적 리더십과 카리스마적 리더십은 10% 미만의 낮은 응답율을 나타냈다. 강압적이고 강한 리더십보다는, 구성원의 의견을 존중하는 민주성과 조직의 변화를 도모하고 창의력을 이끌어낼 수 있는 리더십을 원하는 것으로 풀이된다.
자치단체장으로 선호하는 유형은 광역단체장은 행정가-기업인-시민사회단체 활동가 순으로 나타난 반면 기초단체장은 행정가-시민사회단체활동가-기업인 순으로 집계됐다.<표3> 이같은 조사결과는 지난 96년 남 교수가 실시한 민선 단체장 희망 유형 조사결과와 의미있는 차이점을 나타냈다. 96년 공무원직군에서는 행정가 선호도가 82%에 달했으나 이번 조사에서는 61%로 떨어진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경영가형은 96년 6.8%에서 이번에는 15.7%로 높아졌다. 또한 시민사회단체의 현실참여폭이 확대되면서 단체 활동가에 대한 선호도가 지속적으로 높아지는 추세를 나타냈다.
광역·기초 모두 행정가에 대한 빈도수가 높았으나 직업군별로 보면 시민사회단체직군의 행정가 선호도가 가장 낮았고(8.2%~14.3%) 의외로 언론인직군의 행정가 선호도가 가장 높게(46.9%~72%) 나타났다. 이같은 결과는 행정가 출신의 수구보수성에 대한 시민사회단체직군의 불신과 시민사회단체 활동가에 대한 지역 언론인들의 비판적 지지성향을 드러낸 것으로 풀이된다.
자치단체장이 우선적으로 해결해야할 숙원사업으로는 광역·기초 모두 지역경제발전(26.6%/27.9%)을 최우선 과제로 꼽았다. 이어 광역단체장은 지방분권을 통한 자치권 확보(19%) 지역 복지문제(14.8%)로 조사됐고 기초단체장은 지역 복지문제(18.9%)가 자치권 확보(13.3%)보다 높게 나타났다. 광역은 지역내 갈등해결, 지역개발과 같은 거시적 사업을 요구했으나 기초는 정주환경개선, 행정서비스 개선 등 미시적인 과제에 비중을 뒀다.
한편 자치단체장 선거의 정당공천에 대해서는 압도적으로 반대의견이 높게 나왔다. 광역단체장은 바람직하지 않은 편(49.6%) 전혀 바람직 하지않다(28.1%)가 77.7%에 달했고 기초단체장은 바람직하지 않은 편(53.7%) 전혀 바람직 하지않다(33.9%)가 89.6%로 완강한 반대의견을 나타냈다.
정당공천 반대이유로는 ▲중앙정당 개입으로 지방자치행정의 정치화 ▲중앙당 줄서기나 순응하는 인물 공천을 꼽았고 정당공천 찬성사유는 △지방정치와 중앙정치를 연계해 정치 효율성 제고 △소속정당 책임정치 가능성을 들었다. 특히 광역차원에서는 중앙정치로부터 간섭에 대해 부정적 입장을 보였고 기초단체장은 과도한 공천줄서기에 대한 부정적 견해가 높게 나타났다.
자치단체장 선출을 위한 선택기준에 대해서는 인물(73%) 공약(41%)을 절대적으로 꼽았다. 정당 항목은 3%에 불과해 지역 전문가 집단의 합리적 판단을 엿보게 했다. 특정 정당과 지역을 대표하는 인물보다는 도덕성, 전문성을 우선적으로 고려하겠다는 것이었다.
자치단체장이 지방행정의 총괄자로서 요구되는 역할로는 조정과 통합 역할(57%) 조직운영 역할(21%)를 꼽았다. 이밖에 개혁추진, 전략기획, 재정운영 역할은 10%~12%대의 빈도를 나타냈다. 특히 공무원직군에서는 조직운영 역할을 꼽는 응답자가 다른 직군보다 높게 나타나 행정기관의 장으로써 역할에 대한 기대감을 나타냈다.
자치단체장과 지방의회의 관계에 대해서는 적당한 수준의 협력관계(50.4%)가 적당한 수준의 대립관계(34.7%)보다 한층 높게 나와 전문가 집단의 안정희구 본능을 나타냈다. 특히 교수전문가직군과 공무원직군은 대립관계보다는 협력관계를 시민사회단체직군과 언론인직군은 상대적으로 협력보다 대립적 관계가 바람직하다는 응답이 많았다.
이같은 설문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남기헌 교수는 3가지 결론을 내렸다. 첫째, 광역단체장은 도덕성(청렴성)과 전문성을 갖추고 사회변동에 대응할 수 있는 개혁적 능력이 요구된다. 또한 민주적 창의적 리더십을 통한 풍부한 행정경험자와 경영자 출신을 선호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둘째, 기초단체장은 행정개혁과 갈등조정능력을 갖춘 행정관료 출신이나 시민사회단체 활동가 출신을 선호한다. 민주적 창의적 리더십과 함께 지역경제발전과 각종 복지문제를 현장에서 챙길 수 있는 단체장을 원하고 있다.
셋째, 자치단체장의 선택기준은 인물과 공약이며 행정총괄자로서 조정과 통합능력을 매우 중요한 덕목으로 여기고 있다. 또한 지역혁신과 분권화 추진에 적극 나서야 하고 지방의회와 적당한 수준의 협력과 대립관계를 희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 취재 류병두 기자 , 사진 최정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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